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올림픽이 27일 새벽 2시 30분(한국 시각) 파리 샌강 일대에서 개막됐다. 개회식에서 각국 선수단은 85대의 크고 작은 배를 타고 입장했다. 그동안 올림픽 주경기장 안에서 펼쳤던 정형화 한 콘셉트를 완전히 깨부수었다.
개회식 주제도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로 잡아 128년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센강 일대 야외에서 진행됐다.
역시 '예술의 도시' 파리가 꾸민 특별한 개회식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현지 시각 26일 오후 7시 30분, 한국 시각으로 27일 새벽 2시 30분에 시작된 개회식을 다시 따라가본다.
선상 개막식 메인 좌석은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옆에 만들었다.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의 하나다.
이곳에서 각국의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이들이 206개 국가의 선수단이 85척 배에 나눠 타고 센강을 가로질러 펼치는 수상 퍼레이드를 지켜봤다.
지난 1900년 건립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는 샹젤리제 지구와 에펠탑 지구를 연결하는 교량이다.
개막식을 하는 동안 비가 많이 내렸다. 하지만 속 깊은 예술의 도시 파리의 개회식은 운치를 더하는 듯했다.
중계방송 시청자들에겐 파리가 준비한 개회식 행사에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만들어낼 것만 같은 또다른 묘한 예술적 기대감을 충동질 했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개회식 직전 “파리의 물길인 센강이 (경기장) 트랙을 대신하고, 부두는 관중석이 되며, 파리를 상징하는 명소에 반사되는 석양이 멋진 배경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날 개회식 내내 파리는 비가 그쳤다 내리면서 해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파리이기에, 센강이기에 개막식의 다른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개회식은 흥미로우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딘 지단이 올림픽 성화봉을 들고 파리 시내를 누비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지하철이 멈춰서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에게 성화봉을 전달했다.
아이들은 성화를 들고 배를 탄 뒤 트로카데로 광장에 도착한다.
이어 이곳에 자리하고 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 귀빈이 소개되면서 개회식 본행사가 시작됐다.
이어 선수단이 센강을 가로질러 입장늘 하는 수상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의 선수단을 실은 배가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했다.
그리스의 기수는 NBA 스타 야니스 아데토쿤보였다. 그는 나이지리아에서 그리스로 불법 이민을 온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테네 거리에서 선글라스와 시계, 가방 등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
그런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가 세계적인 슈퍼스타로 성장해 그리스를 대표해 나선 모습에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한 순간을 느끼게 만들었다.
두 번째 센강에 나타난 선수단은 난민팀이었다.
시리아 출신 야히아 알 고타니와 카메룬 태생의 신디 은감바가 세계 난민을 대표해 오륜기를 들었다. 세계 난민은 1억 명에 달한다.
고타니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요르단 난민 캠프에 정착해 살고 있다. 한국의 국기 종목인 태권도 선수다. 은감바는 영국으로 이주해 복서로 성장했다.
그리스와 난민팀 이후로는 프랑스 알파벳 순으로 선수단이 입장했다. 한국은 206개국 가운데 48번째로 입장했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주위에서 퍼레이드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각국 선수단 배가 앞을 지날 때마다 환호를 보내며 반겼다.
개회식 행사 총감독은 프랑스의 배우 토마 졸리가 맡았다.
개회식 행사는 총 12개 섹션으로 구성돼 3000명의 공연자들이 각종 무대에 섰다.
오페라와 클래식, 샹송, 랩, 전자 음악 등 다양한 장르 음악이 개회식 프로그램을 채웠다.
세계적인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가 핑크빛 깃털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센강 양옆에선 물랑루즈 댄서들이 ‘프렌치 캉캉’ 공연도 펼쳐 예술감을 듬뿍 만들어냈다.
각 국의 선수단을 태운 배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파리 식물원 인근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등 파리 명소들을 두루 거쳐 지났다.
선수단 배는 이어 에펠탑 근처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6㎞ 코스를 가로질러 운항했다.
개회식의 백미는 성화의 최종 점화다.
역대 올림픽에서 최종 성화 주자가 누가 될 것인지는 가장 는 관심사였다. 통상 마지막까지 베일에 가려진다.
이미 프랑스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과 스페인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 등은 중간 성화 주자로 노출이 된 상태.
최종 성화 점화 주자는 은퇴한 프랑스 여자 육상 선수 마리 조제 페레크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유도에 출전하는 테디 리네르이었다.
두 전현직 선수는 두 손을 모아 성화로 커다란 풍선 밑에 불을 붙였고 곧바로 불꽃은 활활 타올랐다.
둘은 쿠바가 위치해 잘 알려진 카리브해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 이민 온 흑인이다.
‘열린 대회’를 표방한 이번 올림픽에 잘 맞는 상징할 수 있는 인물들로 평가됐다.
파리올림픽 개막식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는 프랑스계 캐나다인 가수 셀린 디온이었다.
셀린 디온은 지난 2022년 12월 강직인간증후군(SPS) 진단을 받고 지금까지 재활을 하고 있다.
그의 이날 공연은 약 1년 반만이다.
파리 시민들과 각 국의 관광객들은 셀린 디온이 부른 ‘사랑의 찬가’를 따라 하며 그녀의 건강 회복과 안전한 대회의 기대했다.
이날 불을 붙인 성화는 파리의 밤 하늘로 떠오르며 활활 탔다. 보름간의 지구촌 축제의 본격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