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정연욱(60)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은 본래 중도보수 정당이었다"며 '중도 보수'를 표방하자 짧은 문구의 현수막으로 대응했다. 메시지가 간결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기자 출신이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부산 수영)이 지역구에 내건 ‘이재명, 중도 보수 국민의힘 입당합니까’ 현수막. 정 의원 인스타그램
이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 보수 정당이고, 국민의힘은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 가고 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이 대표의 이 발언에 곧바로 대응, '이재명, 중도보수 국민의힘 입당합니까'’란 문구를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재하고 같은 내용의 현수막도 지역구에 내걸었다.
이 현수막 문구는 지역에서 곧바로 화제가 되고 있다.
오랜 기자의 감으로 짧지만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이다.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서 하루에도 수 번의 핵심 주제를 뽑는다. 이를 야마라고 하는데, 산(山)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 대표가 반응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정 의원의 글 내용을 거론하며 "보수 참칭하는 가짜 보수당의 입당권유를 사양한다. 헌정 질서 파괴,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당이 어떻게 보수인가. 보수가 아니라 내란좀비당 같다"며 "극우범죄당에 입당할 생각 전혀 없으니 헛물켜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대응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걱정 말아요 그대'란 제목으로 "안 그래도 중도보수 코스프레 하는 분은 입당 자격 없다고 한다"며 일언지하 거절했다.
정 의원의 현수막 내용이 주목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될 무렵, '이재명은 안 된다'는 짧은 현수막을 내걸었었다.
당시 조국혁신당이 부산 수영구에 내걸었던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공범이다'는 현수막 내용의 맞대응 차원이었다.
당연히 논란이 이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나섰다.
선관위는 "조기 대선 입후보가 예견되는 이의 낙선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게시 불허를 결정했다.
이에 정 의원은 '선관위 섣부른 결정, 그럴 줄 알았다', '선관위는 공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지역구에 내걸었다.
이는 정치적,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됐고 민주당 등 야당의 현수막 문구와 형평성 논란으로 번졌다. 여론이 악화되자 선관위는 "실무진이 섣불리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애써 에둘러 설명하며 게시를 허용했다.
한편 정치권에선 선관위가 진보좌파 지향적이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사무총장과 차장을 포함해 간부 직원들이 자녀나 지인들을 불·편법으로 수없이 선관위에 취업시켜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일부는 구속됐다. 주요 자리를 법조인 출신들이 한 자리씩 꿔차고 앉아 수십 년 간을 외부 간섭마저 없다 보니 조직이 곪아터졌다는 비판과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잇단 선거 관리 부실로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여 왔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때는 계엄군이 서버를 조사한다며 중앙선관위에 들어가 불법 계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 국회
정 의원은 초선이다. 부산동고와 서울대 법대(공법학과)를 나와 동아일보에서 30여 년을 기자 생활을 하다가 논설위원을 끝으로 지난해 총선 때 정치에 입문했다.
그의 고교·대학 선배인 박수영 의원(부산 남)이 강경 보수 성향인 반면, 정 의원은 국회의 계엄 해제에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국민의힘 18명이 찬성표를 행사했다.
정 의원은 지난 2024년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져 당내 예비 후보 경선에 나섰다. 당시 유력 당선자로 꼽히던 당내 친윤(윤석열)계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대 때의 '난교 발언'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되자 공천됐었다.
이어 정 의원과 무소속으로 출마한 장 후보, 유동철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정 의원은 고전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50.33%란 상당한 득표율로 당선됐다.
정 의원과 이 대표 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이전에도 있었다.
정 의원은 총선 당시 이 대표가 수영구를 찾아 자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할 때 자신의 유세단이 인근에서 하던 유세를 멈추는 신사 매너도 보였다.
이 대표는 당시 유세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기본은 서로 이야기를 들어 주고 판단하게 하는 것"이라며 정 의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정 대표의 이 행동은 총선 당시 정치 품격을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총선 때의 이런 일련의 일 때문에 친윤과 친한(당시 한동훈 대표) 등 당의 계파 구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말을 듣는다.
정 의원은 "보수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정치인이 되겠다"며 "앞으로 격이 있는 정치, 막중한 책임감과 권한에 걸맞은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 중 남구의 박 의원이 강경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고, 해운대갑의 주진우 의원은 법률 분야에서 대 야당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정연욱 의원은 이들 '이재명 저격수'의 틀과 달리 오랜 기자 노하우를 살려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