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대 60억원의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과거에 후원금을 모집한다며 올린 '거지 코스프레' 글이 재소환 되고 있다.
7일 각 매체들의 기사에 따르면, 김 의원의 ‘60억원 코인’ 논란이 여러 분야에서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그가 과거에 후원금 모금을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렸던 글과 방송들이 재조명됐다. 김 의원의 이 같은 궁핍함을 강조한 말에 반전(反轉) 캐릭터의 대명사인 ‘카이저 소제’에 빗대 ‘카이저 남국’이란 표현도 등장했다.
‘카이저 소제’는 영화 유주얼서스펙트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카이저 소제라는 닉네임의 범죄자가 대규모 선상(船上) 학살극을 벌인 뒤, 그 현장의 유일한 생존자인 한 남성 장애인이 FBI에서 조사를 받으며 참사 당시의 기억을 되짚는 내용이다.
이 장애인은 자신만 범죄에 이용당하고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FBI 조사관이 “넌 멍청하니까, 멍청하고 절름발이니까”라고 말하자 울음을 터뜨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조사실을 벗어난 뒤 그의 걸음걸이는 서서히 정상인의 걸음걸이로 바뀐다. 시종 ‘어수룩한 끄나풀’처럼 보이던 그가 바로 학살자 카이저 소제였던 것이다.
김 의원이 그동안 가상화폐 등에서 투기성 투자를 해 60억대에 이르는 돈을 굴린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여론은 김 의원이 이른바 '거지 코스프레'를 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앵벌이 수준'의 후원금 호소를 했고, 지난해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전부터 야당 지지층이 즐겨보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궁핍’을 강조하며 개그를 섞어 개인 홍보 소재로도 활용해왔다.
김 의원은 지난해 11월 디시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갤러리에 “연애 비법을 전수해 드린다”며 후원금을 모았다. ‘연애 비법’을 전수하며 “후원 꼭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당시 그는 썸녀와의 통화를 위해 엘리베이터를 두고 계단으로 20층까지 올라가는 등의 ‘연애 비법’을 공유했다. 이어 “이 글을 보고 웃고 계시거나 연애 꿀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후원 꼭 부탁드린다. 후원금이 텅텅 비었다. 청년 정치인들은 후원금 모금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2019년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식을 묻는 상대 여성의 질문에 “매일 라면만 먹는다. 그렇게 먹은 지 7~8년 된 것 같다”며 “거의 하루 한 끼 못 먹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파스타의 한 종류인 ‘까르보나라’를 주문하며 “까르보나”라고 말하는 등 외식 메뉴에 생소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돈이 없어서 호텔 대신 모텔 생활을 한다’는 취지의 주장과 함께 후원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6월 1일 지방선거 유세와 관련해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 가서 잔 적이 없다.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 이용한다. 작년 지방선거 부산 지원 유세 때는 방 두 개 안 빌리고 모텔에서 보좌진이랑 셋이 잤다. 정말 아껴 쓰겠다. 꼭 필요한 곳에만 쓰겠다”고 호소하며 계좌번호를 첨부했다.
이 모금을 요구한 때인 지난해 6월 이후는 그가 최대 60억원 규모의 코인을 투자하고 인출했다는 의혹이 나온 기간 뒤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그가 모금을 하기 위해 ‘거지 코스프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21년 6월에는 유튜브에서 “제가 돈을 번 건 비트코인이 아니고 진짜 아끼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안 사먹고…”라고 했다.
김 의원이 구멍이 난 운동화를 신고 의정 활동을 다니며 ‘궁핍하고 검소한 청년 정치인’ 이미지를 쌓아왔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2020년 페이스북을 통해 낡은 운동화 사진을 공개하면서 “구두 대신에 운동화 신고 본회의장 가고, 서류가방 대신에 책가방 메고 상임위원회 회의 들어간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2021년 11월 TBS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구멍난 운동화를 소개했다. 그는 김어준 방송 출연자 등을 앉혀놓고 ‘3만 7000원을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그로부터 1개월 뒤 그가 신고한 재산은 12억 6000여만원이었고, 코인은 뺀 금액이었다. 이듬해 초 그는 60억원대 코인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네티즌은 “수십억 자산을 가진 정치인은 서민 코스프레로 후원까지 받고, 그를 지지하는 진짜 서민들은 200만~300만원 월급 받으면서 후원해주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그가 가상화폐 ‘위믹스’를 지난해 초 60억원어치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고 가치가 폭락하기 전인 지난해 초 처분했던 것으로 알려져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즉, ‘코인 실명제’로 불리는 ‘트래블 룰’(Travel Rule)이 시행되기 직전인 지난해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했다. 이 코인을 김 의원이 정확히 언제 매입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김 의원은 입장문에서 “2016년부터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네티즌들은 “역대급 반전 카이저남국” “재산이 그렇게 많은데 후원금 구걸했구나” “이 정도면 이재명 대표도 속았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관련 게시글에는 ‘유주얼 서스펙트’의 강력한 반전이 담긴 엔딩 장면이 함께 올라오기도 했다.
국회의원의 ‘이해 충돌’ 논란도 불거졌다.
김 의원이 2021년 7월 6일 노웅래 의원 등 민주당 의원 9명과 함께 ‘소득세법 일부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은 2022년 1월부터 시작되는 ‘가상 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1년 후인 2023년 1월로 미루자는 것이다.
2016년부터 가상 화폐를 매매하고 수십억원대의 코인을 보유했던 김 의원이 코인 거래에 대한 세금 부과를 늦추자는 법안을 발의했던 셈이다.
한편 김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에서 당선된 후 네 차례 재산 신고를 했다.
의원 당선 직후 8억 3241만원을 신고한 김 의원의 재산은 2021년(공개 시점 기준) 11억 8103만원, 2022년 12억 6794만원, 2023년 15억 3378만원으로 불어났다.
김 의원은 관련 보도가 나오자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 화폐의 경우,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재산 신고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으며, 보유했던 ‘위믹스’와 관련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 거래”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작년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의 위믹스 거래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 현황에서 가장 많은 후원금을 모았다. 당시 김 의원은 3억 3014만원을 모금하며 1위를 차지했다. 상위 20명 가운데 15명이 민주당 소속이었다.
김 의원은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자 김 의원은 내일(8일) 계좌를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