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희망보트'와 부산 지역 장애인연합회가 부산 기장에서 주최한 '세계라면축제'가 운영 부실 등으로 방문객들의 불평을 샀다. 축제는 지난 2일 시작돼 11일 끝났다.

12일 부산시와 기장군 등에 따르면 '2025 세계라면축제'는 5월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 기장군 기장읍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열렸다.

이번 축제는 지난해 11월 열려 17만 명이 방문해 성공을 거둔 '구미라면축제'를 벤치마킹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 축제는 구미시와 구미에 생산공장이 있는 농심이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 축제는 비영리법인 '희망보트'와 부산 지역 16개 구·군 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에서 주최하고, 인터넷 매체이 펜앤마이크와 송엔터테인먼트가 주관했다.

왜 좋은 축제 소재를 갖고 치른 행사가 거센 비난을 받았을까?

주최 측은 축제 기간 10일 동안 국내 라면업체를 비롯한 일본, 태국, 베트남, 미국 등 세계 15개국 2200여 종의 라면 브랜드가 참여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행사에는 국내의 농심라면 2종과 태국 라면 5종 등 많아야 10여 점의 라면 브랜드만 선보여 방문객들의 실망을 샀다. 이마저 주최 측이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입점했던 푸드트럭들이 자체 조달하기도 했다.

애초에 국내외 라면 브랜드들과 공급 협약을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최 측인 '희망보트' 관계자들이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축제 티켓 판매가 중단됐고 9일부터 무료 입장으로 전환됐다.

부실 운영 논란으로 축제 기간 중 썰렁한 모습의‘2025 세계라면축제’을 이달 2일 개막해 11일까지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 보이고 있다. 독자 제공

행사의 주인격인 라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반찬인 김치나 단무지 등도 준비되지 않았다.물과 음료는 카드 결제가 안돼 현금이나 계좌 이체만 가능했다.

주최 측에서 계약금을 주지 않아 초청 가수 공연 등은 전부 취소됐다. 주최 측이 야심차게 마련하누 상금 2억 원의 '라면 파이터'와 6500만 원이 걸린 가요제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주차비도 1만 원으로 비샀다. 주최 측인 희망보트가 주차장 관리권을 한 업체에게 3천만 원에 팔았고, 논란이 커지자 이 업체도 행사 중 철수했다.

참가비 1만 원을 내고 축제장을 찾은 참가자들은 이러 총체적 부실에 인터넷에 5점 만점에 0.7점의 평점을 주며 혹평을 쏟아냈다.

방문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라면 없는 세계라면 축제', '세계라면축제가 아니라 세개 라면 축제다', '온수가 세수를 해도 될 정도로 미지근해 라면을 끓일 수 없었다','입장료 1만 원 내고 난민 체험 했다', '우리집 라면 수가 더 많겠다'는 등의 비난 후기가 쏟아냈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주최 측인 희망보트는 사태 수습을 하지 못하고 행사 기가 중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축제 참여 업체들은 제품 제공 등의 대금을 받지 못한 채 철수해 사실상 축제는 조기에 막을 내렸다.

수익금 60%를 기부하겠다고 홍보한 주최자 희망보트 측에서는 라면 통관이 50%밖에 되지 않아 수급이 어렵다고 해명하면서 어떻게든 11일까지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아후 주최 측은 2025년 세계라면축제 조직위원회 일동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2025년 세계라면축제 조직위원회 일동 명의로 공식 사과문

부산 기장에서 주최한 '세계라면축제' 관련 기관 단체들

축제가 이처럼 파행이 되자 주최 기관과 후원 기관인 부산시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와 부산시의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참여연대와 건강사회복지연대는 "축제는 주최 측과 인터넷 언론사 등이 이권을 목적으로 추진돼 의혹과 비난이 크게 일고 있다"며 부산시의회의 후원을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는 후원 명칭 사용 허가를 취소했는데 부산시의회만 후원 결정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부산시의회는 후원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산시의회와 부산시장애인지역법인연합회는 "행사의 기획과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이름만 빌려줬다"고 밝혔다. 시의회 관계자는 "시민단체나 민간단체에서 행사 후원 기관이 돼 달라고 하면 거절하지 못한다"며 "주최 측과 인터넷 매체의 거듭된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주최자인 '희망보트' 웹사이트에는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하는 비영리단체, 문화콘텐츠 제작, 청소년 지원, 장애우 지원, 시니어 지원, 연예인 재능기부'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영리 법인에, 인터넷 쇼핑몰로 등록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웹사이트는 접속이 안 된다.

공동 주관사인 펜앤마이크 관계자는 "우리는 이름을 빌려주고 광고홍보대행 계약을 했지만 돈을 받지 못한 상황이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또 기장군은 민간업체 행사여서 신고나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세계라면축제 홈페이지에는 부산 지역 국회의원 18명 명의의 축전도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축제는 애초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축제는 지난 4월 4~13일 부산 북항재개발 지역에서 열기로 했다. 하지만 부산시설공단은 주최 측이 술을 팔 수 없는 구역인데도 주최 측이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제출한 축제 계획서 내용과 달라 사용 허가를 취소해 기장군으로 옮겨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