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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4일)은 서리가 온다는 절기 '상강(霜降)'

정기홍 기자 승인 2023.10.24 02:02 | 최종 수정 2024.10.23 21:34 의견 0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입니다. 한해 24절기 가운데 18번째로 풀잎 등이 서리를 맞아 시드는 때입니다.

상강 절기는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위치합니다. 따라서 하늘은 높고 푸르고 쾌청하지만 밤 기온은 뚝 떨어집니다. 며칠새 아침 기온이 4~5도로 떨어진 곳이 많습니다.

밤 기온이 내려가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기면서 서리가 되고, 기온이 더 내려가면 얼음이 업니다. 개구리나 뱀, 벌레들이 상강을 지나 입동 전에 겨울잠을 자려고 땅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때입니다.

◆ 추수 마치고 겨울 채비

이 시기에는 모든 추수가 마무리 돼 겨울맞이를 시작합니다. 남부지방도 거의 벼 수확이 끝나갑니다.

중국에서는 상강부터 입동 사이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자연의 현상을 설명합니다. 초후(初候)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이며,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합니다.

◆ 단풍 들고 국화 향기 가득

상강 절기는 단풍이 들기 시작해 나들이하기에 딱 좋습니다.

단풍은 보통 밤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뭇잎이 광합성 활동을 멈춰 엽록소를 생산하지 않아 만들어집니다.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보조색소인 안토시아닌이나 카로틴, 크산토필이 드러나 붉고 노란색으로 잎의 색깔이 변합니다. 이게 단풍입니다.

특히 붉은색의 안토시아닌과 노란색의 카로틴이 혼합되면 주홍색이 되는데 화려함에 감탄하는 단풍의 색입니다.

낮 기온이 5도 이하로, 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뿌리의 물 흡수는 완전히 멈춤니다.

단풍은 기온차가 많이 나면 더 예쁩니다. 지역의 차이가 있지만 10월 하순~11월 중순을 단풍 시기이라고 합니다.

단풍이 절정인 시기는 첫 단풍 이후 2주 정도 지나서입니다.

2018년에 지난 18년간 단풍 절정 시기를 분석했더니 평년보다 5일 늦어졌다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입니다.

◆ 상강 풍습들

상강 절기의 풍습은 다양하지 않고 화전(花煎·꽃을 넣어 만든 부침개)을 만들고 국화주를 마시고 계곡과 명승지를 찾아 단풍놀이를 하는 습속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에는 상강 무렵에 국가 의례인 둑제(纛祭)를 행했습니다.

둑제란 고려·조선 시대에 전장에 출정 할 때 둑기를 세워두고 전쟁의 승리와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지냈던 제사라네요. 봄에는 경칩에, 가을엔 상강에 3일간 제사를 올립니다.

둑(纛)은 고려와 조선시대 때 군대의 행렬 앞에 세우던 대장기입니다. 큰 삼지창에 검은 소의 꼬리털로 만든 치우(蚩尤)를 달았는데 이를 둑기라 부르며 신성시했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국군의 날과 같은 국가 의례입니다.

◆ 세시 속담

농가에서는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는 이모작을 해도 주곡인 쌀이 잡곡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즉 상강을 90일 앞둔 날은 7월 하순인데 모내기를 하긴 매우 늦은 시기입니다.

또 제주 속담에 '조 이삭은 상강 넘으면 더 안 여문다'(서리 내리기 전에 빨리 베라는 뜻), '상강이 지나면 바닷고기에 알이 박힌다'(맛이 없어진다)가 있습니다. 추워지니 월동 준비를 빨리하라는 의미입니다.

가을이 왔음을 뜻하는 일엽지추(一葉知秋)란 말이 있습니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영긂을 안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봄철엔 시인이 되고 가을에는 철학가가 된다고 했습니다. 가을 사색이 너무 깊어지면 우울증도 오니 적당함이 좋겠네요. 밖엔 단풍이 손짓하는 절기이니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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