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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일언] 매미와 멧비둘기(3)

정기홍 기자 승인 2022.07.05 12:28 | 최종 수정 2022.08.07 01:11 의견 0

어제(4일) 집 근처에서 올해 첫 매미소리를 들었습니다.

"벌써 매미가?"

뇌란 것이 즉각 반응 해야 하는 것이거늘, 더위를 먹었는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나앉아 있습니다.

매미가 탈피하고 남은 허물. 정창현 기자

며칠 간 30~38도 폭염에 헉헉대는데 더위 수치를 보면 매미가 늦게 나온 편이지요. 올해 폭염은 작년보다 18일이나 일찍 왔답니다.

기자의 '온라인 일기장'에서 매미를 검색하니 재작년엔 7월14일, 작년엔 7월10일에 첫 매미소리를 들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매미는 2주 간의 세상살이를 위해 무려 7년 동안 땅 속 나무뿌리에서 기생하며 지냅니다. 짧게 마감하는 게 '매미의 일생'인데 뭣 하려고 저렇게 일찍 나왔나 싶네요.

이 생각을 하던 찰나, 매미도 급작스레 온 폭염에 올매나(얼마나) 놀래서 튀어나왔을까도 싶습니다. 10개월을 다 채우지 못한 조생아 격입니다.

이 짧은 시간이 아깝고 덧없어 여름 내 목 터져라 쩌렁쩌렁 울어댑니다.

"너들이, 왜 죽을 둥 살 둥 우는지를 알고나 있니?"

배 부른 소리 하지 마라는 조언입니다.

멧비둘기는 봄이 왔음을 알립니다.

멧비둘기. 문체부 홈페이지

국내 텃새인데 요즘에는 도심(정확히 도심 주거지)에서 한여름을 겁 없이 지냅니다.

우는 소리는 '구→구↘국↑ 국↑'을 반복하며 구구댑니다. 도심 집비둘기와 달리 무리지어 다니지 않고 1~2마리가 나무나 전봇대에 앉아서 웁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왔음을 알리는 메신저(메시지를 전하는 사람 등 동체)는 꽃과 잎만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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