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GNU)는 25일 오후 2시 고문헌도서관에서 대학의 학문 연구와 교육 발전을 위해 고문헌 5000여 점을 기증·기탁한 진양하씨 창주공파 담산종중을 초청해 고문헌 기증·기탁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종중대표 하택선 오성그룹 회장을 비롯해 경향 각지에서 진양하씨 창주공파 담산종중 관계자 5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행사는 종중 대표와 고문헌도서관장의 기증·기탁서 서명, 종중 대표가 보물로 지정된 ‘양촌 응제시’ 전달, 교학부총장의 총장 감사패 전달 및 축사, 종중 대표의 기증 소감 발표, 참석자 기념촬영, 기증·기탁 고문헌 관람, ‘창주선생문집책판’ 현판식, 다과·간담회 순으로 진행됐다.
이어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이상필 명예교수의 ‘진양하씨 창주공파 문중의 역사와 기증 고문헌의 가치’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관장 문선옥)에 따르면, 기증 고문헌 중에는 5종 179점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귀중한 자료가 많다.
특히 보물로 지정된 ‘양촌 응제시’(보물 제1090-2호) 등이 포함돼 있어 경상국립대 고문헌도서관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최초로 소장하게 되었다.
‘양촌 응제시’는 명나라 태조가 양촌 권근에게 지어준 시 3수와 명나라 태조의 명에 의해 지은 응제시 24수를 모아 권람이 주석을 붙여 세조 8년(1462)에 목판본으로 간행한 것으로 인쇄 상태가 매우 정교하고 보존 상태가 양호한 희귀본이다.
이 말고도 효행 관련 문헌 31점(유형문화재 제408호), 고문서 83점(유형문화재 제409호), 관포시집 1점(문화재자료 제348호), 창주집 책판 63점(문화재자료 제349호) 등 문화재가 대거 포함돼 있다.
신용민 교학부총장은 축사에서 “경남 지역 고문헌이 한곳에 모여 체계적으로 보존 연구될 때 우리 종중, 우리 지역, 나아가 우리나라 역사 연구가 풍부해질 것”이라며 “종중에서는 대학에 고문헌을 기증·기탁하시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앞으로도 경상국립대의 고문헌도서관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선옥 고문헌도서관장은 “경상국립대는 경남의 국가거점 국립대학교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2018년 전국 대학 최초로 고문헌 전문 도서관을 건립했다”며 “이곳에는 현재 100여 문중에서 기증한 고문헌 10만여 점이 소장돼 있다.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기증·기탁 받은 고문헌을 소중히 보존·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택선 종중 대표는 “그동안 경남에는 고문헌을 맡길 변변한 기관이 없었다. 한때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관리를 맡겼다가 찾아와서 문중에서 관리했는데 도난당했다가 되찾기도 했다”고 말하고 “이제 경상국립대에 고문헌을 관리하는 훌륭한 시설이 있어 우리 종중의 고문헌을 기증하게 되니, 우리 종중의 고문헌이 있을 곳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담산종중은 진주시 대곡면 단목리에 터를 잡고 대대로 살아왔다.
그 중 창주 하증은 덕천서원의 여러 건물을 중건하는 일을 주도했으며, 덕천서원 원장을 하는 동안 남명을 문묘에 종사해 주기를 요청하는 등 남명학파를 사실상 주도한 인물이다.
창주공 이후 진사공 하명, 습정재 하응운, 행정 하진태, 사농와 하익범, 단파 하계룡, 담산 하우식 등이 문집을 남겨 학문이 끊이지 않은 유학자 문중이 됐다.
문중에서 5000점에 달하는 고문헌을 지켜낸 배경에는 문중 선조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담산 하우식은 부친으로부터 조상의 유문을 수습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40여 년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혈을 기울여 '창주집', '생원공유문', '습정재유고', '행정유고', '사농와유고' 등 선조의 문집을 정리해 간행해 내었으며, 문중 고문헌의 정리와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근래에는 하효상, 하효현, 하택선 후손이 이어서 보존 관리해왔다.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이상필 명예교수는 "진양 하씨 창주공파 종중은 경남의 대표적인 문중으로 남명학파의 계승과 선양을 위해 성심을 다했다. 또한 8대에 걸쳐 대대로 문집을 남기는 등 학문이 끊어지지 않은 문중"이며 "300년간 문중 대대로 이렇게 많은 고문헌을 잘 보존 관리한 문중이 드물 것이다. 담산종중의 고문헌을 살펴보면 진주를 중심으로 하는 서부경남의 생활상과 사상의 흐름 등을 총체적으로 살피는 데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