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바구'라고 합니다. 사투리입니다. 더경남뉴스는 취재 중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를 가감없이 전달합니다. 기자가 취재 과정에서 보고 느낀 점을 쓰는 '기자 수첩'보다 더 적나라 한 코너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저잣거리 민초들의 목소리가 정책을 만들고, 시책을 펴는 공직에 더 따끔하게 와닿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요즘 물가 오름세가 혀를 쏙 빼고서 내둘러도 시원찮을 정도입니다. '없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말이 뼈속에까지 파고듭니다.
최근 들어 물가가 왜 급등할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복합적 요인이 영향을 주지요.
국외적으로는 원유가 상승에 따른 해외 원자재의 폭등이지요. 음식 재료인 밀가루 등 수입품에 큰 영향을 줍니다. 지하자원 등이 빈약한 한국은 수입재가 무척 많습니다.
원유가 폭등은 코로나19가 정점을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어 경기가 정상화 되는 초입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코로나19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세계 발생량의 30% 육박) 하는 한국은 예외지만, 외국 주요 국가는 안정권에 접어드는 느낌입니다.
여기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유가가 더 급등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현재 우리의 물가에 반영됐는가는 고려해야 하겠네요.
그럼 국내의 주범은 무엇일까요?
나라가 전쟁 등 불안한 상황이 아니니,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린 것이 큰 이유입니다.
재난지원금 탓을 하려고 합니다.
기자의 기억으로는 5차까지 한번에 10조원대에서 20조원을 넘게 책정해 지급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최대 50조원을 풀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말 그대로 돈이 어마어마하게 플렸고, 풀릴 겁니다.
돈의 가치가 얼마나 헤퍼졌는지를 기자의 최근 경험을 소개합니다.
단골 통닭집을 며칠 전에 들렀습니다. 크기가 작아 큰 닭보다 기름기가 덜합니다. 고소한 맛을 낸다고 꼬들꼬들하게 튀겨내 맛을 들인 집입니다. 혼자 가서 한마리를 시키면 5천원에, 호프 몇잔이면 2만원으로 충분합니다. 둘이서 먹어도 3만~3만5천원이면 됩니다.
그런데 몇 달만에 1천원씩 두번 올려 7천원이 됐습니다. 같이 간 동료가 물었더니, 주인 말은 재료값이 엄청 올랐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예를 들어 재료값이 3백원 오르면 음식점에선 1천원을 올립니다. 계산하기 좋아 그런지 주먹구구식이지요. 주판 안 두드리고 저렇게 올리는 걸 곰곰히 생각하면 기가 차지요. 정부가 통계를 내는 소비자물가에 어떻게 반영될까 궁금해지네요.
손님로선 마진을 빼도 몇백원 손해입니다. 어떨 땐 최저임금 기준이 올라 아르바이트비 때문에 가격 올린다고 하고···. 한동안 달게 먹던 음식이 쓰디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작년에 일반 음식점에서 3천원짜리 막걸리가 4천원으로 오른 적이 있습니다. 음식점을 찾은 손님은 33%를 더 내고 먹는 셈이었죠. 그런데 손님들은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입니다.
값을 올리는 업체도 몇 년만에, 재료비에 올린다는 말로 떼우고 지나갑니다.
그러면 음식점들은 몇년 간 손해를 보고 팔았을까요?
3대 거짓말이 "시집 안간다", "빨리 죽어야지", "손해 보고 판다"입니다. 앞에 두개는 인륜지대사와 관계가 있어 의미 있는 말이지만 장사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데 3대 거짓말에 들어갑니다. '손해 난다'는 말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화를 돋우는 것은 단 한번에 저렇게 크게 올리는데도 정부는 애써 못 본 척 합니다. 의례적 엄포인 "긴급 점검해 엄벌하겠다, 조치하겠다"며 대국민 립서비스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당수 뒤에 어찌 했다는 '정부의 기척'은 듣기 힘듭니다.
코로나 타격을 오래 받아온 요즘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불만을 잠재워야 민심이 흉흉해지지 않습니다. 이번 대선처럼 선거철엔 더더욱 그렇습니다.
각설하고, 재난지원금 얘기를 해봅시다.
A라는 사람이 작년 한해 재난지원금을 100만원 받았다고 칩시다. 공돈이 둘어왔다며 좋아해야만 할까요?
코로나19 사태 2년 동안 풀린 수십조원이 시중에 돌아다닙니다. 돈이 풍부하니 주가가 올랐지요. 집값도 폭등합니다. 돈이 갈 때가 없기 때문이죠. 덩달아 음식값이 안 오르는 게 더 이상하지요. 참고로 은행 금리가 오르면 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니 장이 별로 재미가 없어집니다.
서민의 들꼴을 빼먹는 숨은 게 또 있습니다. 간접세입니다. 소리 소문없이 호주머니 씸짓돈을 빼가는 주범입니다.
한달에 300만원을 쓰는 가정에서 간접세가 얼마나 나갈까요?
외식과 생활필수품 살 때 부가가치세로 빼가는 게 10%이니 1년 쓴돈 3600만원에서 360만원인가요? 물론 여기서 물가가 오른 수치만을 계산해야합니다. 물가당국은 최근 몇 달간 소비자물가가 3% 가까이 올랐다고 하더군요. 시장 바구니 들어 나가본 사람은 이를 믿지 않지요. 체감 물가는 훨신 더합니다.
참고로 간접세란 세금을 내는 사람과 정부에 최종적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다른 세금입니다. 재산세 등은 내가 직접 내지만 부가가치세, 주세 등은 내가 이용할 때 세금을 붙여 계산은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부에 세금을 내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지요.
코로나 사태에 돈을 거하게 푼 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여러가지의 '속내'를 지닌 재난지원금!
'앞으로 받고 뒤로 믿지는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재난지원금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적당하게 받는 게 특히 서민들에겐 덕이 되겠네요.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요즘처럼 물가가 폭등하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납니다.
음식값 등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돈의 가치는 물가 오름폭 만큼 떨어지고···. 이게 인플레이션 현상인데 경제는 악순환을 걷지요.
나라가 힘들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곳이 서민층입니다. 코로나19 사태 2년에 부유층은 더 넉넉해졌고, 빈곤층은 더 빈곤해졌다는 정부기관의 조사자료도 이미 나와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구조적으로 잘못되면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치유 비용도 만만찮게 듭니다.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실체를 알고 나니 '말려 죽일 수도 있는 괴물'이란 생각이 들지요. 하지만 큰 돈은 아니지만 가장 어려울 때 요긴하게 쓴 긍정까진 뭉개버리면 야박한 평가이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