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가 수질 논란으로 24년간 막아 두던 평두군 도암댐 도수관로의 물을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강릉시는 최근 환경부 장관 방문 이후 거론된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수 활용 방안에 대해 주민 대표, 시민단체, 시의회 의견을 수렴한 결과, 가뭄 대처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10일 기준 강릉의 주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낮아져 최악으로 치단도 있다.
강릉시는 조만간 학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비상 방류수의 수질과 방류체계 안정성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생활용수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앞서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은 수질 분석 결과 “비상 방류수는 정수 처리를 거치면 먹는 물 수질 기준 충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강릉시는 자체 위원회를 통해 별도의 수질 검사를 해 환경청 수질 검사와 교차 검증 결과, 생활용수 원수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즉시 방류를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15.5㎞ 도수관로에는 약 15만t의 물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돼 하루 1만t가량을 남대천으로 흘려보낼 수 있다.
강릉시는 이 물을 홍제정수장으로 송수할 수 있도록 공사를 하고 있으며,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달 20일 시험 방류에 나설 계획이다.
도암댐은 1990년 남한강 최상류 송천에 건설된 발전용 댐이다. 대관령 일대 물을 가둬 도수관을 통해 강릉수력발전소로 보내 전기를 생산한 뒤 남대천으로 흘려보내는 유역 변경식 발전소다.
하지만 석회암 지질 특성, 고지대 목장 가축 분뇨, 고랭지 토사·농약 유입 등으로 수질 오염 문제가 발생해 2001년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환경부는 2006년 가축분뇨법 제정과 오염원 관리 강화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했지만, 강릉을 비롯한 영월·정선 주민들은 여전히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영월·정선 주민들은 도암댐 방류 시 수온 변화와 수질 악화로 생태계와 관광 자원이 훼손된다며 강하게 반대했으나, 최근 강릉시의 한시적 물 사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릉시 관계자는 “도암댐 비상 방류로 하루 1만t의 원수를 확보하면 오봉저수지 저수율 하락 속도를 늦추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뭄 극복을 위해 지원해 준 정부 부처와 강원도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