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3일)은 상강(霜降) 절기입니다. 서리 상(霜), 내릴 강(降)으로 상강은 서리가 내린다는 뜻입니다. 24절기 가운데 18번째로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에 듭니다.
산야는 조금씩 단풍이 들고, 길섶 풀잎은 서리를 맞아 시든 모습을 볼 수 있지요. 날씨는 쾌청하지만 밤 기온은 뚝 떨어집니다.
벼 수확은 물론 깨 등 밭작물 가을걷이도 한창입니다.
하지만 올해 상강 절기 산야는 여름과 비슷하게 푸릅니다. 잦은 가을비 영향으로 보입니다.
오늘도 전국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곳에 따라 비가 내리는 곳이 있습니다.
상강인 23일 늦여름과 초가을이 혼재한 산야 모습. 벼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산과 가로수 나무엔 푸르름이 싱싱하다. 정기홍 기자
부산기상청에 따르면 새벽~ 오전에 부산과 울산에 가끔 비가 예상되고 강원 영동, 경북 동해안 일부 지역에도 오전에 가끔 비가 내린답니다. 부산·울산 5㎜, 경북 동해안 5∼20㎜, 강원 영동 20∼60㎜ 등입니다.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8∼16도, 낮 최고기온은 16∼23도로 평년과 비슷합니다. 직전 2~3일간 아침기온이 4~5도까지 내려가더니 설악산엔 첫눈도 왔습니다.
지난해 이맘 땐 10도 아래로 떨어졌고 2023년엔 4~5도를 보였니다.
중국에서는 상강에서 입동까지를 5일씩 삼후(三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승냥이가 산짐승을 잡는 때로, 중후(中候)는 초목이 누렇게 떨어지는 때, 말후(末候)는 겨울잠을 자는 벌레들이 모두 땅속에 숨는 때라고 구분했습니다.
상강 절기 무렵은 단풍이 들기 시작해 나들이가 딱 좋은 때입니다.
단풍은 보통 기온이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뭇잎이 광합성 활동을 멈춰 엽록소를 생산하지 않아 만들어집니다. 지역 차이가 있지만 10월 하순~11월 중순을 단풍 시기이라고 하지요.
단풍이 절정은 첫 단풍 이후 2주 정도 지난 때입니다. 지구 온난화로 2018년에 지난 18년간 단풍 절정 시기를 분석했더니 평년보다 5일 늦어졌다고 합니다.
상강 절기의 풍습은 다양하지 않고 화전(花煎·꽃을 넣어 만든 부침개)을 만들고 국화주를 마시고 계곡과 명승지를 찾아 단풍놀이를 했습니다.
속담으론 '상강 90일 두고 모 심어도 잡곡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모작을 해도 주곡인 쌀이 잡곡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상강을 90일 앞둔 날은 7월 하순인데 모내기를 하긴 매우 늦은 시기입니다. 쌀의 중요성을 말한 것입니다.
또 제주 속담에 '조 이삭은 상강 넘으면 더 안 여문다'(서리 내리기 전에 빨리 베라는 뜻), '상강이 지나면 바닷고기에 알이 박힌다'(맛이 없어진다)가 있습니다.
가을이 왔음을 뜻하는 일엽지추(一葉知秋)란 말이 있습니다. 나뭇잎 하나가 떨어짐을 보고 가을이 영긂을 안다는 뜻입니다.
가을 사색이 너무 깊어지면 우울증이 온다니 자주 바깥에 나가 계절의 오감을 충분히 느끼고 단풍 절기를 풍성하게 즐기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