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울음소리는 이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소음 민원이 돼 있다. 도심의 밝은 불빛에 밤낮 없이 울어댄다. 요즘 들어 유독 울음소리가 크다고 하지만 건물이 많은 도시의 특성상 각종 벽 울림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어릴 적 여름방학 때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 채집을 한다고 잡으려 다니던 추억을 새기기엔 소음이 커 원성만 남는다. 옛날 시골 느티나무에서 듣던 '매앰 매앰 매애앰~'이 아니라 '왱왱 왜~앵 왱"으로 들린다. 한여름의 진객은커녕 천덕꾸러기 신세다.
하지만 한여름 습한 무더위에 매미소리마저 들리지 않는다면 불쾌지수가 더할 것이고 이 계절이 더 삭막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옛날 중국의 진나라 시인 육운(陸雲·262~303년)은 '한선부(寒禪賦)'란 시에서 "매미에게 군자가 지녀야 할 오덕(五德)이 있다"며 칭송했다. 시 한수로 음풍농월 하던 옛적이라 잔뜩 의미 부여를 한 면도 있지만 새겨볼만 하다.
그가 말한 매미의 오덕은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으로 전체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덜 입히는 '청렴결백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문(文)은 '매미의 곧게 뻗은 입 모양이 선비의 갓끈과 같다'고 해서 의미 부여를 했다. 청(淸)은 '이슬과 나무 수액만을 먹고 살아 맑다'는 뜻이다. 염(廉)은 다른 해충과는 달리 '사람이 기르는 농작물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붙였다.
이어 '평생을 제 살 집조차 없이 지내 검소하다'고 검(儉), '짧게는 7일간 청빈한 생을 마감한다'고 해서 신(信)에 비유했다.
이 말고도 조선시대에는 임금이 정사를 볼 때 머리에 익선관(翼蟬冠)을 썼다.
익선관은 매미의 날개를 본뜬 것이다. 매미의 오덕을 생각하며 백성을 다스리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다.
매미에게서 배운 또다른 것은 유충에서 성충으로 다시 태어나는 환골탈태다. 특히 살아가며 허물이 많아지는 인간이 보고 배워야 한다. 허물을 벗은 뒤의 날개는 꽤 아름답다.
■ 참고 사항
전 세계의 매미 종류는 무려 3200종이나 된다.
우리 나라엔 13종이 서식한다고 하지만 외래종으로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매미, 말매미, 꽃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참깽깽매미, 유지매미, 풀매미, 털매미, 늦털매미. 세모배매미, 소요산매미 등이다.
참매미가 가장 많다. 중국매미라고 불리는 꽃매미는 울지 않고 몸집이 작은데 과수원 에서 한 나무에 수십 마리가 달라붙어 수액을 빨아 먹어 해충으로 지정될 정도다.
소리 크기는 매미 종류에 따라 다르다.
보통 소리 크기는 대략 60~70데시벨(dB·세탁기나 전화벨 소리)이다. 우리나라 매매 중 말매미가 덩치만큼이나 소리가 가장 크다. 힘차게 울 땐 90dB까지 올라가는데 지하철이 역사 안으로 들어올 때의 크기다. 이 정도의 소리로 오앳동안 울어대니 더 시끄럽게 느껴진다.
몸집이 큰 호주의 삼각머리매미는 무려 120dB라고 한다. 기차나 자동차의 경적소리보다 더 크다.
매미의 울음은 수컷으로 짝짓기를 하려는 소리이며, 종류마다 고유의 소리를 낸다. 입추가 지나면 생의 마감을 알게 되는지 더 크진다고 한다. 매미의 마지막 '사랑의 세레나데(Serenade)'인 셈이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마친 뒤 이내 숨을 거둔다. 암컷도 200~600개의 알을 나무껖질 속 30~40여 곳에 나눠서 낳곤 생을 마감한다.
이 알은 나무껍질 속에서 수십일~수개월 후 부화해 땅 속으로 들어간다. 유충(굼벵이)은 종류에 따라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까지(4~14년 자료도 있음) 캄캄한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살다가 7년째 되는 해에 땅 위로 나온다.
유충은 천적을 피해 주로 밤에 나무 위로 기어올라 제 몸을 찢고 날개돋이를 한다. 3~5시간 동안의 몸부림 끝에 날개를 펼친 성충은 밤 새워 바람에 날개를 말린 뒤 다음 날 아침 날아간다.
매미는 이때 새나 곤충들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다.
매미는 이래저래 약자다. 매미가 아파트 단지에서 쩌렁쩌렁 울어대 다소 시끄러워도 생명이 짧은 가련한 생물로 여겨 소리를 즐기며 한여름을 보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