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이 낙서로 경복궁 담벼락을 크게 훼손한 10대 남녀 용의자 2명이 범행 3일 만인 19일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홍보 낙서를 하면 돈을 준다는 지인의 제안에 범행을 했다고 진술해 배후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이날 “지난 16일 발생한 경복궁 영추문 등 3곳 낙서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후 7시 8분쯤 남성 1명을 경기 수원시 자택에서, 이어 오후 7시 25분쯤 인근에서 여성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17세의 임모 군, 여성은 16세의 김모 양으로 모두 청소년이다. 둘은 연인 관계라고 밝혔다.

경복궁 영추문 양 옆 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모습. 문화재청 제공

경찰 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6일 밤 1시 42분쯤부터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추문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을 적었다.

이들은 스프레이로 담벼락 낙서를 한 뒤 인증사진까지 찍었다. 임 굼은 '낙서를 쓰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인증샷까지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벼락 훼손 구역은 가로 길이만 약 44m에 이른다.

경찰은 CCTV 영상 등을 분석해 용의자를 남성 1명, 여성 1명으로 파악하고 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16일 택시를 타고 범행 장소에 도착한 사실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택시 승·하차 기록과 결제 내역 등을 확인했다.

이들은 경찰이 시민의 신고를 받고 경복궁에 순찰을 강화한 이후에도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 낙서를 남겼다.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와 민간 CCTV 등을 함께 봐야 하는데 주말 새벽 시간이라 협조가 어려웠고, 범행 시간이 한밤중이어서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검거에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범행이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7일 밤 10시 24분쯤 임 군 등이 낙서한 옆에 또다른 낙서 범죄가 신고되기도 했다.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을 남겼다.

20대 남성은 이튿날인 18일 오전 경찰에 자수해 “내가 했다. 관심을 받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이 남성은 종로경찰서에서 6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경찰은 임 군과 김 양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공범, 배후 관련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자수한 두 번째 낙서범과의 관계와 공모 여부 등도 수사할 방침이다.

이들에게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보호법 위반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게 돼 있다. 임 군 등이 서울경찰청 외벽에 남긴 낙서에 대해서는 재물손괴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한편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 전문가 등을 20명 투입해 훼손된 담벼락을 복원 중이며 현재 복구작업은 50% 정도 진행됐다고 밝혔다. 복원 작업은 일주일 넘게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복원 작업은 약물 등을 이용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한 뒤 레이저 장비로 표면을 미세하게 태워 남아 있는 오염물을 지우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