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중간 판매업자들이 전국의 한우 축사를 다녀간 뒤에 소가 이상행동을 보이고 살이 빠졌다는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 축사는 경북과 경남, 전북 등지에서 8곳에 달한다.
21일 SBS 단독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경남의 한 한우 축사에 중간 판매업자들이 소를 많이 사겠다면서 왔다가 간 이후 갑자기 소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고 살이 빠졌다. 축사 주인은 "업자들이 소가 마시는 물통에 어떤 액체를 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축사 주인들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SBS가 보도한 영상에는 한 남성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축사의 소 급수대로 다가선 뒤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병에 든 액체를 뿌린다. 곧이어 물에는 거품이 생기고 색깔이 누렇게 변했다. 또다른 소 먹이 물통에도 액체를 뿌렸고 다가서던 소들은 냄새를 맡고 뒷걸음질 쳤다.
소들의 이상 행동은 이후에 나타났다.
피해 축사 주인 심상원 씨는 "소가 물도 안 먹고 사료도 안 먹고, 큰 소리로 꽥꽥 거려서 알게 됐다. 소를 10년 동안 키우면서 이렇게 황당한 경우를 당한 건 처음"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중간 판매상인 A 씨가 kg당 200원을 더 주겠다고 해 한우 137마리를 팔기로 했다. 그런데 출하 전날 한 남성이 괴액체를 뿌렸고, 소들이 이를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 감량된 상황에서 무게를 달아 중간 상인에게 넘겼다.
심 씨는 "한 마리에 50~60kg정도 감량이 됐다. 금액으로 1억 원 정도를 손해를 봤다"면서 "소 값도 많이 하락하고 사료 값도 많이 올라 소를 계속 키워야 할지 아니면 폐업을 하고 정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이 이 물을 수거해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소의 쓸개즙 성분이 검출됐고, CCTV에 등장한 남성은 이 축사로부터 소를 사가기로 한 중간 판매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소 쓸개즙은 맛이 매우 써 소가 극도로 싫어한다고 밝혔다.
심 씨는 "쓸개즙 냄새를 맡은 소들이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 하루 새 살이 엄청나게 빠졌다"면서 "살이 빠진 만큼 중간 업자들이 편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행위를 한 중간 도매상은 "도축 전에는 먹이를 주지 않고 속을 비워 놓는 절식이라는 원칙이 있다. 농장주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것을 안 해주면 도축장에서 도축을 안 해준다"고 밝혔다. 본인이 왜 액체를 뿌렸는지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우협회는 "출하에서 도축까지 12시간 이상 걸리기에 농가에서 일부러 절식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도 절식이 필요하다고 적시해놓았지만 물은 제외한다고 돼 있다.
경찰은 이런 피해가 전국적으로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고 비슷한 피해를 겪었다는 농장들이 추가로 확인되고 있다. 경찰은 같은 일을 겪었을 경우 바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북 안동에서는 지난 2020년 12월 한우 축사에 중간 판매상 2명이 찾아왔다. 여성 판매상이 농장주에게 말을 거는 사이 축사 안으로 들어간 남성 중간 판매상은 농장주의 눈치를 살피면서 급수대 곳곳에 계속 액체를 뿌렸다.
이 판매상은 지난 2월 경남 창녕의 한우 축사에서 쓸개즙을 뿌렸던 중간 판매업자였다. 경북 안동 축사에서도 이들이 다녀간 후 소들이 물과 사료를 먹지 않았다. 전북 순창의 농장주도 이들이 소를 가져가기 전날에 대구에서 찾아와 쓸개즙을 뿌렸다고 말했다.
한편 다 큰 한우는 최대 하루 50L까지 물을 마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