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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을 찾아서] 대나무 바구니 '초배기'(1)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5.05 14:47 | 최종 수정 2023.05.05 15:08 의견 0

농어촌의 살가움과 온기를 전하는 더경남뉴스가 21세기에 보기 힘든, 골동품(骨董品)과 같은 '옛것'을 찾아나섭니다. 골동품은 희귀한 빈티지(vintage·낡고 오래된 것) 분위기가 물씬 와닿는 옛 물품입니다. 고방(광) 먼지가 내려앉아 깊숙히 쳐박혀 볼품없는 옛것을 찾는 코너입니다. 많은 애독과 함께 소개 제보를 부탁합니다. 편집자 주

첫 연재로 초배기를 소개합니다.

어느 초등학교의 모임 카페 글을 읽다가 '초백이'란 단어가 궁금했습니다. 처음 보는 단어여서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더니 설명은 나오지 않고 중고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사진만 덩그러니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내 무릎을 탁 쳤습니다. 클 때 자주 보던 옛 세간살이였기 때문이지요.

이름을 알길이 없어 잠시 난감했지만 달리 '초배기'로 찾아보니 여러 제품과 함께 설명을 곁들여 많이 나와 있네요.

'잃었던 옛 입맛'을 되찾은 듯 반가웠습니다. 어릴 때 눈대중으로 보고 지나쳐 정확한 쓰임새와 중요성을 몰랐던 거지요.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독자분도 있을 법 해서 소개해봅니다.

한쪽이 헐어 달아난 낡은 초배기

두껑을 연 초배기의 안의 모습

초배기를 쉽게 설명하면 대나무로 만든 '옛날 도시락'입니다.

몇가지 용도가 있지만 여기에다 보리밥, 떡, 삶은 호박잎 등 갖은 음식을 넣어두고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 만든 음식들을 넣고 이고 들고 나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부엌의 찬장 위에다 두었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른 재료로 만든 것은 모르겠지만 주로 대나무의 한 종류인 조릿대로 만들었지요. 선친께서 마당 한 구석에서 동네 뒤 밭둑에서 자라던 조릿대로 잘라 와 만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엮어가는 것이 신기해 쪼그려앉아 구경하던 때가 파노라마처럼 스칩니다.

초배기는 단단하고 매끈해 좋은 보기가 좋습니다. 좋은 조릿대로 잘 만들면 한폭의 예술작품과 같은 느낌이 와닿습니다. 안쪽으로는 대나무를 한 겹 더 입힌다고 하네요. 실제 초배기 예술 작품들이 많이 있지요. 같은 대나무로 만드는 광주리나 소쿠리와는 격이 좀 다릅니다.

어머니께서 찬장 등에 보리밥 등 음식을 두면 학교를 파하고 고픈 배를 채우려고 조선간장에 김치와 나물을 넣고 보리밥을 쓱쓱 비벼서 먹곤 했지요. 공기가 잘 통하고 매끈한 대나무의 성질에 썩지도 않아 보리밥을 한여름 며칠간 두어도 쉬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대나무의 성질 때문입니다.

광주리나 작은 소쿠리에도 보리밥 등을 담아서 찬장에 두었으나 쥐나 파리 등 벌레가 끓어 이들의 접근을 막아줍니다. 쥐가 얼마나 들끓었으면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이란 속담도 생겼습니다. 쥐가 밥도 아닌 풀을 먹으려고 들락날락하는 것을 뜻합니다.

방구리란 동이와 모양이 비슷한데 크기는 작습니다. 주로 물을 긷거나 술을 담는데 쓰는 질그릇입니다. 옛날 동네 새미(샘)에 물을 길어 이고 오던 물동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조금 더 빠릅니다.

어느 분은 경상도 지방에서 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사용했습니다. 대나무가 중부 이남에서 잘 자라 경상·전라 지방에서 많이 만들어 활용했겠지요.

예전엔 조릿대로 소쿠리를 만들어 읍내 5일장에 나가 팔아 생계를 잇는 가정도 있었지요. 초배기보다 손쉽게 만들지만 엮는 손재주가 좋아야 합니다.

이상 옥션중고마트 캡처

길죽하거나 동그란 초배기가 있는데 길죽한 것보다 동그란 것이 더 귀하다고 합니다.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라는 게 잘 만들어 놓으면 보기에도 참 예쁩니다. 요즘 들어 예술적으로도 가치를 인정 받는 것 같습니다. 옹기와 같은 물건이지요.

초배기는 운치가 있어 음식 말고도 무엇을 담아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뜨개질 거리도 담아놓을 수 있고 작은 솔도 담고요.

초배기는 바구니라는 의미로는 광주리와도 상통합니다. 광주리는 대나 싸리, 버들 등으로 바닥은 둥글고 촘촘하게, 위는 성기게 엮어 만든 그릇입니다. 일반적으로 바닥보다 위쪽을 더 벌어지게 만듭니다. 소쿠리는 이들보다 품이 덜 들어 대중적으로 씁니다. 수확한 곡물을 까부는 키도 있지요. 키는 경상도 사투리로 '채'라고 하는데 진주 지방에선 '채이'라고 말합니다.

참고로 옥션중고마트에 나와 있는 초배기의 가격은 3만원에다 배달료 3천원이 더 붙네요. 약간 길게 옛 이야기로 타임머신을 타봤습니다. 옛것은 세대를 떠나 이처럼 숨어 있고, 죽어 있던 추억거리를 되새겨줍니다. 앤돌핀을 생산해내는 물건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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