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탭에 절대 에어컨 전기 플러그 꽂지 마세요"
전국에 40도를 넘나드는 폭염과 열대야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냉방기기 관련 화재 특별주의보가 내려졌다.
에어컨·선풍기 등의 과열 사용으로 가정에서 많이 사용 중인 멀티탭(여러 개의 전기 플러그를 꽂을 수 있도록 만든 이동식 콘센트)과 낡은 전선 등에서 과부하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산에서는 전기 플러그에서 난 것으로 추정되는 불로 4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서울시소방재난본부는 10일 지난 5년(2020~2024년) 동안 발생한 화재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매년 7~8월에 '전기적 요인'에 따른 화재가 자주 발생했다. 7월 924건, 8월 919건 등 5년간 7036건의 화재 중 26.2%(1843건)가 7~8월에 났다.
멀티탭(문어발식 콘센트)을 사용해 화재가 발생한 사례.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에어컨디셔너 본체에서 화재가 발생한 주택. 서울시소방재난본부
다만 지난 5년간 전체 화재 건수(2만7760건) 중 7~8월 일어난 화재는 16.2%(4479건)로 여름이 겨울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전기적 요인' 화재 건수만 보면 7~8월에 가장 많이 차지한다.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각종 냉방기기를 가동하면서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방기기 화재 중 '전기적 요인' 화재는 191건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접촉 불량에 의한 단락 72건(37.7%) ▲미확인 단락 41건(21.5%) ▲전선 등의 절연 성능 저하 40건(20.9%) 순으로 많았다.
여름철에는 주거시설 발생 화재도 가장 많다.
총 1만 586건의 주거시설 화재 중에서 7월에 발생한 화재가 1002건으로 9.5%를 차지하고, 8월(927건)이 8.8%로 뒤를 잇는다.
특히 '문어발식' 멀티탭은 여름철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개의 콘센트에 여러 개의 전자기기를 동시에 꽂으면 전류가 과도하게 몰려 열이 발생한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의 한 아파트에서 9세, 6세 아이의 목숨을 앗아간 화재는 스탠드형 거실 에어컨이 연결된 2구짜리 멀티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장에서 멀티탭 피복이 벗겨진 단락 흔적이 발견됐고, 이 멀티탭에는 에어컨뿐 아니라 실외기도 함께 꽂혀 있었다.
멀티탭 외형이 멀쩡해 보여도 내부 배선이 노후했을 수 있다. 플러그를 뽑았을 때 탄 자국이 있거나 플라스틱이 눌린 흔적이 있으면 곧바로 교체해야 한다.
권혁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최근 발생한 가정의 화재 원인이 냉방기기와 연결된 낡은 멀티탭에 의한 화재로 추정되는 만큼 냉방기기 멀티탭 점검,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자제, 에어컨 실외기 주변 가연물 제거 등 여름철 냉방기기·전기 사용 안전 수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소방청은 “폭염에서 냉방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노후한 전기 설비를 사용할 경우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