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가 '안전'을 이유로 가수 이승환(59) 씨의 공연장 대관을 취소한 가운데 김장호 구미시장이 이 씨에게 60을 앞둔 나이를 거론해 화제가 됐다.
60은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한다는 '이순(耳順)'이다. 환갑(61세) 직전의 나이다.
김 시장은 "이승환 씨의 개인적 정치적 성향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이 씨도 나이가 60이다"이라며 "전국 공연이 있으면 정치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상황과 시민 분열에 대해 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장호 구미시장. 구미시
그는 이어 "인생을 살 만큼 산 분이고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예견 가능한 일들임에도 이런 것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시장은 "제 개인적인 입장이지만 상도의라는 게 있다. 예컨대 친구가 결혼식에 사회를 부탁을 받아서 했을 때 대개 결혼식을 가기 전에는 장례식장이라든지 이런 데를 삼가는 그런 우리나라의 전통과 상도의가 있다"고 했다.
김 시장은 이 씨보다 네 살 아래다. 이 씨는 1965년생이고, 김 시장은 1969년생이다.
앞서 김 시장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25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승환 콘서트를 시민과 관객의 안전을 고려해 취소한다”며 “이는 구미시문화예술회관 운영조례 제9조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일 이 씨 측에 안전 인력 배치 계획 제출과 '정치적 선동 및 오해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청했지만 이 씨 측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첨부된 서약서에 날인할 의사가 없다'는 분명한 반대 의사를 서면으로 밝혀왔다"고 했다.
김 시장은 또 "지난 10일 이 씨의 기획사에 정치적 선동 자제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이 씨는 지난 14일 경기 수원 공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되니 좋다'라며 정치적 언급을 한 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씨 측은 구미시의 공연 불가 결정을 '핑계'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 씨 측은 "원고는 드림팩토리, 가수 이승환, 공연예매자 100명 등 총 102명"이라며 "피고는 구미시가 아니라 김 시장 개인의 위법한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개인에게 배상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했다.
청구 금액은 이 씨의 경우 1억 원을, 공연예매자의 경우 1인당 50만 원을 청구하고, 드림팩토리의 경제적 손해까지 더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환 35주년 콘서트 포스터. 인스타그램
이 씨는 지난 25일 자신의 SNS에 "구미 공연 취소의 이유가 '안전'이 아닌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제 공연을 위해 헌신하는 스태프들과 밴드 멤버들은 공연 취소의 또 다른 피해자들"이라며 "23일 공연기획사 '하늘이엔티'는 '드림팩토리'(이 씨 소속사)의 요청을 받아들여 미약하나마 피해를 보상키로 했다"고 말했다.
음향팀, 조명팀, 구조물팀, 헤어메이크업팀, 영상장비팀, 무대 크루, 테크니션, VJ팀에게는 견적의 40%, 밴드 멤버들에게는 세션비의 50%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했다.
음악인 노동조합인 뮤지션유니온은 전날 성명을 통해 "이 씨의 콘서트를 '보수 단체와의 충돌 우려'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이는 아티스트와 공연 스태프의 생계를 위협하고, 팬과 관객의 공연 향유권까지 침해하는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구미시청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는 지난 19일부터 이 씨의 공연 취소 항의 글과 김 시장의 결정 지지 글이 동시에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