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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고수온에 남해안 멍게 '전멸'…전국 생산량 70% 통영·거제 해역 700㏊ 양식장 95% 폐사

피해액은 700억~800억 원
"10m 아래 수심서도 내장 터져 녹아내려"
보험료 비싸 가입자 거의 없고 피해 복구비도 적어

정창현 기자 승인 2024.08.27 13:49 | 최종 수정 2024.08.27 18:03 의견 0

역대 최악의 고수온으로 남해 해역 양식어류 폐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남 통영과 거제 해역에서 키우던 멍게(우렁쉥이)의 대부분이 뜨거운 바닷물에 녹아 내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내년에 본격적인 출하를 할 멍게의 전멸에 가까운 폐사로 향후 멍게 대란이 우려된다. 통영 멍게 양식장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생산 출하한다.

27일 멍게수협에 따르면 지속되는 고수온이 10m 아래 바닷속까지 달구면서 경남 도내 남해안에서 키우던 멍게 대부분이 폐사했다.

지난 26일 통영시 한산면의 한 멍게 양식장에서 끌어올린 봉(밧줄)에 멍게가 누렇게 폐사해 있다. 멍게수하식수협

통영시 한산면 일대 멍게양식장에서 지난 14일 확인했던 정상적인 멍게 상태. 멍게수하식수협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주홍색 빛깔을 띠어야 할 멍게가 모두 누렇게 녹아내린 상태다. 최근 1주일 사이에 급격하게 뜨거워진 수온 변화로 멍게가 호흡하지 못해 내장이 터져버린 것이다.

주홍색 빛깔에 속을 통통하게 채워야 할 멍게는 빈 껍데기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상태다. 한 양식 어민은 "바다가 멍게를 삶아 익혔다"며 "재해가 아닌 재앙"에 비유했다.

멍게수하식수협은 내년 봄 출하를 앞둔 멍게의 95%가 이번 고수온에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액만 700억~800억 원(판매가 기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묘를 위해 키우던 모패도 90% 이상 폐사했고, 2~3년 뒤 출하하기 위해 받아 놓은 멍게 종자도 70% 이상 죽은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도내 남해안 해역에는 통영과 거제를 중심으로 700㏊의 멍게양식장에서 연간 15만~20만t의 멍게를 생산하고 있다.

한산면의 한 양식장(7㏊ 규모)에서 기르던 멍게가 모두 폐사해 피해액은 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수협은 올여름 바다 수온이 10m 이상 깊은 수심에서도 표층과 같은 28~30도의 고수온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멍게는 저수온성 어류로 생존 최적 수온이 13∼15도이고, 24∼25도까지는 견디는 것으로 알려졌다.

멍게수협은 고수온에 대비하기 위해 양식 해역을 수심이 깊은 곳으로 옮기고 수하연을 15m 이상 깊은 수심으로 내렸지만 중층 이상의 수온도 표층과 비슷해 대부분의 멍게가 폐사한 것으로 보았다.

26일 통영시 한산면의 한 멍게양식장에서 끌어올린 봉(밧줄)에 멍게가 누렇게 폐사해 있다. 멍게수협

문제는 피해가 이처럼 엄청나지만 보험 가입비가 높고 재해 피해복구비가 적어 어민으로선 피해 보상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적지 않은 어가에서 수억 원대의 폐사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정부의 재해 피해복구비는 5000만 원 이내다.

멍게수협에 따르면 굴 양식과 달리 멍게는 수협중앙회 양식 재해보험 가입액이 높아 380여 명의 양식업자 중 가입자가 1명 정도로 파악됐다.

멍게 양식 어민들은 고수온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돼 피해 복구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도와 통영시는 양식업계 피해 규모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한편 도내에서 고수온으로 인한 전체 양식어류 피해가 폐사량과 피해액 모두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를 넘겼다.

지난 24일 기준 누적 폐사량은 1710만 마리, 누적 피해 신고액은 291억 1500만 원에 달한다.

한편 통영과 거제 해역은 1970년대 멍게 양식을 시작한 곳으로 전국 멍게 생산량 70%를 차지한다.

통영·거제 등 남해안 지역 700㏊에서 연간 15만∼20만t 멍게를 생산한다. 전국 단위인 멍게수하식수협 조합원 380여 명 중 330여 명이 통영·거제에 있다.

멍게조합은 상황이 악화되자 다급히 일부 채묘를 강원도 해역으로 피신시켜 종묘를 보호하고 있다.

조합 측은 멍게 양식이 채묘에서 출하까지 보통 3년이 걸리는데 올해 거의 폐사해버려 피해 복구까지 최소 3년 이상 걸려 어민들의 생계가 막막한 실정이다.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이 있지만, 대다수 어민은 지나치게 비싼 보험료 탓에 가입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농수축산물 재해보험은 대체로 정부(50%)와 지자체(20~30%) 지원금에 나머지를 농어업인이 자주담을 한다.

하지만 1년짜리 소멸성 보험에 평균 5000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이 드는 보험을 선뜻 가입하는 멍게 양식 어민은 없는 실정이다.

경남의 750여 양식 어가 중 보험에 가입한 곳은 80여 곳(10%)이고, 멍게 어가는 1곳으로 파악된다.

멍게수협은 최초 가입액을 낮추는 등 어민 부담을 줄이는 개선안을 건의해 왔지만,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수산물 피해가 급증하면서 보험료는 오히려 오르는 상황이다.

멍게수협은 수년 전부터 국립수산과학원에 고수온에 강한 품종 개발을 요구해왔지만 연구 기간이 길어 당장 현실화하기 어렵다.

특히 일부 어민들은 내년 초에 멍게 유통량이 급감하면 정부가 일본산 멍게릋 수입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일본산 멍게는 통영산에 비해 향과 맛에서 떨어지고 원전 오염수 논쟁도 부를 수 있다.

국내 멍게 생산량은 국내 소비가 9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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