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밤 10시 15분쯤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와 관련, 탑승객들은 저마다 혼란스럽고 무서웠던 긴박한 화재 순간을 전했다. 홍콩행 이 여객기는 이륙하기 직전이었다.

승객들은 화재가 기내 수화물 선반에 둔 짐에서 시작됐다고 증언했다.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에 화재가 발생, 화염에 휩싸여 있다. 소방 대원들이 화재를 진압 중이다. 항공기에 탑승해 있던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은 모두 탈출했다. SNS

29일 에어부산과 탑승객 등에 따르면, 여객기 뒤쪽 좌석에 앉았던 한 승객은 "수화물을 두는 선반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들린 뒤 조금 있으니 연기가 났다"며 "이 소리는 보조배터리나 전자 기기 그런 게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했다.

이 승객은 "승무원이 '앉아 있으라'라고 하고서 소화기를 들고 왔는데 이미 연기가 자욱하고 선반에서 불똥이 막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이어 "기내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면서 비상구 옆에 앉은 한 승객이 게이트(출입문)를 열었고, 승무원이 반대편 게이트를 열어 승객들이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불이 난 선반 인근 좌석에 있던 30대 부부는 "연기가 났을 때 승무원이 '고객님 안에 뭐 넣으셨어요?'라고 말한 뒤 갑자기 연기가 확 퍼졌다"고 말했다.

부산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이륙을 준비하던 에어부산 여객기 기내 뒤쪽 선반 위에서 에서 화염이 포착된 모습. YTN

또 40대 한 승객은 "불이 짐칸 선반 문 사이로 삐져나왔다. 불을 끄려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승무원이 열지 말라 했다"고 전했다.

이 승객은 "하지만 승객들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면서 나가려고 하면서 뒤엉켰다”고 했다.

기냐 앞쪽에 있었다는 한 승객은 "승객들이 전부 착석하고 벨트까지 맨 후 뒤쪽에서 '불이야' 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28일 밤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에어부산 여객기 동체 윗부분. 화재 잔흔이 처참하지만 엔진과 조종석은 타지 않았다. 박형준 시장 등 부산시 관계자들이 29일 오전 김해공항을 찾아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시

승무원들의 비상구 탈출 안내가 늦었고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화재 당시 탈출 안내 방송이 없었고, 비상문을 제때 열어주지 않아 승객이 직접 개문했다는 것이다.

한 여성 승객은 "비상구 쪽에 앉아 있었는데 비상구룰 열어달라고 해도 열어주지 않다가 탈출 슬라이딩이 펴졌고 그때 사람들이 속속 나와 대피를 했다”고 했다.

한 임신부 승객은 "세월호 사고와 제주항공 사고도 있었는데 승무원들이 '가만 앉아 있으라'며 소화기를 뿌리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불이 시작된 좌석 주변 승객을 나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짐 놓고 나가라'는 말도 없어 자기 짐 챙기는 승객과 탈출하려는 승객이 뒤엉겨 아수라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에어부산 측은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에 "긴박하게 상황이 이뤄졌다. 안내 방송할 시간적 여력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승객이 비상문을 열고 탈출을 시도했다는 말에는 "승무원의 협조 요청 하에 승객이 직접 비상구를 조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밤 10시 15분쯤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운 에어부산 여객기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비상용 슬라이드와 비상구 문을 열고 모두 탈출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소방차 68대와 인력 138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1시간 16분 만인 밤 11시 31분쯤 동체 윗부분 대부분을 태운 뒤 완전히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