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학기 중 교수 신분으로 총선 나선 것으로 알려져 대학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립대 상담·인간발달학과 조교수로 재직했었다.

13일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강 후보자의 저서와 이력, 경력증명서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강 후보자의 사우스다코타 주립대 재직 시기는 그가 20대 총선에 출마했던 시기(2016년 3~4월)와 겹친다.

사우스다코타 주립대는 봄학기를 1월 중순 시작해 5월 초·중순에 마무리되는 학기제를 채택하는 대학이다. 강 후보자가 수업을 맡았다면 총선은 봄학기 수업 중 치러진 것이다.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국회방송의 제21대 국회 '300인의 희망인터뷰'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국회방송

이 시기 미국 대학 강의평가 사이트인 ‘레이트마이프로페서’(ratemyprofessors)에는 강 후보자의 수업에 여러 개의 강의 평가가 달렸다. 2016년 5월 17일에는 ‘(강 후보자가) 집안일이 생겨서 일주일에 한 번 수업을 온라인 과제로 (대체)했고 대면 강의는 하지 않게 됐다’ ‘궁금한 점이 있어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3월 28일에는 강 후보자의 수업에 ‘선생님은 요점을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한 달 동안 수업을 취소했지만 그냥 수업을 들었을 때보다 숙제가 더 많았다’는 평가가 달렸다.

강 후보자는 이 즈음 사우스다코타 대학의 ‘아동기 인간 발달과 성격’ 과목을 맡았던 것으로 보인다.수강생들은 강 후보자의 집안일과 ‘한 달 수업 취소’를 언급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만 강 후보자가 총선에 출마한 시점에서 2016년 봄학기 수업을 맡았는지는 확실치 않다.

한 의원실은 강 후보자에게 이 대학 재직 시의 '연도별 강의 내역, 출입국 기록, 교수 월급명세서' 등을 요청했지만 강 후보자는 "연도별 강의 내역은 보유하고 있지 않고 출입국 기록은 개인정보 등 사유로 제출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2016년 3월 초 더불어민주당에 비례대표에 신청해 그 즈음부터 한국에 체류한 것으로 알려져 대학 수업을 맡기 어려웠거나 수업을 맡았더라도 최소한 현장 강의는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는 2023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엄마, 심장을 따라서 가!'에서 "20대 총선이 넉 달 앞이었다. 비례대표를 신청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가장 중요한 공모 기간을 읽었다. 2016년 3월 2일(수) 9시~3월 4일(금) 오후 6시까지 겨우 3일간이었다"라고 적었다.

강 후보자는 3일 사이에 한국으로 향했다고 적었다.

저서에서는 "당장 서울로 가는 가장 빠른 비행기표부터 알아봤다.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기소개서와 의정활동 계획서를 썼다"(67~69쪽)고 했다.

강 후보자는 총선 기간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운동에 동행했고 비례대표(29번)에 당선되지 못한 뒤에는 5월 부대변인 활동을 했다고 저서에 썼다.

그는 "유세단이 전국을 도는 동안 단 하루도 결석 없이 매일 참여했다"며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내 얘기에 민주당에서는 부대변인을 맡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72~74쪽)고 했다. 강 후보자가 당 부대변인에 임명된 날짜는 2016년 5월 11일이다.

한 의원이 입수한 사우스다코타 주립대 내부 규정에는 정치 활동을 업무 시간과 분리하고, 대학의 학사 운영에 영향이 없도록 할 의무가 명시돼 있다.

또 대면-온라인 등 강의 형식과 평가 방식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학생에게 사전 고지하고 학과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한 의원은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하지 않아 2016년 봄학기 수업 개설 여부 등 여러 의혹을 추가 검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기 중에 한국으로 귀국해 소속 대학의 규정 위반을 했다면 책임감 있게 행정조직을 이끌어야 할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강 후보자는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인간발달·가족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2년부터 2016년 8월 21일까지 사우스다코다 주립대 상담·인간발달학과 조교수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