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요구를 지적하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삼권분립이 거추장스럽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개헌을 해서 대통령 겸 대법원장 겸 민주당 총재를 맡으면 될 일”이라고 비꼬아 비판했다.

이 대표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이 국회를 상징하는 봉황 표장을 배경으로 민주당 점퍼를 입은 채 법봉을 들고 있는 합성 사진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삼권분립이 거추장스럽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개헌을 해서 대통령 겸 대법원장 겸 민주당 총재를 맡으면 될 일"이라며 올린 이 대통령 합성 사진. 페이스북

이 대표는 조 대법원장 사퇴 주장을 중국과 북한 권력 구조에 빗댔다.

그는 “중국에서는 최고지도자가 국가주석, 당 총서기,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모두 겸직하는 것이 그 나라 방식”이라며 “휴전선 위 북한에는 국무위원장, 노동당 총비서, 인민군 최고사령관을 겸직하는 지도자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어느 쪽 모델을 삼아도 이미 수십 년째 나름 검증된 방식”이라며 “민주당이 꿈꾸는 세상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공교롭게도 중국도, 북한도 다 자기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그러니 정부·여당도 유튜브 나팔수들에게 부탁해서 ‘대통령 겸 대법원장 겸 민주당 총재 체제’를 새로운 한국식 민주주의라고 광고하면 될 일”이라고 비아냥을 했다.

하지만 그는 “삼권분립은 권력의 횡포를 막는 최후의 방파제다. 그 방파제를 무너뜨리려는 자가 바로 민주주의의 빌런”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여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마음에 안 드는 판결을 내렸다고 탄핵을 들먹인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내린 판결이 너무 빨라서 문제라고 지적할 수는 있지만, 무죄로 내릴 사안을 유죄로 만든 것인지는 대통령의 결단으로 재판을 속개해 봐야만 아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재판이 이제 7개월쯤 지났다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빨리 해야 한다’라고 주장할 거라면, 기소된 지 3년이 넘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연된 공직선거법 재판은 정의롭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특히 “더 황당한 건 ‘내란전담특별재판부’라는 이름의 정치재판소다. 특검 셋으로 축구하다가 골이 안 들어가면 내 마음대로 골대를 들어 옮기겠다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민주당은 그간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사법부 압박 수위를 높였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4일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은) 사과하고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추 위원장 발언과 관련한 입장 질의에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 그 요구의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대해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한다”고 했다.

이 발언이 곧바로 대통령실이 조 대법원장 거취 문제에 동의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지자, 강 대변인은 약 30분 뒤 공지를 통해 “선출 권력의 입장을 임명 권력이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원칙적 공감을 언급한 것”이라며 “대법원장 사퇴 요구 자체에 대한 입장은 아니다”라고 발을 뺐다.

이어 16일 조 대법원장 사퇴 촉구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한 바 없고, 앞으로도 논의할 계획이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한편 대법원과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에 특별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