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경남뉴스가 계절별 꽃 순례를 합니다. 전체 꽃 정취보다 꽃 자체에 포커스를 맞춥니다.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 야생화로 불리는 들꽃 등을 두루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나물 무침으로 고사리, 콩나물 등과 함께 명절 때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빠짐없이 오르는 도라지. 도라지는 무침 나물로 낯설지 않게 먼저 와닿는 음식입니다.
그런데 꽃을 생각하면 언뜻 떠오르지 않는 게 도라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자라거나 재배하는 밭을 가본 적이 없고, 시중에서 파는 도라지로 만든 음식으로만 접했기 때문이겠지요.
이 부류에는 감자꽃, 참깨·들깨꽃, 가지꽃, 고추꽃 등 많습니다. 시골 농촌에서 자란 중년의 기자도 일부 식재료의 꽃을 기억하는데 시간이 걸리곤 했습니다.
다만 요즘엔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 많이 심습니다. 지나다 보면 건물 화단 등에 관상용으로 심어 놓아 무리지어 피어있습니다. 이 기사의 사진도 길거리 화단에서 찍었습니다.
도라지의 한자 명칭은 길경(桔梗)입니다. 도라지 길(桔), 줄기 경(梗)입니다. 7~8월에 흰색이나 연보라색(또는 하늘색) 꽃이 피고, 열매는 삭과(蒴果·익으면 겉이 말라 쪼개져 씨를 퍼뜨리는 열매)입니다.
꽈리의 주머니처럼 생긴 도라지의 몽우리(왼쪽). 꽃받침에서 나온 연초록 꽃잎을 열지 않고 있다. 오른쪽 연보라색은 몽우리가 꽃잎으로 변한 상태에서 꽃잎 하나를 연 모습이다. 줄기와 잎은 진녹색을 띠고 있다.
꽈리 주머니처럼 생긴 도라지의 몽우리. 꽃받침에서 난 연초록 꽃잎을 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연보라색 도라지꽃이 꽃잎 하나를 연 모습. 꽃잎이 둘러싼 내부가 신비롭다. 연 분홍색은 암술이다.
잎을 완전히 열어젖힌 도라지꽃. 연보라색 바탕에 그물을 엮은 듯한 진한 보라색이 조화롭다.
도라지는 한·중·일 등 동북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보통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고, 3~4년이나 5년 주기로 옮겨 심습니다. 옮겨 심지 않으면 뿌리가 썩는다고 합니다.
줄기는 1~1.5m 정도로 곧게 자라는데 잎은 줄기에 톱니 모양으로 3개가 마주보며 달립니다.
꽃말은 '소망', '영원한 사랑'입니다.
▶꽃
자생종 도라지는 꽃이 지면 암술 아래에 씨방(속씨식물의 암술대 밑에 붙은 통통한 주머니로 이 속에 밑씨가 들어 있음)이 생깁니다. 요즘 재배하는 품종은 모두 이 자생종을 채취해 기른 것이라고 합니다.
야생 도라지꽃은 보라색이 많고 흰색은 드뭅니다. 반면 재배 도라지꽃은 대부분 흰색입니다.
원예용으로 개량된 분홍색 도라지꽃도 있는데, 매발톱꽃과 유사합니다.
보라색 도라지꽃은 같은 색의 잔대(혹은 딱주)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도라지는 잎 3장이, 잔대는 4장이 마주 나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 뿌리는 도라지가 잔대보다 단단하고 질깁니다.
▶음식
도라지는 껍질을 벗기고 물에 불려서 쓴맛을 제거한 뒤 고추장을 양념해 나물로 무치거나 삶아먹습니다. 고기와 함께 구워 먹기도 합니다.
도라지에 버무리는 고추장은 쓴맛을 상큼하게 살려주는 초무침 양념입니다.
주의해야 할 건 껍질을 깐 도라지는 시간이 지나면 갈변해 아황산염이나 명반을 사용해 색을 하얗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요즘 시중에서 접하는 깐 도라지는 대부분 중국산으로, 압축팩에 담겨 수입됩니다. 흙이 묻어있는 중국산 도라지도 운송 기술의 발달로 수입이 가능해 구입 시 국산과 잘 구별해야 합니다.
도라지는 차로도 애용됩니다.
도라지를 덕은 도라지차, 즉 길경차는 도라지, 대추, 감초를 넣고 달인 뒤 따뜻하게 먹으면 좋습니다.
껍질을 깐 도라지가 아닌 흙이 묻은 생도라지를 사와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껍질을 까지 않고 차로 우려냅니다.
도라지청도 만들어 시간을 두고 먹기도 하지요. 이중엔 도라지 사탕도 많이 나와 있습니다.
도라지는 씁쓸한 맛이 나는 더덕이나 인삼과 달리 독하고 아린 맛이 섞여있어 어른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약용
도라지는 약용으로도 많이 쓰입니다. 한의원에서는 뿌리를 말려서 약재로 사용합니다. 폐나 기관지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지요.
목의 염증 등을 진정시킨다며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용각산도 주 성분은 도라지 가루였습니다.
생약 성분 중 '길경'으로 표시된 성분은 도라지입니다.
▶역도산 일화
함경남도 출신인 역도산이 일본에서 살면서 도라지 무침을 무척 그리워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도라지를 꽃으로 여길 뿐, 먹을 거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에게 레슬링을 배우러 일본에 온 김일에게 '키쿄'란 음식을 아느냐고 물었는데 김일이 알아듣지 못하자 '도라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일은 후에 역도산에게서 들은 유일한 한국어라고 했다고 전합니다.
역도산이 도라지 무침을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자기 고향 친구가 운영하는 한식당에 찾아가 도라지 타령을 열창했다고 합니다.
다음은 경기민요인 도라지 타령입니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에 백도라지(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처얼처얼처얼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요/ 에야라 난다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설화
도라지꽃 설화에는 도라지라는 처녀가 사랑하는 남자를 기다리다가 그녀의 영혼이 도라지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또 남매가 산에 갔다가 둘 다 추락사한 뒤 도라지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우리의 옛 꽃엔 이와 비슷한 내용의 설화가 대중을 이룹니다.
▶기타
한화 오천 원 권 뒷면에 신사임당이 풀과 벌레를 소재로 그린 초충도(草蟲圖)가 그려져 있는데 이 가운데 도라지꽃도 있습니다. 또 지금 없어진 충청은행의 행화(行花)가 도라지꽃이었습니다.
꽃말이 소망과 영원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추가 사진
연초록색 몽우리가 연보라색 꽃잎으로 변한 뒤 꽃잎 하나를 열어젖힌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