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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포커스-기자가 가봤다] 경남도 종합민원실 직원의 호의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2.10 08:52 | 최종 수정 2022.03.25 17:15 의견 0

경남도청 종합민원실을 방문했습니다.

1. 그러니까, 지난 9일 오후 4시 전후. 진주 사무실에서 차를 몰고 경남도청과 창원시청이 위치한 창원광장 인근을 둘러보았습니다. 신생 매체여서 도청 주변과 지난달 특례시로 직위를 얻어 기사거리가 많아진 창원시의 주요 지점의 사진도 데이터베이스(DB)화 해놓기 위해서입니다. 나선 김에, 코로나19 스케치 사진도 몇장을 찍었습니다.

2. 돌다 보니 슬슬 화장실에 갈 때가 된 듯해서 경남도청을 방문했습니다. 민원실 쪽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문이 잠겼습니다. 코로나로 정문 출입만 가능합니다. 화장실 일을 보고서 바로 옆에 있는 텅 빈듯한 민원실의 문을 살며시 밀고 들어섰지요. 코로나 시국에 거리두기나 방역수칙 강박관념으로 낯선 곳은 '대놓고' 들어서기란 여간 쉽진 않습니다. 우선 자료용으로 내부 사진 몇장을 찍었습니다.

전국 행정기관의 민원실 게시대 등에는 관련 홍보자료가 비치돼 있지요. 비치대에 꽂힌 경남도의 시군들의 홍보자료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곳보다 많았습니다. "아니? 이런 황금어장이 있었네". 한참을 서서 저인망식으로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3. '실'(사실·경남 사람들이 쓰는 일상의 말)은 며칠 전에 경남의 한 지자체의 홍보전단을 보고 챙겨놓다가 경남도의 18개 시군 홍보전단을 구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전엔 주마간산(走馬看山), 눈대중으로 보고서 팽개쳐 놓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그러지 못합니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란 말이 지금의 기자에게는 딱 들어맞습니다.

기자의 이런 의무감에 따른 욕심이 '한방에', 그것도 시쳇말로 '물거니(대물의 경상도 방언)'를 모두 챙겼으니 얼마나 뿌듯했겠습니까?

4. 반전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어떤 여성분이 경남도 로고가 찍힌 작은 종이가방(일명 종이쇼핑백)을 건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비치대 바로 앞 창구에서 업무를 보던 여성 직원이었습니다. 얼마나 황송하고 고마웠던지···. 18개 시군 홍보자료와 비치된 다른 자료의 양이 좀 많았거든요. 이 여성 직원은 이 상황을 유심히 봤던거지요.

'매의 눈'이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큰 자료를 챙겼다는 생각에 기자는, 직원에게 부담을 줄까봐 있었을 안내 성함을 보지도, 더 묻지도, 찍지도 않고 나왔습니다.

5. 고속도로로 돌아오는 길에, 그 여성 직원의 '심성이다' '직업의식이다' 등의 생각을 곰곰히 했습니다. 어쨌든 기자의 생각은 뭉뚱그려 '배려'로 결론지었습니다.

시민들은 행정기관 등에 들르면 직원들의 마음에도 없는 억지스런 안내 서비스를 종종 접합니다. 무엇보다 이해관계 양측의 악다구니만 양산된 듯한 지금의 한국 땅에서 오늘 겪은 '작지만 컸었던' 감동은 분명 '배려의 힘'이었습니다.

'하나만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남도청 종합민원실의 직원들이 이 여성 직원과 같은 마음으로 도민의 불편함을 챙길 것이라고 믿게 된, 기분마저도 좋아진 오후 반나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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