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출신 방송인 박나래(40) 씨가 이른바 ‘주사 이모’로 불리는 여성으로부터 수액 주사 등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박 씨가 받은 서비스들이 불법 의료 행위라는 의료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월 MBC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박나래 씨
이 사건은 연예 매체인 디스패치가 최근 박 씨가 오피스텔 등에서 '주사 이모'로 불리는 지인 A 씨로부터 피로 해소용 수액을 맞았다는 보도를 하면서 시작됐다.
'주사 이모'는 통상 수액 등 의약품을 허가되지 않은 공간에서 주사하는 인물을 칭하는 은어다.
보도에 따르면 박 씨의 전 매니저 측은 A 씨가 의사 면허 없이 각종 의약품과 주사를 들고 다녔고 박 씨가 경기 고양시 일산의 한 오피스텔에서 A 씨로부터 링거를 맞거나 해외 일정에 A 씨를 동행했다.
이에 박 씨 측은 “(A 씨에게) 의사 면허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프로포폴 등이 아니라 단순 영양제 주사를 맞았다. 최근에는 연락한 적 없고 시술도 받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항우울제 복용은 사실 아니다. 박나래가 폐쇄공포증을 토로하자 A 씨가 갖고 있던 약을 준 것”이라고 했다.
해외 동행에 대해서는 “나 혼자 산다 촬영 때 친분으로 함께한 것일 뿐 진료 목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A 씨도 박 씨를 거들었다.
그는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2~13년 전 내몽고라는 곳을 오가며 힘들게 공부했고,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내·외국인 최초로 최연소 교수까지 역임했다”며 “병원장, 성형외과 과장 배려와 내몽고 당서기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한국성형센터까지 유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센터장으로서 한국을 알리기 위해 방송 인터뷰와 강연도 마다 하지 않았고, 열심히 삶을 살았다”며 “그러다 2019년 말 코로나가 터졌고, 내몽고에서 모든 걸 포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몸도 마음도 아팠다. (박나래) 매니저야, 네가 나의 살아온 삶을 아니? 나에 대해 뭘 안다고 나를 가십거리로 만드니”라고 힐난했다.
A 씨는 이 글과 함께 중국 내몽고 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찍은 사진도 올렸다. 현지 매체와 인터뷰한 영상과 강연자로 나선 모습도 공개했다.
하지만 국내 의사 면허증 취득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국내 의료법상 중국이나 몽고의 의사 면허는 국내에서는 인정되지 않고, 국내 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A 씨는 SNS 프로필에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 한국성형센터장(특진교수), 에스앤에이치메디그룹 대표(병원 경영, 외국인 유치, 해외병원 컨설팅), 리오라셀(병원·홈케어 전용 화장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박 씨와 A 씨의 이 같은 반박에도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씨에게 수액을 놔줬다는 '주사 이모'가 의사인지 명확하지 않고 허가되지 않은 곳에 왕진해 전문 의약품을 처방하고 주사했다면 명백한 불법 의료 행위다.
특히 A 씨가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사 가운을 입은 사진과 함께 장문의 글을 올린 것이 논란은 더 증폭시키고 있다.
A 씨의 주장에 젊은 의사와 의대생 모임인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의사들의 모임(공의모)’은 성명을 내고 “박나래의 ‘주사 이모’로 알려진 A 씨는 불법 의료 행위를 부인하며 자신이 ‘내몽고 포강의과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역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포강의과대학이라는 의과대학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가 확인한 결과, 중국의 의대 인증 단체 자료에 포강의과대학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단체는 A 씨의 의사 신분 여부를 별도 확인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포강병원은 현지에선 내몽고의과대 제3부속병원으로 불리고, 수련병원 역할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강병원 홈페이지에는 성형·미용 분야에선 최고의 병원이며, 유일한 성형·미용 수련병원이라고 기재돼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8일 입장문을 내고 “의료법상 의사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나라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의 행위는 의료인이 행하는 적법한 진료와 다른 불법 시술일 뿐, 이를 방문 진료로 본질을 흐려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가 강력하게 나선 것은 현행법상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취득한 의사 면허로는 한국에서 의료 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 의대를 졸업하면 의사 국가고시를 볼 수 있는 자격을 주기도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은 학교여야만 한다.
A 씨가 무자격자로서 박 씨에게 의료 행위를 했다면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로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다.
또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의료기관 안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응급환자 진료나 가정간호 목적,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만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행위가 허용된다.
이 말고도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예외적으로 왕진을 할 순 있으나 거동곤란 같은 사정이 있어야만 한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에도 의무기록이나 처방전 작성, 건강보험 청구 등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왕진 규정을 어기거나 의무 기록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 모두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 수 있다.
한편 복지부는 이미 수사기관에 고발 및 인지된 사건이어서 수사 경과를 지켜본 뒤 필요한 경우 행정조사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일차적으론 위법 행위를 한 자가 처벌 대상이지만 의료법 위반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면 환자 본인도 공범으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박 씨가 A 씨의 무면허를 알고도 수액을 맞았다면 공범이 될 수 있다.
A 씨가 주장한 포강병원은 현지에선 내몽고의과대 제3부속병원으로 불리고, 실제 수련병원 역할도 하고 있어 A 씨가 중국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포강병원 홈페이지에는 성형·미용 분야에선 최고의 병원이며, 유일한 성형·미용 수련병원이라고 기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