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시사지 '사상계(思想界)'가 재창간(복간)된다.
사상계 미디어(주)와 장준하기념사업회는 오는 29일 오후 4시 서울의대 동창회관(함춘회관) 2층 가천홀에서 사상계 재창간 선포식을 갖는다.
사상계는 지난 1953년 4월 고 장준하 선생이 창간한 잡지로, 1970년 5월호(통권 205호)로 폐간됐었다. '사상계'는 당대 지식인과 학생층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등 우리나라 여러 분야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폐간호가 된 1970년 5월호에 김지하 시인의 담시(譚詩)인 '오적'이 실려 한국 문단에 일대 충격이자 지각 변동을 몰고왔었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뜻하는 다섯 도적(오적)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한 이 풍자시는 박정희 정권 간담을 써늘하게 했다.
이후 김 시인은 수차례 투옥되는 등 수난과 고행을 겪어야 했고, 이 잡지는 폐간 당했다.
■ 다음은 사상계(思想界) 재창간(복간) 관련 고지 내용이다.
내년 초에 '사상계'를 재창간하고자 합니다.
이에 '재창간 기념식'을 11월 29일 금요일 오후 4시, 서울의대 동창회관 2층 가천홀에서 갖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 문명 전환 종합지(정기구독형 종이 잡지)
- 2025년 2월 재창간 1호(통권 206호) 발행
- 발행인: 장호권
- 편집인: 장원
- 인쇄인: 조기수
연락> 편집주간 조성환(010-3882-9276), 편집인 장원(010-6312-4485)
- 사상계를 만드는 사람들
▲강대인(기후정치, '배곳 바람과 물' 이사장) ▲금동혁(민주언론운동, (주)우리밀 대표) ▲김누리(독문학, 중앙대 교수) ▲김려실(한국문학, 부산대 교수) ▲김보람(정책디자인, 서경대 교수) ▲김명신(사회복지, 공공시민 (사)대표이사) ▲김상준(사회학, 경희대 교수) ▲김신명숙(여신영성, 문화미래이프 이사) ▲김언호(도서출판, 한길사 대표) ▲김윤세(자연치유, 인산가 대표) ▲김재익(한국철학, 원광대 연구원) ▲김재현(산림자원학, 건국대 교수) ▲김재형(인문운동, 이화서원 대표) ▲김재홍(한국정치학, 전 서울디지털대학교 총장) ▲류현수(건축운동, 오랜미래건축연구소 소장) ▲민승규(농업혁신, 세종대 석좌교수) ▲박명림(정치학, 연세대 교수) ▲박진도(지역발전, 충남대 명예교수) ▲송순현(명상문화, 정신세계원 대표) ▲신윤경(정신의학, 봄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양애진(지역문화기획, 문화기획자) ▲양희창(대안교육, 간디학교 설립자) ▲여희숙(독서운동, (사)독도도서관친구들 이사장) ▲유다님(토종씨앗운동, 농부) ▲윤순진(기후사회학, 서울대 교수) ▲이계호(분석화학, 태초먹거리학교 교장) ▲이나미(정신의학, 서울대병원 교수) ▲이소연(생태전환, 당근마켓 에디터) ▲이용길(노동운동, 전국비상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 ▲이원진(동서비교철학, 연세대 연구교수) ▲이은선(동서통합학문연구, 세종대 명예교수) ▲이인식(환경운동, 우포늪지킴이) ▲이정옥(사회학,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 ▲이정하(동양신화, 이화여대 특임교수) ▲임영신(평화여행, 이매진피스) ▲임지수(에코가든디자이너, 누리파크조성 총괄매니저) ▲임진철(주민자치마을공화국, 전국민회 상임의장) ▲임진택(문예부흥운동, 판소리 명창) ▲장원(환경학, 사상계 편집인) ▲장호권(장준하기념사업, 사상계 발행인) ▲조기수(출판문화사업, 사상계 인쇄인) ▲조기숙(발레, 이화여대 명예교수) ▲조성환(한국철학, 원광대 교수) ▲조한혜정(인류학, 연세대 명예교수) ▲최윤상(문화예술기획, 오락발전소 대표) ▲최재목(동양철학, 영남대 교수) ▲최재천(사회생물학, 이화여대 석좌교수) ▲한윤정(전환담론, 한신대생태문명원 공동대표) ▲함돈균(문학평론, 문학평론가) ▲함은세(청년의제, 작가) ▲현경(에코치유영성, 유니온신학대학원 교수) ▲현병호(교육운동, 교육매체 민들레 발행인)
[사상계 재창간 형식]
- 2025년은 1970년 폐간 이후 55년
- 2025년 2월 재창간 1호(통권 206호) 발행
- 계간(2025년)→격월간(2026년)→월간
- 판형과 제호: 기존 '사상계' 복원
- 최초 발행 부수: 3000권
- 발행처: 사상계 미디어(주)/장준하기념사업회
- 무기자/친환경/흑백 잡지
- 정기구독형 잡지
[재창간 사상계가 다룰 제 분야]
*민족·역사·통일 *생명·생태·기후 *문학·문화·예술 *정치·경제·사회 *철학·종교·과학 *교육·청년·인권 *평화·노동·미래 *지방·인구·개벽
[기존 사상계의 5대 이념]
1. 민족의 통일문제(민족통일)
2. 민주사상의 함양(민주사상)
3. 경제발전
4. 새로운 문화의 창조(신문화창조)
5. 민족적 자존심의 양성(민족자존)
[재창간 사상계의 편집 방향]
1. 기존 사상계 5대 이념의 계승과 발전
2. 현대문명 전환을 위한 시대정신 구현
3. 멋진삶을 위한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
4. 행동하는 지식인을 위한 실학의 광장
5. 탄소중립 지향의 넷제로 친환경 잡지
우리는 왜 《사상계》를 복간하는가!
문명 전환 종합지 '사상계' 복간을 준비하며
1. 장준하 선생의 《사상계》는 1950~1960년대 한국 지식인들이 분단국가 한국의 근대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했던 ‘냉전 시대 한국의 담론장’이었다. 《사상계》 지식인들은 대체로 서구적 근대와 민주주의를 도달해야 할 지향점으로 삼았던 계몽주의자들이었다. 이렇듯 《사상계》는 이른바 계몽의 열정을 보여주었던 ‘마지막 종합지’였다.
2. 그러나 지금은 계몽의 시대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원조 《사상계》가 계몽의 시대에 계몽의 정신으로 탄생한 잡지라면, 복간 《사상계》는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핵심 개념인 ‘계몽의 계몽’이라는 성찰에서 부활한 잡지가 되었으면 한다. 아도르노는 히틀러 파시즘을 계몽의 ‘부족’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계몽 자체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의 현실에서 보면 ‘계몽의 계몽’ 개념은 파시즘이라는 정치적 파국 못지않게 기후위기라는 생태적 파국에도 잘 적용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스티븐 핑커는 그간의 계몽주의 성과를 무시하면 안 될뿐만 아니라, 오히려 오늘날 ‘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라는 계몽주의의 이상을 새로운 언어로 해석하여 성심성의껏 지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계몽 자체의 한계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복간 《사상계》는 ‘계몽의 계몽‘까지도 사유하는 변증법적 잡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자유와 평등을 근본이념으로 하는 근대적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봉건사회에서 직접 제국주의 식민사회로 이행한 우리 역사는 세계사의 조류와 격리된 채 36년간 암흑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였다. 그것은 자기말살의 역사요, 자기모독의 역사요, 노예적 굴종의 역사였다.’
‘그러나 모든 자유의 적을 쳐부수고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또 다시 역사를 말살하고 조상을 모독하는 어리석은 후예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자기의 무능과 태만과 비겁으로 말미암아 자손만대에 누를 끼치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하여, 우리는 이 역사적 사명을 깊이 통찰하고 지성일관 그 완수에 용약매진해야 할 줄로 안다.’
‘이 지중한 시기에 처하여 현재를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할 민족의 동량은 탁고기명의 청년이요, 학생이요, 새로운 세대임을 확신하는 까닭에, 본지는 순진무구한 이 대열의 등불이 되고 지표가 되는 일을 지상의 과업으로 삼은 동시에, 종으로 5천년의 역사를 밝혀 우리의 전통을 바로 잡고 횡으로 만방의 지적소산을 매개하는 공기로서 자유, 평등, 평화, 번영의 민주사회 건설에 미력을 바치고자 하는 바이다. 오직 강호의 편달을 바랄 뿐이다.’ 이 글들은 《사상계》 1955년 8월호에 실린 <사상계 헌장>의 일부이다.
4. 이렇게 <사상계 헌장>이 발표된 지 거의 70년이 되었으나, 세상은 맑아지고 밝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더 혼탁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특히 《사상계》는 ‘청년과 학생과 새로운 세대’가 ‘자유, 평등, 평화, 번영의 민주사회 건설’에 나설 수 있도록 사회적 공기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을 포함한 미래세대의 현실은 어떠한가!
5. 복간 《사상계》는 통일담론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평화담론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정학적 한반도의 평화와 아울러 한국 사회의 평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생태·노동·안보·의료복지 등 제 분야에서의 위기가 매우 엄중한 상태임에도, 우리는 극심한 내부 분열로 말미암은, 사실상의 심리적 내전 상태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안은커녕 대응조차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국가존망의 기로에서 그야말로 다원적 평화를 지향하는 사회적 대타협이 시급한 실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사상계》가 다시 나서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소통의 실종, 타협의 실종. 행동의 실종, 지성의 실종, 그리고 정치의 실종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복간 《사상계》의 역할이자 소명이다.
6. 게다가 지금은 그 당시엔 없었던 ‘지구환경 파괴로 말미암은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가 이제껏 맞닥뜨리지 않았던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는 근대가 꿈꿨던 계몽과 진보의 이상이 지나친 인간중심주의의 산물임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었다. 홀로세는 인류세로 대체되었고 계몽과 진보는 구태의연한 이상이 되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근대와 탈근대를 넘어, 인류세가 요구하는 행성적 차원의 문제 상황까지 담아낼 수 있는 21세기적 담론과 토론과 실천의 장이다.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과 그에 토대한 문명전환 없이는 문명사회의 건설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우리는 《사상계》를 복간하고자 한다.
7. 《사상계》 복간을 준비하면서 염두에 두고 있는 잡지들이 있다. 《씨ᄋᆞᆯ의 소리》 《뿌리깊은나무》 《또 하나의 문화》 《이프》 《창작과 비평》 《녹색평론》 《사회와사상》 《황해문화》 《작은것이 아름답다》 《바람과 물》 《다시 개벽》 《하루메쿠》가 그것이다. 이 잡지들은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다.
복간 《사상계》는 이들과 문제의식을 십분 공유하며,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인류의 생존가능성’이라는 절체절명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종합지로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크게는 지구와 화해하는 ‘지구학’을 창학하는데 일조하고, 작게는 지역적 실천을 담아내는 ‘지역학’과 호흡을 맞추면서, 인류세의 지구지역학 담론을 선도하고자 한다. 장준하의 《사상계》가 초지일관 밀어붙였던 자유와 평등과 평화의 기치를 높이 드는 것은 당연히 상수이자 기본값이다.
8.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은 안 팔리고 종이잡지는 아예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기존의 종이잡지가 없어질수록 그 반작용으로 종이잡지의 가치와 필요성은 더욱 커지리라 확신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여성과 남성, 빛과 그림자, 자연과 인간, 기계와 인간이 그리고 매거진과 웹진이 음과 양으로 함께 융성하는 옴살스런 개벽세상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때로는 강물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 제몸을 극한으로 부려가며 알을 낳는 물고기처럼, 복간 《사상계》는 어떤 난관이 닥쳐도 올곧은 씨ᄋᆞᆯ들을 잉태하고 낳고 품어내는 산란장이자 둥지가 될 것이다.
9. 복간 《사상계》가 세상을 한꺼번에 바꾸는 큰 연장이 되고 싶은 생각은 꿈에도 없다. 단지 큰 연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작은 연장이고 싶을 뿐이다.
내용적으로는 대중영합주의나 엘리트주의가 아닌 다원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한다. 겉모양으로는 호화롭고 복잡한 잡지가 아니라 소박하고 단순한 잡지를 지향한다. 한 번 보고 버리는 잡지가 아니라, 대를 이어 물려주는 개념잡지이자 흑백잡지이자 책향기 그윽한 종이잡지이고 싶다.
또한 기존의 《사상계》 205권에 실린 그 주옥같은 글들을 오늘날에 복원하고 싶다. 복간 《사상계》,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지만 강호제현들이 함께 해준다면, 장인정신으로 잘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게 만들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