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군 정양늪이 한여름의 정취를 갖춰가면서 풍경들도 풍성해지고 있다.
정양늪은 지난 7년간의 생태공원 조성 사업에 힘 입어 멸종위기종인 남생이(민물 거북이)가 발견되고 귀한 철새들이 다시 찾아드는 등 건강한 먹이사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습지가 기후 위기의 대안으로 생물 다양성의 보고로 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존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한여름을 맞아 부산스런 합천 정양늪을 찾았다.
▶만년의 시간이 만든 정양늪
지금으로부터 약 1만년 전 후빙기 이후 해수면의 상승과 낙동강 본류의 퇴적으로 생겨난 정양늪은 합천군 대양면 정양리에 위치한다.
황강의 지류인 아천의 배후습지이며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물학적,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매우 높은 습지로 보고돼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사는 생태계 보고
습기와 영양소를 가득 품은 정양늪은 다양한 수생 생물의 생활터전이다. 천연기념물인 수달(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과 남생이(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가 있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가시연, 대모잠자리, 큰기러기, 큰고니, 삵 등이 있다.
특히 금개구리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한국의 고유생물로 정양늪이 경상권 최대 서식지로 보호 가치가 높아 최근 환경부에서 야생생물 보호에 관심을 가지고 합천군을 방문하기도 했다.
식생 현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 가시연꽃, 어리연꽃 갈대 등 11개 식물군락 ▲ 큰고니 등 조류 67종 ▲ 백조어 등 어류 28종 ▲ 대모잠자리 등 육상곤충 226종 ▲ 금개구리 등 양서파충류 8종 ▲ 수달 등 포유류 17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천연기념물 남생이 발견
최근에서 천연기념물 남생이가 발견돼 방문객의 눈을 번쩍 띄게 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법정보호종인 남생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담수성 거북이다.
그런데 민간이나 한방에서 원기 회복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한동안 무분별하게 포획됐었다. 여기에 외래종 확산과 수질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지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53호로 지정됐다.
남생이를 발견한 이화여대 연구팀은 “토종 민물 거북인 남생이는 호수와 하천의 수생태계 건강성을 유지하는 보호가치가 높은 종”이라며 “정양늪의 서식 환경상 남생이가 살고 있을 것으로 예측은 했으나 실제로 발견된 것을 보고 정양늪의 보존 가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환영했다.
남생이 발견은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 연구팀의 도움이 컸다.
생태계 교란 생물인 외래종 붉은귀거북이가 정양늪에서 발견되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주관하는 외래종 개체군 감소 기술을 개발 중인 장 교수팀과 합천군이 협업 했다.
개발된 시제품을 실증하기 위해 지난 6월 13일부터 3개월간 정양늪에 시범적으로 설치했다. 주요 서식 지점에 설치된 포획 장치에서 붉은귀거북이의 포획 여부를 확인하는 중 남생이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 인간과 자연 조화공간, 정양늪 생태공원
정양늪의 생태공원 규모는 41만㎡다. 습지면적 주변에 생태학습관, 정양늪생명길, 관찰데크, 어린이놀이터, 조류탐조대, 꽃터널 등을 조성해 놓았다.
총 3.2km의 탐방로를 따라 습지를 관찰할 수 있고 철새가 찾는 겨울에는 탐조시설이 설치돼 있는 생태학습관과 조류 탐조대에서 큰기러기, 큰고니 등을 관찰할 수 있다.
습지숲은 다양한 야생화, 버드나무와 수생식물이 어우러져 조그마한 섬 역할을 하고 있다.
‘장군주먹과 발자국 바위’ 같은 이야기가 담긴 바위가 있는 강변 탐방로는 주변의 경관이 아름다워 트레킹을 하기 좋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운치도 있다.
또 정양늪에서 사는 멸종위기 생물들과 정양늪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합천군에서는 습지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시기별로 쉽게 관찰되는 습지생물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체험 장소를 선정해 자연환경해설사와 함께하는 생태체험 활동과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김윤철 합천군수는 “정양늪은 생물 다양성 및 생태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에 이어 올해 7월 1일 ‘경남도 대표 우수습지’로 재지정 됐다”며 “정양늪의 계절별 생태계 현황을 파악해 보전 대책을 수립하고, 훼손을 최소화 하기 위해 습지보전 및 체계적인 관리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