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 미국 LA FC로 옮긴 손흥민(33)의 이적료가 360억~375억 원 수준에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달았던 등번호 '7'도 그대로 쓴다.
8일 토트넘이 있는 영국 언론 매체에 따르면, 영국 공영방송 BBC는 지난 4일(한국 시각)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LA FC가 손흥민 영입을 위해 (영국 화폐로) 2000만 파운드(368억 원)를 지불할 계획이다. 이는 LA FC 역대 최고 이적료"라고 보도했다. BBC는 "이적료가 2250만 파운드(약 409억 원)를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영국 '토크 스포츠(talkSPORTS)' 벤 제이콥스 기자는 6일 "LA FC가 토트넘에 2700만 달러(약 375억 원)를 지불한다. MLS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유력 스포츠매체인 ESPN도 "약 2600만 달러(약 360억 원)의 이적료가 발생한다"고 보도했고, ESPN과 미국의 양대 스포츠 매체인 디어슬레틱(The Athletic)도 "LA FC가 손흥민의 이적료로 2650만 달러(약 367억 원)를 지불할 예정"이라고 했다.
손흥민이 6일(현지 시각) 미국 LA BMO 스타디움에서 로스앤젤레스 FC(LA FC) 입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LA FC SNS
이들 매체가 보도한 이적 금액은 코트디부아르 공격수 에마뉘엘 라테 라스(26)가 지난 2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받은 종전 최고인 2200만 달러(약 305억 원)를 가뿐히 넘어섰다.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2년 전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마이애미로 옮길 때는 이적료가 없었다. PSG에서 계약 기간 2년을 다 채워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토트넘이 2015년 8월 손흥민 영입을 위해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에 지급한 이적료는 당시 아시아 선수 최고인 2200만 파운드(약 405억 원)였다.
당시 손흥민은 당시 유럽 5대 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검증을 마친 23세의 전도유망한 윙어(Winger·측면 공격수)였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1군에 데뷔한 뒤 3시즌 78경기에서 20골을 넣었고, 이후 이적한 레버쿠젠에서도 87경기에서 29골을 뽑아 유럽 축구계가 주목하는 신예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손흥민은 2015년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에 입단한 뒤 10년간 454경기에서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21~2022시즌 득점왕과 2019~2020시즌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수상했다.
특히 프로축구 선수 생활 중 유독 우승과 인연이 없다가 지난 5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1-0으로 꺾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손흥민을 떠나 보낸 영국에서는 손흥민이 토트넘 10년간 쌓은 성적과 함께 품성까지 들먹이며 찬사를 이었다.
영국의 '풋볼 인사이더(Football Insider) 소속으로 토트넘 내부 소식에 정통한 폴 오키프 기자는 3일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에 손흥민의 A매치 경기와 함부르크 시절부터 넣은 가장 멋진 32골을 추려 2분 17초간 조명하며 "왼발, 오른발 그리고 환호성. 이런 선수가 지난 10년간 우리 축구 클럽에 몸담은 건 정말 영광이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 존경과 품위를 담은 헌사까지 적어보낼 수 있게 된 것도 대단한 영광"이라며 아시아의 위대한 골게터를 예우했다.
이 영상에서 담긴 손흥민의 원더골(wonder goal·놀랄 정도로 멋지게 넣은 골)에는 ▲EPL 2018~2019시즌 첼시전에서 오른쪽 터치라인을 폭풍 질주해 터뜨린 시즌 1호골 ▲2018 러시아 월드컵 멕시코와 조별리그 2차전 벼락 중거리포 ▲2022년 9월 '13분' 만에 해트트릭(3득점)을 기록한 레스터시티전 골 ▲2021~2022시즌 아시아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 등극을 확정한 노리치시티전 23호 중거리포 등이 담겼다.
영상의 대미를 장식한 골은 세계 축구팬 뇌리에 박혀 있는 이른바 '마라도나 골'이었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60m를 혼자 드리블을 하며 잉글랜드 수비수 5명을 제치고 골을 넣었다.
손흥민은 2019년 12월 7일 번리 FC전에서 토트넘 골에어리어 근처에서부터 무려 70m를 질주해 골을 넣었다. 11초 동안 상대 선수 6명을 제치고 넣은 환상적인 골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손흥민은 이 골로 EPL 2019~2020시즌 올해의 골과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손흥민은 LA FC로 이적하면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은 최전성기가 아니고 미국 MLS는 잉글랜드 EPL에 비해 축구 시장과 이적료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지만 LA FC는 손흥민에게 흔쾌히 거액을 내밀었다.
로스엔젤레스(LA)에는 한국 교포가 많이 살고 있고, 아직 건재한 손흥민의 골 결정력에다 인성까지 좋아 충분한 흥행을 할 수 있다고 LA FC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 정부의 인구조사인 '2020년 센서스'에 따르면 LA 카운티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는 56만 415명(혼혈 포함)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 가운데 LA 카운티 23만여 명, 오렌지카운티 11만 6000여 명이 산다. 유학생과 일반 체류자 등은 제외된 수치다.
무엇보다 미국의 MLS는 이미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2023년 7월 입성해 시장성과 인지도가 급속히 팽창 중이다.
토트넘 동료 선수와 코치진이 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토트넘과 뉴캐슬과의 경기가 끝난 뒤 팀을 떠나는 손흥민을 헹가래치고 있다. 토트넘 SNS
한편 손흥민은 지난 2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다음 날 프리시즌 아시아투어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와의 친선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의 작별을 선언했었다.
손흥민은 이 자리에서 "새 소속 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을 가진 팀을 고를 것"이라며 미국행을 암시했었다.
손흥민은 뉴캐슬 전에서 선발 출전해 후반 19분까지 64분을 소화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