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등 16개사 12년간 닭고깃값 담합···과징금 1758억원 부과
올품 등 5개사, 검찰 고발
출고량 조절, 생산량 감축 등 수단 총동원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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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16 13:47 | 최종 수정 2022.03.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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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닭볶음탕에 사용되는 육계 신선육을 제조·판매하는 업자들이 12년 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가격 인상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육계 신선육 시장의 77% 이상을 차지하는 하림 등 16개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을 적발하고, 1758억2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씨.에스코리아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 과징금 납부 대상에서 제외했다.
공정위는 올품, 한강식품, 동우팜투테이블, 마니커, 체리부로 등 5개사는 법 위반행위 가담 정도 및 주도 여부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05년 11월 25일∼2017년 7월 27일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 산정식을 만드는 모든 가격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출고량, 병아리 입식량 조절을 합의하는 등 담합했다.
이 과정에서 16개 사업자가 가입된 (사)한국육계협회 안의 대표이사급 모임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가 주요 창구 역할을 했다. 공정위는 이건도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보고 별도심의를 한 뒤 제재할 계획이다.
하림, 올품 등 14개사는 16차례나 육계 신선육 판매가를 산정하는 요소인 제비용(도계 공정에 드는 모든 경비), 생계 운반비, 염장비 등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또 할인 하한선을 만들거나 할인 대상 축소 등을 합의해 서로 가격 할인 경쟁도 제한했다.
16개사는 출고량도 줄였다. 20차례나 육계 신선육을 냉동 비축하는 방법을 동원했다.
이어 육계 판매가를 구성하는 '생계 시세'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유지하기 위해 유통시장에서 생계 구매량을 늘리기도 했다.
특히 이들이 복날 성수기에 생계 시세를 올리려고 외부 구매·냉동 비축을 합의하고, 담합해 생계 시세가 1㎏당 300원 올라 사업자들이 총 136억원의 순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회의 자료도 담겼다.
이들 업체는 9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핵심 생산 원자재인 종란(달걀)과 병아리를 폐기·감축하는 방식으로 육계 신선육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했다.
이들은 출고량·생산량 조절 행위가 정부의 수급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기간에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 조정과 출하 조절 명령이 이뤄진 점은 없었다.
조홍선 카르텔조사국장은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업계 주장에 "담합 기간이 길고 관련 매출액이 12조원여서 과징금이 많은 것으로 보일 뿐이고,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2% 정도로 다른 사건보다 굉장히 낮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2006년에도 하림 등 15개 사업자들의 육계 신선육 가격·출고량 담합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6억67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조 국장은 "시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재차 담합을 하면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국에 식품·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 분야에서 물가 상승 및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생계 위협형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