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편집자 주
제267대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의 비공개 투표)'가 7일(현지 시각)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시작됐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된 2013년 이후 12년 만이고, 또한 선종(4월 21일)한 지 16일 만입니다.
추기경단은 135명 중 몸이 불편한 2명을 뺀 133명이 로마에 도착해 바티칸 시스티나 내에 있는 '산타 마르타의 집'에 모였습니다. 5개 대륙, 70개 국의 추기경들입니다. 모두 80세 미만입니다.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새 교황을 뽑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입니다.
라틴어의 cum(함께)과 clavis(열쇠)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됐는데 '열쇠로 잠근 방'을 의미합니다.
이 명칭은 13세기 교황 선출 비밀회의가 약 3년간 이어지자 성난 시민들이 성당 문을 열쇠로 잠가 추기경단을 감금하고서 선출을 독촉하면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추기경들은 콘클라베 교황이 선출될 때까자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채 3분의 2 이상 표(89명)를 얻는 추기경이 나올 때까지 매일 투표합니다.
당연히 휴대전화 등을 외부에 두고 들어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통신 신호 송출 시스템도 비활성화시킵니다.
투표가 끝나 시스티나 성당 지붕의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면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흰 연기가 나와야 새 교황이 결정된 것입니다.
지난 2005년과 2013년 콘클라베에서는 모두 투표 둘째 날 흰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의 콘클라베는 1996년 사도헌장에서 교황 선출 절차를 규정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헌장은 교황 선종 후 15~20일 이내에 콘클라베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5월 5일부터 10일 사이에 콘클라베가 열려야 하지요. 이번 7일은 이 기간 안의 날입니다.
7일 오전 10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단이 공동 집전하는 특별 미사가 열렸습니다.
오후에는 추기경단 단장인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의 인도로 추기경들이 시스티나 성당으로 이동해 투표에 앞서 비밀 엄수와 외부 개입 배제를 서약했습니다.
이는 과거 로마 귀족 같은 외부 세력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전통이라고 합니다.
서약이 끝나면 교황청 전례원장이 라틴어로 "외부인 퇴장"(Extra omnes)을 명령합니다.
이때 선거인단과 전례원장, 묵상을 집전할 추기경 1명만 남기고 외부인은 모두 시스티나 성당을 떠나고 '콘클라베'의 의미처럼 문을 걸어 잠금니다.
투표는 선임 순으로 기표를 마친 용지를 들고 제단으로 가 선서를 하고 용기에 넣는 방식입니다.
첫날에는 한 번(오후 4시30분)만 투표하고 둘 째날부터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씩 하루 4차례 투표를 합니다.
참석 추기경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교황이 탄생합니다.
새 교황이 뽑히면 추기경단 단장은 선출된 추기경에게 수락 여부와 앞으로 교황으로서 어떤 명칭을 사용할지 묻습니다.
이어 선거인단 수석 추기경이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나가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우리에게 교황이 있다)을 외쳐 새 교황의 탄생을 선언합니다.
이후 새 교황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전 세계인에게 첫 사도적 축복인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를 내리지요.
콘클라베는 투표 결과를 독특한 방식으로 알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보다 세세하게 알아봅니다.
하루에 두 번 굴뚝에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를 피우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알립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교황이 선출됐으면 흰 연기를, 선출되지 않으면 검은색 연기를 피웁니다.
이 방식은 1903년 콘클라베부터 도입됐습니다.
굴뚝에는 2개의 특수 난로가 연결돼 있는데, 하나는 투표용지를 태우고, 다른 하나는 연기 색을 조절하는데 사용됩니다.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선출 당시 회색빛의 연기로 혼선이 빚어지자 2005년 콘클라베부터 화학 물질을 사용해 연기 색깔을 또렷하게 했고, 교황 선출을 알리는 종도 같이 치도록 보완했습니다.
새 교황이 선출되지 않았을 경우 둘째 날부터 하루 두 번, 현지 시각으로 정오(한국 시각 오후 7시)와 오후 7시(한국시각 다음 날 새벽 2시)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정오와 오후 7시보다 일찍 연기가 피어오르면 교황이 선출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출이 안 됐으면 이 시각에 연기를 피우겠지요.
콘클라베는 교황 선종 후 15∼20일 사이에 열려야 하지만 언제까지 끝마쳐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콘클라베 사상 최장 기록은 13세기 클레멘스 4세의 후임 선출 때였는데 1268년 시작해 2년 9개월 2일이 지난 1271년 끝났습니다.
콘클라베의 어원이 유래된 것도 이때였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시민과 행정 당국자들이 성당 문을 잠가 추기경들을 감금하고 선거를 독촉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교황에 즉위한 그레고리오 10세는 이를 제도화했는데, 20세기 들어 교황 선출 시간은 평균 3일로 짧아졌습니다.
1922년 비오 11세 교황 선출 때 5일이 걸려 가장 길었습니다.
이번에 투표에 참여한 추기경 135명은 유럽 53명, 아시아 23명, 북미 20명, 아프리카 18명, 남미 17명, 오세아니아 4명입니다.
교황 후보 등록은 하지 않아 콘클라베 참석 추기경들은 총회에서 '3분 발언'을 통해 각자의 비전과 교황상을 공유해 이 발언이 교황 선출에 큰 영향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