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23일은 24절기 중 16번째인 추분(秋分)입니다. 실질적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분기점입니다. 백로(白露)와 한로(寒露) 사이에 있습니다.
천문학적으로 태양이 황경 180도의 추분점을 통과하고, 추분점(秋分點)에 이르러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집니다.
추분이 지나면 밤이 점점 길어지고 가을이 깊어집니다.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작은 들녘. 추분 절기를 맞아 황금색으로 물들고 있다. 정창현 기자
추분은 춘분과 함께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기온은 춘분보다 추분이 약 10도 정도 높다고 하네요. 이는 여름의 더위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추분에는 여름 폭우가 사라지고 벌레는 땅속으로 숨고 땅의 물도 마르기 시작합니다. 따라서 습하고 더운 기운이 없어지고 날씨는 상쾌합니다.
다만 이 시기에 태풍이 오기도 합니다. 올해 여름에는 특이하게 한반도로 태풍이 하나도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올 여름은 국지적 극한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지난해에는 추석(양력 9월 17일)에 경남 진주의 낮기온이 무려 38도로 역대 최고치를 찍더니 곧이어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인근 경남 창원에는 추분 절기가 무색하게 이틀간 500mm가 넘는 폭우가 내려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들에는 가을걷이가 시작돼 논밭의 곡식을 거둬들이는 철입니다. 고추도 따서 말립니다. 호박고지, 박고지, 깻잎, 고구마순도 거둡니다. 목화를 많이 심던 예전엔 목화솜을 수확하는 철이었지요.
풍속으로는 국가에서 장수를 기원하는 '노인성제(老人星祭)'를 지냈습니다. 노인성(老人星)은 인간에게 무병장수를 안겨준다는 별로, 추분에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는 노인성에 제사를 올립니다.
이는 고려 시대 때부터 시행됐는데 조선 시대에는 '소사(小祀)'로 사전(祀典)에 등재됐습니다.
추분의 바람결로 다음 해 농사를 점쳤는데, 건조한 바람이 불면 대풍년이 든다고 믿었습니다.
또 이 바람이 방위의 하나인 건방(乾方)이나 손방(巽方)에서 불어오면 다음 해에 큰 바람이 있고, 감방(坎方)에서 불면 겨울이 몹시 춥다고 여겼습니다.
이 절기에 작은 비가 내리면 길한다고 믿었다고 하네요.
추분이 사일(社日·입춘이나 입추가 지난 뒤 다섯째의 무일(戊日)) 앞에 있으면 쌀이 귀하고, 뒤에 있으면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