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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밭두렁] 천정부지로 오른 '곤포사일리지(공룡알)' 값, 축산농은 힘들다

정창현 기자 승인 2022.11.08 10:22 | 최종 수정 2022.12.16 03:43 의견 0

요즘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 공룡알처럼 생긴 '곤포사일리지(마시멜로)'가 눈에 많이 뜨입니다. 볏짚을 축사 사료용으로 둘둘 말아놓은 것이지요. 대부분 하얗지만 청색, 분홍색 등 다양합니다.

이 곤포사일리지 값이 올해 들어 치솟았습니다.

공룡알 가격의 폭등은 당연히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지요. 구하기가 어려워지니 가격 여건도 악화됐습니다. 수입 건초 값은 최근 두배 가까이 올랐다고 합니다.

가격이 오른 이유로는 ▲최근 몇 년간 쌀값 폭락 여파로 인한 벼 재배농가 감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사료용 곡물 가격과 곡물 재배 원자재 값(농기계, 랩핑용 비닐값 등) 폭등 ▲이상 기후로 인한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 지난 몇 년간 소값이 괜찮아지면서 축산 농가가 약간 늘어난 것도 이유가 되겠네요.

경남 진주시 진성면 구천마을 늦가을 들녘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곤포사일리지들

현장의 거래 상황은 어떤지 점검해보겠습니다.

볏짚 사료의 매매는 입도선매(立稻先賣·벼를 논에서 거두지 않은 채로 팔아 버림), 즉 벼가 익을 무렵 재배농가와 축산농가가 계약하는 경우와 벼를 수확한 뒤 곤포사일리지를 팔고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곤포사일리지 수급 여건이 좋지 않자 입도선매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에서 소 축사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지난 달 인근에서 입도선매로 한 마지기(200평 기준)에 지난해 2만원이던 볏짚 값을 2만 5천원에 계약을 했는데 최근에 경쟁이 심해지면서 5천원을 더해 3만원에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진주시 동부 5개면의 경우 대형 축산농가는 적지만 진주는 물론 인근 의령, 함안 지역에 축산농이 많아 축산농가 간에 경쟁이 심합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 볏짚 계약은 벼를 수확할 때 많이 합니다. 축산 농가는 수확 때 벼 재배 농가에 볏짚을 팔건지를 묻고 판다고 하면 콤바인이 벼를 수확할 때 알곡만 텁니다. 곤포사일리지를 만들지 않으면 수확 과정에서 볏짚을 잘게 잘라 논에 그냥 놓아 둡니다.

볏짚을 말아놓은 곤포사일리지를 한 곳에 모아놓은 모습. 이상 정창현 기자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곤포사일지지를 거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요가 생기니 공급도 나타나고, 중간에서 이를 이어주는 사람도 나오는 것이지요. 이들은 벼를 베는 콤바인이나 짚을 마는 기계(베일러)를 갖고 이웃의 벼 수확을 해주는 주민입니다.

강원 고성군 간성읍에서 소 150두를 키우는 김건영 씨는 해마다 거리가 먼 충청 지역의 곤포사일리지를 계약해 수급해왔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올해는 한여름 때부터 일찍 나서서 이웃 농가와 볏짚을 계약해 근처에서 겨우내 먹일 볏짚 사료를 확보해 놓았습니다.

김 씨는 "최근 공룡알 가격이 급등하면서 먼 지역의 공룡알을 운반해오기엔 가격 부담이 너무 커 올해는 궁여지책으로 근처 농가와 먼저 계약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곤포사일리지 한 개에 운반비 등을 다 포함하면 10만원 정도 든다고 합니다. 진주의 경우 지난해 7만원에서 올해 8만원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보통 들판에서 보는 크기이고 작은 것은 5만원에 거래되는 등 크기에 따라 가격도 다양합니다.

곤포사일리지 한 개는 대체로 8만원 정도에서 거래됩니다.

여기에서 한 마지기당 2만 5천원 거래와 곤포사일리지 한 개 8만원 거래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한마지기당 2만 5천원은 기계(베일러) 이용료 등을 뺀 순수한 입도선매 가격입니다. 참고로 대체로 한마지기당 2~3개 곤포사일리지가 나옵니다.

한 마지기당 3개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한 개당 8만원이면 총 32만원이 나옵니다. 하지만 볏짚을 모으고, 비닐을 입히는 작업비가 5만원 정도 듭니다.

거간인이 공룡알 한 개 당 볏짚을 입도선매한 비용 2만 5천원을 3으로 나누면 8333원입니다. 여기에다 작업비 5만원을 더하면 58333원이지요. 판매가가 8만원이라면 볏짚 주인은 2만 11670원이 남는 겁니다.

흔했던 볏짚이 최근 몇 년간 귀한 몸이 되자 이웃 간의 다툼 생깁니다. 경남 지수의 어느 축산 농가는 곤포사일리지 때문에 사이가 틀어졌는데, 한 농가에서 논에 있는 곤포사일리지를 자기 것인지 잘못 알고서 이웃 논에 있던 곤포사일리지를 가져간 게 화근이었다고 하네요.

평야지대로 벼 재배 대농가가 많은 호남과 충청 지역은 조금 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수급 추세기 이어지면 불과 1~2년 만에 공룡알 가격이 오를 것은 명약관화 합니다.

한편으론 축산농가들은 "축산농의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 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사료값이 지속 오르면서 중규모 축산농의 수지타산에 어려움이 점점 커지기 때문입니다. 100마리 넘게 사육하는 농가는 몇십 마리를 사육하는 농가에 비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사료값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말입니다.

그 흔하던 볏짚의 품귀현상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이네요. 거꾸로 벼 재배농가의 볏짚 판매 수익이 적어지면 곤포사일리지의 가격은 더 오르겠지요.

벼 수확후 논에 그대로 둬 퇴비로 활용되던 볏짚이 다른 곳에 이용되니 퇴비나 비료가 더 많이 들어가는 문제점도 드러납니다. 대안도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한국농어촌공사는 지금도 볏짚을 논 밖으로 유출 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벼논의 토질을 검사한 뒤 기준에 못 미치면 농업직불금(공익직불금)을 보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를 합니다. 또한 친환경 경작 벼논에는 볏짚을 잘게 썰어 논에 뿌려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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