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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놓으세요”라고 했지만 끝까지 잡아 끌었다…3명 구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의 의인(義人) 화물차 기사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18 14:23 | 최종 수정 2023.07.22 22:37 의견 0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당시 화물차 운전기사가 물에 빠졌던 3명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큰 감동을 주고 있다.

18일 CJB청주방송 보도에 따르면 14t 화물차 운전수 유병조(44) 씨는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때 자신이 먼저 차 지붕 위로 피한 뒤 주변에 있던 3명의 목숨도 함께 구했다. 침수 당시 약 6만t의 물이 들이닥쳤다.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상황에서 3명을 구해낸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 씨. SBS 뉴스 캡처

유 씨는 차도 침수 사고 당일 오전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던 순간 버스의 시동이 꺼진 것을 보고 뒤에서 추돌시켜 버스와 함께 지하차도 밖으로 빠져나가려 시도했다. 하지만 버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유 씨는 “같이 탈출해 보려고 (버스를) 뒤에서 박았는데 안 밀리더라. 제 차도 그 상태에서 시동이 꺼져버렸다”고 말했다.

물이 차오르자 유 씨는 급히 차 창문을 부수고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유 씨는 곧바로 이 여성을 자신의 화물차 위로 끌어올렸다. 또 주위에 유 씨를 향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남성 두 명이 있었다.

유 씨는 “남자 2명이 물에 떠서 계속 살려 달라고 외쳤다”며 “침착하게 얼굴만 물 밖으로 나와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초인적 힘을 발휘해 난간을 붙잡게 한 뒤 그들을 모두 구조했다.

이후 이들은 함께 터널 위 난간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버틴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다.

이날 오송 지하차도에서 구조된 9명 중 3명을 유 씨가 구했다.

지하차도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이 난간을 붙잡고 있는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유 씨가 구조한 20대 여성의 부모는 그를 만나 “(딸이) ‘저는 힘이 없으니까 이 손 놓으시라’고 (했는데) 끝까지 잡으셔서 그 높은 곳까지 (올려줬다) 자신도 힘들었을 텐데 포기하지 않고 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흐느꼈다.

한편 지난 15일 오전 8시 45분쯤 집중호우로 미호천교 가설 교량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에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치는 등 2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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