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여론조사업체의 '과표집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과표집이란 조사에서 어느 한쪽이 과하게 표집됐다는 것이다.

이 말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12월 3일 밤)에 이은 탄핵 정국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지지율에서 '죽을 쑤던' 국민의힘이 엄청난 지지세로 반전되자 위기 의식을 느낀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조사에서 중도층이 아닌 보수 성향 응답자가 과도하게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24일 "그렇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전례없이 지지층 결집이 빠르다"고 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5개월 만에 국민의힘에 졌다. 최근 다른 조사업체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 강세 추세는 비슷했다.

다만 이번 주(21~23일) 조사에선 민주당이 오차범위 내인 2%포인트 차로 재역전했다.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의 서울서부법원 난입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은 이날 보고서에서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은 평소보다 진보세가 강했고, 1월 들어서는 다시 보수세가 강해졌다"며 "결집 속도가 전례없이 빨랐을 뿐 과거 변동 범위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과표집 주장은 과학적 근거 없이,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오독을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민주당 지지율 역전 추세에 민주당 중심의 야권에서 "보수 지지층 과표집"이라고 한 주장에 대한 반대 분석이다.

실제 양측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20%대를 유지하던 무당층이 지속 줄고 있어 한국갤럽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한국갤럽의 이번주 조사에서는 2주 연속 2%P 감소한 15%로 낮아졌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22년 '3·9 대선' 직전 수준(14%)에 근접한 수치다.

국민의힘 지지도를 보자.

계엄 선포 이후 바닥을 헤매던 지지율이 크게 호전됐다.

한국갤럽의 지난주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9%, 민주당 지지율은 36%였다. 국민의힘이 3%P로 이겨 상승세가 괄목할만하다.

이번 주에는 서부지법 난입 사태로 국민의힘(38%)이 민주당(40%)에 다소 밀렸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4% 오르고 국민의힘은 1%P 내렸다.

법원 난입 사태 영향이 언제까지 영향을 줄지 또는 양당 지지층이 결집한 상태에서 이동이 감지되는 중도층의 움직임이 어느쪽으로 향할지 주목된다.

난입 사태 영향으로 민주당은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전주보다 각각 7%P 올랐고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4%P, 심지어 보수층에서 2%P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법원, 검찰의 잘못된 수사와 판단에 분노한 행위란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어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속단하기엔 이르다.

난동은 크게 잘못된 행동이지만 처음부터 잘못된 사법부의 불편법에 대한 비난 여론도 커진 상황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수없는 탄핵으로 '정부를 마비시킨'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에서 비롯됐다는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한편 이번 주 조사에서 처음 물은 정당별 신뢰도에서 민주당의 경우 ‘신뢰한다’는 41%, ‘신뢰하지 않는다’는 53%였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신뢰한다’는 31%, ‘신뢰하지 않는다’는 64%였다. 국민의힘으로선 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 인식을 희석시켜야 하는 과제다.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50%,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40%였다. 이것도 국민의힘이 많이 따라잡았다.

이와 함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민주당의 이 대표가 전주와 같은 31%로 독주했다. 국민의힘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1%,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5%, 홍준표 대구시장 4%, 오세훈 서울시장 3%로 23%를 보였다.

이 대표는 야당의 유일한 주자로 대체재가 없지만 여당 주자들은 우후죽순격이라 향후 대표 주자가 부상하면 파괴력이 이 대표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의 경우 야권 유일한 대선 후보임에 불구하고 지지율이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정체돼 있어 확장성문제가 고민거리다. '이재명 일극 체제'로 호남과 강성 지지층에만 기대기엔 매우 불안하다. 윤 대통령의 탄핵 국면임에도 비호감도가 상당히 크다. 이는 대통령 대체재로 받아들이긴 불안하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여당 후보군이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 계엄 선포 부정 인식을 최대한 희석시켜 상승 추세인 지지율을 지속 이어가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중도층의 경우 '정권 교체'(60%)가 '정권 유지'(27%)의 두 배 이상이고, 윤 대통령 탄핵 찬성도 59%로 반대 36%에 비해 월등히 많ㅑ다.

여당으로선 이의 갭을 어떻게 해소시키느냐가 난제다.

아직까지 '정치 지도자 선호' 항목에서 '의견 유보'가 33%로 상당히 높다. 지금으로선 장래에 나라를 맡길만한 정치 지도자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정당 지지도에서 무당층이 15%인데 두 배가 넘는다.

여론조사업체와 정치권에선 "정치에 관심이 덜한 층이 지속 줄고 진영 대결이 빠르게 불을 붙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 와중에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이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오죽했으면' 탄핵 우려를 무릅쓰고 비상계엄을 선포했겠냐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여론조사업체들은 한결같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의 탄핵(12월 27일)이 여론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대행은 민주당 등 야당이 국회에서 단독 처리한 농업 4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등 6개 법안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상당수 국민은 국회의원 수가 절대적인 민주당의 오만을 봤다는 것이다. 뒤이어 여론은 계엄 선포가 이재명의 민주당에는 잘못이 없었나는 것으로 이동했다. 총리와 감사원장, 이 대표 수사 검사 등 초유의 29번의 탄핵에 대한 회초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분위를 타고 보수 언론매체와 보수적이라는 여론조사업체들이 윤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놀랄 정도의 수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를 넘더니 40%대를 뚫고 50%대를 찍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30%대애 안착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사 문구'를 유리하게 했거니 하고 폄하했다. 하지만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주류 조사업체에서마저 비슷한 추세가 지속되자 민주당이 당황했고 급히 내놓은 것이 "과표집"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 주장은 빗나갔다. 최근 일주일 사이엔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서고 급기야 탄핵 기각 여론이 앞서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

급하니 설익은 정책을 내놓아 점수를 꺼먹었다.

이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실용 노선'을 걷는다며 지금은 성장이 중요하다며 퍼주기식 '기본 정책'을 내려놓겠다는 말까지 했다. 국민들이 어리둥절해 한다. 10년 가까이 주장하며 성장 발목을 잡더니 이제와서 정치적 목적으로 막 던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민노총 등도 반발하고 있어 집토끼도 잃을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기본정책 포기 언급에서 몇 년간 해온 '선동과 거짓과 꼼수'의 기시감을 본다는 여론도 많아졌다.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이다.

어쨌든 설 연휴 동안 모아질 여론은 적지 않은 변수로 큰 작용하게 된다. 만일 윤 대통령이 탄핵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위에서 언급한 변수들이 어떻게 여론에 접목될지 궁금해진다.

지금의 '과표집' 주장이 맞아떨어질지, 거꾸로 잘못된 주장과 판단이 될지 지금부터 여야가 하기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