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는 일상에서 소소해 지나치는 궁금한 것들을 찾아 이를 흥미롭게 설명하는 코너를 마련합니다. 유레카(eureka)는 '알았다!'라는 뜻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8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국내 언론들이 21일 오전 일제히 교황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쓴 내용입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니면 '선종'의 뜻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이 돌아가실 땐 '사망하다'라고 쓰고 별세하다, 작고하다, 영면하다, 타계하다 등으로 두루 사용하지요.

교황은 세계 가톨릭 교회의 최고 목자(牧者)이자 영적인 스승입니다.

가톨릭, 즉 천주교에서는 교황의 돌아가심을 최고 수준의 대우인 '선종(善終)'으로 칭합니다. '선생복종(善生福終)'의 준말인데 '성사(聖事)를 받아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 '착하게 살다 복되게 생을 마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황 말고도 주교(한 교구를 관할하는 교직), 수도자(수사나 수녀)가 사망했을 때도 씁니다.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제공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죽음의 호칭'을 알아봅니다. 너무 많아 간추립니다.

일상에서 가끔 하고 듣는 대표 별칭은 사망(死亡), 별세(別世), 임종(臨終), 운명(殞命), 타계(他界), 작고(作故), 영면(永眠), 영결(永訣), 절명(絶命), 서거(逝去), 귀천(歸天)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이 말고도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하직(下直), 승하(昇遐), 선서(仙逝), 기세(棄世), 하세(下世), 영서(永逝), 졸(卒), 몰((沒), 폐(廢)도 있습니다. 옛날 왕조 시대에서 쓰는 것입니다.

부고 용어의 다양함은 이생과 이별한 분들에 대한 예를 갖춘다는 뜻에서 많이 만들어낸 것 같습니다. 몇 백 개가 된다고 하더군요. 따라서 '한끗 차이'로 구별한다는 게 애매하긴 합니다.

사망 외엔 대체로 존경할만한 분에게 붙여 씁니다.

죽음을 폄훼하는 용어도 있지만 여기선 다루지 않습니다.

언론 등 일상에서 많이 쓰는 별세(別世)는 다를 별(別), 세상 세(世)의 풀이처럼 '세상과 이별한다'는 뜻입니다. 보통 윗사람에게 가장 많이 쓰는 용어입니다.

별세란 용어와 관련해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했을 때 언론에선 '별세'라고 쓴 곳이 대부분이지만 일부 매체에선 '사망'으로 격식을 갖추지 않고 부고 기사를 썼습니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한다면 서거(逝去)나 타계(他界) 등으로 더 높였겠지요.

서거의 뜻은 사거(死去·죽어서 세상을 떠남)의 높임말로 대통령과 같은 정치 지도자나 종교 지도자, 위대한 예술가 등 비범한 인물의 죽음에 사용합니다. '타계'도 비슷한 수준의 경칭으로 쓰는데, 다를 타(他), 경계할 계(界)로 '인간 세상을 떠나 다른 세상으로 간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에 큰 기여를 했거나 지명도가 높은 인물에 씁니다.

경칭인 '작고(作故)'는 지을 작(作), 연고 고(故)로 '인연을 끊고 고인이 되었다'는 뜻인데 일상에선 서거나 타계보다 조금 낮은 정도로 쓰는 듯합니다.

죽음의 용어는 종교적으로도 구별됩니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죽음을 신의 뜻으로 맞이하는 것으로 보고, 반면 불교와 힌두교는 죽음을 깨달음과 해탈을 넘어선 경지로 봅니다.

천주교나 기독교에선 선종(善終)이나 승천(昇天), 소천(召天)을 씁니다. 천주교나 기독교에서 서로 이들을 두루 차용해 쓰기도 한다고 하네요.

두 쪽을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천주교(가톨릭)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일반적으로 '선종'을 씁니다.

'선종은 지난 1880년 국내에서 처음 간행된 '한불자전(韓佛字典)'에 표제어로 수록돼 공식화 됐습니다. 이후 가톨릭 신자나 신부, 주교의 죽음을 모두 선종으로 표현했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인 2005년 선종과 서거가 혼용되기도 했지만,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이후 '선종'으로 칭한다고 공식화 했지요.

기독교(개신교)에서는 '소천(召天)'을 많이 씁니다. 부를 소(召), 하늘 천(天)으로 '하느님이 부른다', 즉 '소천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소천하셨습니다"라고 씁니다.

불교(불가)에선 사망을 열반(涅槃), 입적(入寂), 입멸(入滅), 멸도(滅度) 등으로 쓰고 유교(유가)에서는 역책(易簀), 결영(結纓), 불록(不祿) 등의 표현이 있습니다.

열반이나 입적은 큰스님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쓰여 낯설지 않습니다.

유가에서의 죽음 용어는 기자도 처음 듣는 것들입니다.

'역책(易簀)'은 바꿀 역(易), 살평상 책(簀)인데 '예기'의 단궁편(檀弓篇)에 나오는 학덕이 높은 사람의 죽음이나 임종을 말할 때 씁니다. 증자(曾子)가 운명하기 전 일찍이 계손(季孫)에게 대자리를 받아 누워있었는데 자신은 대부가 아니어서 이 대자리를 깔 수 없다며 다른 자리로 바꾸게 한 뒤 사망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합니다.

'결영(結纓)'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맺을 결(結), 갓끈 영(纓)으로 갓끈을 고쳐 맨다는 의미입니다. 자로(子路)가 위(衛)나라 난리에 싸우다가 적의 창에 맞아 갓끈이 끊어지자 "군자는 죽을 때에도 갓을 벗지 않는다"며 갓끈을 고쳐ㅍ맨 뒤 죽었다는 데서 유래합니다.

또 '불록(不祿)'이란 아닐 불(不), 복 록(祿)으로 죽음을 신분에 따라 나눈 5등급 중의 하나입니다. 이른바 ▲천자(天子)는 붕(崩) ▲제후는 훙(薨) ▲대부(大夫)는 졸(卒) ▲선비는 불록(不祿) ▲서인(庶人)은 사(死)라고 합니다.

'예기'의 곡례(曲禮)에서는 젊어서 죽은 것을 '불록(不祿)'이라고 하고, 오래살다가 죽은 것을 '졸(卒)'이라고 합니다.

앞서 소개한 한자어 사망 용어 외에 우리말로 '숨지다(사망하다)', '돌아가시다'에다 '하늘나라로 가다', '밥 숫가락 놓다'도 넣을 수 있습니다.

■혼돈되고 잘못 쓰는 사례

#향년

언론의 부고 기사를 보면 향년(享年)이란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살아 생전의 나이' 곧 '죽은 이가 이 땅에서 향유한 수명'을 말합니다.

살아 있는 부모 등에게 잘못 적용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이 "자네 아버님 연세가 어찌 되시나"라고 물었는데 젊은이가 "향년 54세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경우이지요.

이어 어른이 "그럼 돌아가신 지는 얼마나 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다음 상황은 황당해집니다.

"회사에 다니시는데요".

이 젊은이는 향년(享年)이란 단어를 나이의 높임말인 연세(年歲)나 춘추(春秋)와 같은 뜻으로 알고 한 말입니다.

다시 말해 향년은 '망자의 살아 있을 때 나이'입니다. 이 땅에서 향유하던 수명, 즉 나이를 말합니다.

#'운명을 달리하다'

신문 기사에서 '운명(殞命)을 달리했다'는 표현을 '유명(幽明)을 달리했다'로 해야 옳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예컨대 '암 투병 끝에 운명했다'로 써야 한다는 것이지요.

운명(殞命)은 죽을 운(殞), 목숨 명(命)으로 '사람의 목숨이 끊어진다'는 뜻인데 다시 '달리했다'를 붙여선 안 된다는 것이지요.

유명(幽明)은 그윽할(어두울) 유(幽), 밝을 명(明), 즉 어둠과 밝음입니다.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은 '생'과 '사'를 달리했다는 것이지요.

다시 구체적으로 구별하면 '유(幽)'는 어둠, 밤, 죽음, 저승, 악, 무형, 어리석음을 뜻하고 '명(明)'은 밝음, 낮, 삶, 이승, 선, 유형, 지혜로움 등을 의미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어떤 분이 주장하는 내용을 소개합니다.

이 분은 명복(冥福)이란 용어가 돌아가신 분에게 하는 추모 말이어서 뜻으로나 진정성에서도 무성의한 예법이라고 합니다.

'명복(冥福)'은 어두울 명(冥), 복 복(福)으로 '죽은 뒤에 저승에서 받는 복'을 의미입니다.

'명복(冥福)을 빈다'는 말은 죽은 사람의 행복을 비는 말입니다. 서방정토(西方淨土·서쪽으로 십만 억(億)의 국토를 지나면 있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의 세계)에 가서 극락왕생 하도록 기원하는 불사(佛事)를 행하는 일이지요.

이 분은 '고인의 명목을 빈다'는 것과 비슷한 말인 ▲'고인의 별세를 애도합니다' ▲'고인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고인의 영면을 추모합니다'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는 등으로 고인의 생전 신념과 가졌던 종교에 따라 선택해 사용할 것을 권했습니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달리 선택해 쓰자는 주장인데 일리가 있습니다.

이 분은 특히 기독교인이나 천주교인에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큰 결례라고 합니다. 불교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죽은 이의 명복을 빕니다'는 무간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인 지장보살과 관세음보살에게 기도를 하는 천도(薦度)의 발원(發願)을 의미합니다.

평소 별 생각없이 쓰는 경우가 많은데, 종교인 문상을 가기 전에 먼저 짚어봐야 할 대목입니다.

※다시 한번 더 일상에서 보통 쓰는 사망의 별칭을 소개합니다.

사망(死亡): 가장 일반적인 죽음을 뜻하는 용어

별세(別世): 윗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사용하는 높임말

운명(殞命): '사망', '별세'와 함께 사용하는 용어

영면(永眠): 영원히 잠든다는 의미

타계(他界): 인간계를 떠나 다른 세계로 간다는 뜻

서거(逝去): 죽음을 높여 부르는 말

작고(作故): 사망의 경칭

졸(卒): 생을 마쳤다는 뜻

몰(沒): 격식을 갖춘 죽음 용어

폐(廢): 고꾸라져 죽는다는 뜻

승하(昇遐): '아득히 먼 곳으로 오르시다'로 천자와 왕에게 사용

전사(戰死): 전쟁에서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