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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용량 같이 줄이면서 이득은 더 가져간 꼼수 인상'···공정위, 고물가 시대 '잔머리 상술' 제재 추진

가격 모니터링 대상 확대···관련 팀도 신설
용량 등 변경 미표시 땐 과태료 추진

정창현 기자 승인 2023.12.13 18:03 | 최종 수정 2023.12.14 19:53 의견 0

일부 식품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고서 용량만을 줄이는 '얄팍한 방식'으로 가격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제품 포장지에 용량 변경 사실 표기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 대응 방안을 내놨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 인상은 하지 않고 용량을 줄이거나 성분을 바꿔 꼼수로 물가를 올리는 행위다.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CJ제일제당의 소시지 제품인 백설 그릴비엔나(2개 묶음). 대표적인 '꼼수 인상' 사례다. CJ더마켓 캡처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용량 축소 등에 대한 정보제공 확대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9개 가공 품목에 37개 상품이 1년 새 용량이나 성분을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각 분야의 대표상품들이다.

이는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정보종합포털사이트(참가격)와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 접수, 언론보도에 나온 272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다.

‘참가격’ 내 73개 가공식품 품목(209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견과류·소시지·치즈 등 3개 품목(19개 상품)에서 용량 축소가 확인됐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제품 16개, CJ제일제당의 소시지 제품인 백설 그릴비엔나(2개 묶음)의 용량은 7.7~12.5% 줄었다. 몬델리즈 인터내셔널의 캔디 제품 호올스 7종 과 가정배달용 제품인 연세대 전용목장우유 2종의 용량도 10.0∼17.9% 줄었다.

CJ제일제당은 백설 그릴비엔나의 용량을 640g에서 560g으로 줄이며 가격을 내렸지만 10g당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가격이 8%가량 인상됐다. 잔머리를 굴려 교묘하게 소비자를 기반한 사례다.

바프와 연세대 전용목장우유는 용량 변경 안내를 제대로 했다.

또 언론에 보도된 제품 중에선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핫도그 4종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는 용량을 1.3∼20.0% 줄였다.

소비자원은 “일부 제조사에서는 포장재·레시피 변경으로 인한 리뉴얼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는 가공식품에 한해 소비재 전반으로 확대하면 비슷한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갯수를 1개 줄인 풀무원 핫도그

정부는 이 같은 꼼수 인상을 막기 위해 제도 보완에 나선다.

공정위는 주요 생필품의 용량·규격·성분 등이 변경될 경우 포장지 혹은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이를 반드시 알리도록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별도 고지 없이 용량·규격·성분을 변경하면 ‘부당한 행위’로 지정한다.

위반 사업자에게는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가격 모니터링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소비자원의 모니터링 대상을 현재 주요 생필품(128개 품목, 336개 상품)에서 158개 품목, 500여 개 상품으로 늘리고 중량 변동 정보까지 조사해 상시 제공할 방침이다.

소비자원에 가격조사전담팀도 만들어 조사 활동도 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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