경상국립대(GNU)는 지난 25일 진주시 가좌캠퍼스 고문헌도서관에서 진양하씨 운수당공파 종중 관계자 50여 명을 초청해 ‘진양하씨 운수당공파 종중 고문헌 기증식’을 가졌다. 앞서 진양하씨 운수당공파 종중은 대학의 학문 연구와 교육 발전을 위해 고문헌 4668점을 기증했었다.
이날 행사는 고문헌 기증자와 고문헌도서관장의 기증증서 교환, 총장과 도서관장의 감사패 및 감사장 수여, 총장 축사, 종중 대표의 기증 소감 발표, 참석자 기념 촬영, 기증 고문헌 해설, 운수당문고 현판식, 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하순기 씨는 하윤의 문집인 '운수당선생실기'를, 하준식 씨는 하지호의 문집인 '명와유고'를, 하동기 씨는 하현석의 문집인 '영계유고'를 각각 문선옥 고문헌도서관장에게 전달했다.
운수당 종중 고문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1996년쯤이다.
종손 하현곽의 처남인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허창무 교수가 집안 행사 차 운문 종가를 방문하면서다. 허 교수는 이때 종가에 상당한 분량의 고문서가 소장돼 있음을 알게 됐다.
당시 경남에는 고문헌을 관리할 기관이 없어 종중에서는 1996년 고문헌을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기탁했다.
연구원에서는 이를 정리·관리 했으며 최근 경상국립대에 고문헌도서관이 건립되자 종중에서 이 고문헌을 모두 반환받아 기증했다.
문선옥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장은 인사말에서 “고문헌도서관에는 경남 지역 100여 문중에서 기증한 고문헌이 소장돼 있다. 이는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운수당 종중으로부터 기증 받은 고문헌을 소중히 보존·관리 하며 연구에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권순기 총장은 축사에서 “경남 지역 고문헌이 한곳에 모여 체계적으로 보존·연구 될 때 우리 종중, 우리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 연구가 풍부해질 것”이라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기증 받은 고문헌은 글로컬 사업 등으로 경남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잘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하현전 종중 대표는 “그동안 경남에는 고문헌을 맡길 만한 변변한 기관이 없어 한때 문중 고문헌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에 보관해 왔다. 이제 경남에 고문헌도서관이 생겨 맡긴 고문헌을 찾아와서 고향인 경상국립대에 기증하게 됐다”며 기증 배경을 설명했다.
진양하씨 운수당 종중은 하안린이 진주시 금곡면 운문리에 터를 잡은 후 500여 년간 살아온 진주를 대표하는 문중이다.
분파된 파조인 운수당(雲水堂) 하윤(河潤, 1452-1500) 선생은 간신 임사홍의 등용을 적극적으로 반대했으며, 연산군의 폭정 때는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금곡 행우산 기슭에 은거하기도 했다. 구름과 물처럼 욕심 없이 살고자 자신의 호를 운수당(雲水堂)이라고 지었다.
1498년 지평으로 있을 때 연산군이 생모인 폐비 윤씨의 위패를 종묘로 옮기고 왕비의 지위를 회복하려고 하자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주장하다가 순천군수로 좌천돼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윤 선생은 목숨을 걸고 임금의 잘못을 간언하는 참된 선비였다. 사후에는 진주 ‘정강서원’에 제향됐다.
‘운수당문고’는 진양하씨 운수당공파 종중과 지파 종원이 차례로 기증한 고문헌 자료를 하나로 모은 것이다.
하순기 씨가 종중 고문헌 4331점, 하준식 씨가 고서 76점, 하동기 씨가 고서 261점을 기증했다. 여기에는 운수당공파 종중과 지파에서 오랜 세월 축적한 다양한 생활 문서와 고서를 포함하고 있어 조선 시대 경남 선비가의 생활상과 역사 흐름을 살피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