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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 오세훈 서울시장 '검수완박' 관련 국무회의 건의(전문)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5.03 19:35 | 최종 수정 2022.05.04 00:33 의견 0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즉 '검수완박법'과 관련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주장했습니다. 서울시장은 장관급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이에 준해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국민 생활과의 연관성과 함께 국민들의 관심도 많아 싣습니다. 오 시장의 건의문 내용은 '검수완박법'을 찬성하는 쪽과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주요 인사가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 전재를 하겠습니다. 찬반 견해를 넘어 이 법안의 통과가 우리들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시 제공

<거부권 행사 건의문>

서울특별시장 오세훈입니다.

저는 오늘 대통령께서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 자리에서 외람되지만,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엄중한 건의를 드리고자 합니다.
천만 서울시민의 권익과도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기에 서울시장으로서 우려가 큰 문제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검수완박’ 법 개정안은 ‘범죄피해자 방치법’이자 ‘범죄자 보호법’이 될 것입니다.

범죄 피해를 입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건이 조속히 처리되지 않아 애가 탔던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못하게 되면 수사부터 기소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범죄 피해자들만 긴 시간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실제, 대한 변호사 협회가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무려 73%의 응답자가 수사 지연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또,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경찰의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6%나 있었습니다.

최근, 일선 경찰에서도 현재 수사관 한 명당 관할 사건이 50~200건에 이르고 수사권 조정 이후 불필요한 업무과중과 수사 지연이 심각하다며,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도에서조차 이럴진대, 수사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권을 일시에 박탈하게 되면 수사력 약화와 수사 지연이 초래되어 범죄 피해자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개정안은 ‘범죄자 보호법’으로 기능할 것입니다. 검찰 송치 사건의 보완수사 범위가 제한되면, 범죄자는 사실상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의 별건 수사를 막겠다는 취지이겠지만,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196조의 안대로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검찰 수사가 가능토록 하면, 공범이나 추가 혐의를 발견해도 검찰의 수사 범위 축소로 인해 여죄, 공범, 범죄 수익 등을 밝혀내기 어렵게 됩니다.

작년 한 해,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재처리된 사건은 전체 사건의 30%에 달하고, 몰수·추징된 범죄 수익은 1조 4,200억 원에 달합니다.

둘째, ‘검수완박’ 법 개정안은 ‘사회적약자 절망법’입니다.

경찰 수사에 대하여 국가기관이나 시민단체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제3자의 이의신청을 배제하게 되면, 이의신청을 통한 검찰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져 사회적 약자 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아동, 청소년,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경우 본인의 소명이 어려워 제3자 고발을 통한 이의신청과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안 제245조는 고발인의 이의신청 자격을 명시적으로 제외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3자의 조력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국가인권위가 장애인‧노숙인 요양시설을 고발한 사례, n번방 사건을 일반시민이 고발한 사례, 대기업의 비리를 직원이 내부 고발한 사례만 보더라도 제3자 고발 건의 이의신청을 통한 검찰의 보완 수사가 없어지면, 사회적 약자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될지 ‘명약관화’ 합니다.

셋째, ‘검수완박’ 법 개정안은 힘 있는 사람을 위한 ‘유권무죄, 무권유죄 법’입니다.

검찰청법 개정안 제4조 1항처럼,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일시에 박탈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에 눈을 감겠다는 것입니다.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는 경제범죄·부패범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검찰의 수사대상에서 제외하게 되면 대형‧권력형 비리 사건에 대한 국가의 수사역량이 약화되고, 나아가 힘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주게 됩니다.

넷째, ‘검수완박’ 법 개정안은 ‘내로남불, 토사구팽 법’입니다.

지난 5년간 검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무엇을 하다가 정권이 이양되는 이 시기에 와서야 회기 쪼개기와 꼼수 탈당과 같은 탈법을 통해서, 시간에 쫓겨가며 법 개정안을 처리하는지, 많은 국민이 의심의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 정권의 ‘적폐청산’을 위해 검찰을 앞세우다가 새로운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은 시점에 검찰을 토사구팽 한다고 보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국민적 여론도 매우 부정적입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동안 한결같이 강조해오시던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상기해 주십시오.

전 국민이 검수완박 강행 입법과 관련하여 대통령님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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