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전화번호는 신고 접수 10분 이내에 차단된다. 새로 출시되는 휴대전화에는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이 기본 탑재된다.

외국인의 휴대전화 개통은 한 개 여권에 1회선으로 제한된다. 휴대전화를 불법 개통한 판매점은 한 차례만 적발돼도 이동통신사와의 계약이 해지된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그동안 '범정부 보이스피싱 대응 TF(태스크포스)'에서 마련한 이 같은 내용의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TF에는 국무조정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대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이 참여했다.

불법 스팸, 악성 앱 3중 차단체계. 국무조정실

정부는 앞으로 금융기관에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할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기관의 직접적인 책임이 확인되지 않아도 피해액의 일부나 전부를 배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영국,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가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금융기관의 '무과실 책임'을 인정하는 것을 참고해 연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허위 신고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수사 당국과 피해 사실 확인을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등 고도의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춘 금융사들이 책임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금융위는 또 금융사에 보이스피싱 예방 및 대응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문성 있는 인력 배치를 의무화한다. 금융감독원은 피해가 집중된 금융사의 보이스피싱 대응 역량을 평가한다.

은행권은 "보이스피싱 근절책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주로 해외에 근거지를 둔 사기 일당을 잡지 못하면 은행이 책임지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코인 등 가상자산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가로채는 수법에도 대책을 마련한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금융사와 달리 보이스피싱 의심 거래 탐지·지급 정지 등에 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가상자산 거래소도 거래목적 확인, 지급 정지, 피해금 환급 등이 이뤄지도록 개정 입법이 추진된다.

또 오픈뱅킹을 악용한 보이스피싱 피해자금 이체를 방지하기 위한 ‘오픈뱅킹 안심차단 서비스’도 구축할 방침이다. 진화하는 범죄수법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부처가 협업해 홍보도 강화한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경찰청 보이스피싱 통합신고대응센터 규모를 3배 이상으로 늘려, 9월부터 137명이 연중무휴 24시간 근무하는 '보이스피싱 통합대응단'을 운영한다.

대응단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들어오면 상담과 피해 분석을 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된 번호를 10분 내로 긴급 차단한다. 또 피해 내용을 전담 수사 조직으로 곧바로 넘겨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전국 동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한다.

정부는 또 보이스피싱 조직이 악성 앱으로 연결되는 문자 메시지를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보내 개인 정보를 탈취하고 이를 바탕으로 범행에 나선다는 점을 감안, 악성 앱 설치를 막는 3중 차단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문자 메시지 대량 발송 사업자가 문자를 보낼 때는 '악성 문자 차단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해 악성 앱 설치 링크가 담긴 문자가 전송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통신사에는 악성 앱 설치 링크 접속을 차단하고, 문자 발신 전화번호가 위·변조 됐는지를 확인하도록 해 악성 문자 차단 시스템이 걸러내지 못한 악성 문자나 개인이 보내는 악성 문자를 막는다. 이렇게 해도 걸러지지 않은 악성 문자는 휴대전화에 내장된 ‘악성 앱 설치 자동 방지’ 기능을 통해 막기로 했다.

또 정부는 각 금융기관과 통신사, 수사 기관이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보이스피싱 범죄 의심 전화번호와 계좌, 거래 패턴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보이스피싱 방지 AI 플랫폼(가칭)'을 구축하고,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이 플랫폼에서 오는 정보를 활용해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개발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휴대전화 사용자가 통화 중일 때에도 휴대전화가 '지금 걸려온 전화는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자동으로 띄우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가 나타나더라도 이 번호를 차단하기까지 여러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긴급 차단 제도를 도입해 대응단에 보이스피싱 의심 번호가 접수되면 해당 번호를 10분 내로 일단 차단하기로 했다. 이후 24시간 이내에 해당 번호가 정식으로 이용 중지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휴대전화 제조사가 앞으로 고급형 제품뿐 아니라 중저가용 제품에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탑재해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 휴대전화 판매점·대리점이 휴대전화를 불법 개통하지 않도록 통신사에 관리·감독할 책임을 지우기로 했다.

따라서 통신사는 판매점·대리점이 휴대전화를 불법 개통하고 있지 않은 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고, 특정 판매점·대리점에서 외국인 가입자가 급증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이를 과기정통부에 신고해야 한다.

또 휴대전화 판매점·대리점이 고의로 또는 중과실로 휴대전화를 불법 개통한 것으로 드러나면, 통신사는 해당 판매점·대리점과의 계약을 의무적으로 해지해야 한다. 통신사가 이런 관리를 소홀히 해 휴대전화 불법 개통이 다수 발생하면 정부는 해당 통신사에 대해 등록 취소나 영업 정지 등의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외국인 여권 하나당 개통할 수 있는 휴대전화를 2회선에서 1회선으로 줄이고, 외국인이 휴대전화를 개통하려 할 때에는 신분증 사진과 실제 얼굴이 일치하는지를 안면 인식을 통해 확인하도록 하기로 했다. 해외에서 거는 전화번호를 국내 번호인 것처럼 거짓으로 표시되게 하는 사설 중계기의 제조·유통·사용은 전면 금지된다.

경찰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전국의 수사 부서에 전담 수사 인력을 400여 명 늘리기로 했다.

또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5개월 동안 보이스피싱 특별 단속을 하고, 인터폴을 통해 합동 작전에 나서 해외에 있는 총책의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2021년 이후 감소하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새로운 수법으로 다시 고개를 들면서 많은 국민께서 재산 피해와 불안에 시달리고 계신다”며 “정부는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국민 여러분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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