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볕이 내리쬔 17일 오전, 고즈넉한 허삼둘 고택 뜰에 웃음꽃들이 피어났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신랑과 신부가 가족과 이웃들의 축복 속에 인생의 새로운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부부의 결혼식은 함양문화원에서 마련한 '꼬신내 풍기는 잔칫날' 전통혼례 행사다.

전통혼례의 주인공은 늦은 나이에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부부다. 야외에서 가족과 함께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꿈이었던 이들은, 함양문화원 누리집에서 전통혼례 신청 공고를 보고 주저없이 문을 두드렸다.

함양문화원이 지난 17일 마련한 '꼬신내 풍기는 잔칫날' 전통혼례 행사. 이날의 신랑신부는 늦은 나이에 인생의 반려자를 찾은 부부다.

신랑은 유년 시절을 함양에서 보내고, 성인이 되어 도시로 떠나 사회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고향에 홀로 남은 어머니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인생의 방향을 다시 고향으로 돌렸다.

“어머니가 아직 저를 기억해 주실 때, 행복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신랑의 속깊은 말에는 효심과 가족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결혼식 설렘과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교차한 이날, 신랑과 신부는 전통 예법에 따라 맞절을 하고 백년가약을 했다. 고택 마당을 메운 하객들은 밝은 웃음과 따뜻한 박수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이날 전통혼례의 주인공 신랑과 신부는 “좋은 단짝을 만나 가장 행복한 시기에 특별한 혼례를 올리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며 “앞으로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며 '꼬신내' 나는 부부로 살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정상기 함양문화원장은 “오늘, 이 전통혼례가 단순한 결혼식을 넘어 가족애와 삶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전통문화와 정서를 잇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함양문화원은 국가유산청이 추진하는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으로, 전통혼례 문화를 알리고 고택의 문화적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꼬신내 풍기는 잔칫날’ 전통혼례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궁금한 사항은 함양문화원(055-963-2646)으로 문의하면 된다.

■추가 사진

신랑신부의 가마 탄 옛 모습을 재현한 모습

신부 입장 모습

신랑신부가 부모님께 폐백을 드리고 가념사진을 찍고 있다.

신부가 현대식 결혼식 때처럼 부케를 지인에게 던지고 있다. 이상 함양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