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낀 노신사 경남 하동 화개면사무소 찾아 1억원 익명 기부
하동 화개면사무소 찾은?70대 남성
1억 입금 영수증과 메모글 남겨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활용했으면”
사자성어 ‘오유지족’ 활용한 서명도
더경남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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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0 07:36 | 최종 수정 2022.10.2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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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신사가 시골 면사무소에 들러 이름을 밝히지 않은채 어렵게 사는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현금 1억 원을 주고 갔다.
19일 경남 하동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쯤 하동군 화개면사무소에 청바지와 바바리코트, 중절모 차림에 선글라스를 낀 남성이 찾았다.
70대로 추정되는 이 남성은 “적은 금액이지만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뜻을 전하며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식 계좌를 받아 자리를 떴다.
이 남성은 약 20분 후 면사무소로 다시 와 주민생활지원과 임영숙 주무관에게 기부금 입금 영수증과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영수증에는 무려 ‘1억 원’이란 거금이 찍혀 있었다.
임 주무관은 기부액을 100만 원 정도로 생각했다가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랐고 “따뜻한 차라도 한 잔 드리겠다”고 권했지만 이 남성은 극구 사양했다. 이어 “이름이나 신분, 사는 지역, 아무것도 묻지 마시라”며 자리를 떴다.
그가 남긴 메모지에는 ‘화개면민 사회복지수급 대상자 중 빈곤계층 고령자, 장애인, 질병자, 아동 등의 복지 향상을 위해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활용하기 바란다’는 내용이 정갈한 필체로 적혀 있었다.
이름은 ‘무명인(이름이 없는 사람)’이라고만 썼다. 이름 뒤에는 ‘오유지족(吾唯知足)’을 한 글자처럼 표현한 서명이 덧붙어 있었다. 오유지족은 ‘스스로 오직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성금은 이 남성의 뜻에 따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인동 복지기금’ 명의로 화개면 취약계층 및 복지사각지대에 사용될 예정이다.
임 주무관은 “남성이 화개면 주민으로 보이진 않았지만 '인동'이란 지명을 특정해 기부한 것으로 봐서 어떤 식으로든 화개면과 연고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이재만 면장은 “무명의 독지가가 보내준 이번 사랑의 기탁은 이웃 간 소통이 없는 각박한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지역 주민들에게 삶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