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국이 러시아 민간 용병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전용기 추락 사망은 암살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비행기는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게 아니라 기내에 설치된 폭탄의 폭발에 의해 추락했다고 분석했다.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4일(현지 시각) 브리핑에서 "지대공 미사일이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믿을 만한 정보는 발견하지 못했다. 어떻게, 왜 추락했는지 더는 정보가 없다"고 말했다.

용병 프리고진이 지난 6월 러시아 군 수뇌부와 대화하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지난 6월 24일 바그너그룹의 프리고진이 남부군사령부 본부를 떠나고 있다. 트위터 영상 캡처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매체들은 미국과 영국 정보·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기내에 설치된 폭탄 폭발로 암살했을 것으로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수사관들의 말을 인용해 "항공기 뒤쪽 화장실 근처에서 미리 설치된 1~2개의 폭탄이 터졌을 것"이라 추정했다.

NYT는 비행 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 레이더 24'와 전문가 의견을 인용해 기내 폭발 원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프리고진이 탄 전용기가 추락하기 몇 분 전에 내부에서 적어도 한 차례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23일 오후 6시 19분쯤 고도가 갑자기 떨어졌다. 항공기가 한 동안 공중에 머물다 약 48km 하늘에서 자유 낙하했다.

전문가들은 갑작스러운 낙하와 잔해를 봤을 때 기계적 결함보다 폭발이나 그로 인한 항공기의 갑작스러운 파손이 사고 원인이 됐을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안 윌리엄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담당 부국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항공기가 공중에 떠 있는 동안 어떤 구조적 손상을 입지 않았다면, 이렇게 잔해가 널브러져 있는 범위가 넓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적어도 항공기의 결함과 기계 오작동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을 사망 배후에도 추측이 무성하다.

러시아 국방부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의 움직임이 제기됐다.

러시아 내 대표적 반(反)푸틴 인사인 일리야 포노마레프 전 러시아 의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새 공군 사령관을 임명한 직후 프리고진이 탄 항공기가 추락했다"며 "푸틴이 보복하도록 직접 명령하지는 않았지만, 쇼이구가 (알아서) 보복에 나선 것"이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군이 아닌 연방보안국(FSB)을 활용했을 것이고, 러시아 영내에서 일을 벌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푸틴은 프리고진에게 신변 보장을 약속했고, 그를 활용할 생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