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송지하차도 '9명 참변' 급행버스, 폭우로 노선 바꿨다가 변 당해
운행 노선 침수되자 지하차도로 우회···버스카드 탑승자 10명 안팎
정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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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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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 침수 현장에서 16일 시신 8구가 인양된 버스(청주 747번 급행버스)가 폭우로 노선을 우회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지하차도에는 최소한 차량 15대가 물에 잠겨 있고 실종 신고된 최소 11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주시와 운송업체 등에 따르면, 오송 지하차도에 진입한 이 버스(청주 747번 급행버스)는 오송역~청주 시내~청주공항을 운행해 사고 지점을 통과하는 노선이 아니다.
하지만 이 버스는 사고 당시 강내 지역의 도로가 침수되자 정규 노선을 바꿔 청주역을 거쳐 오송역으로 향했다. 카드 이용 탑승객은 1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당시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버스 승객은 "버스에 승객 8명과 운전기사 1명이 더 있었는데 탈출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해 인원이 비슷하다.
이 버스는 평소 청주국제공항∼고속버스터미널∼충청대∼오송역 구간을 왕복 운행한다. 오송지하차도는 원래 다니는 길이 아니다.
청주 시내에서 강내면 쪽으로 운행하던 버스는 오전 8시 20분쯤 3순환로 강상촌 교차로에서 방향을 틀어 청주역 분기점 쪽으로 버스를 몬 것이다.
이틀간 쏟아진 폭우에 저지대인 강내면 일대가 침수되자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탑연삼거리에서 도로가 통제되자 우회 운행한 것으로 보인다. 강내파출소는 "당시 교통 통제로 당시 많은 차가 탑연삼거리 앞에서 회차했다"고 전했다.
실종 상태인 50대 버스 운전자는 충청대에서 내릴 승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탑연삼거리까지 가지 않고 강상촌교차로에서 우회했고, 청주역분기점과 옥산교차로를 지나 오송지하차도로 향한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 관계자는 “시청에서 노선 변경을 안내하지 않은 이 버스가 노선을 변경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경찰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운전기사 임의로 노선 변경인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주시시내버스준공영제관리위원회가 오전 6시 20분쯤 강내면 탑연삼거리~충청대 간 도로가 침수로 시내버스 운행이 불가능해지자 6시 40분쯤 버스(502번, 747번)를 강내면 침수 구간을 우회해 강상촌 분기점~궁평제2지하차도~오송역으로 가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행시내버스는 궁평리 쪽에서 오송리 쪽으로 가기 위해 지하차도에 들어왔다가 순식간에 쓰나미처럼 유입된 미호강 흙탕물에 옴짝달싹도 못 한채 침수된 것으로 추정된다.이 버스는 전체 지하차(685m) 중 터널구간(430m)을 거의 빠져나온 상태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특히 금강홍수통제소 측에서 미호강이 위험 수위에 이르자 지하차도 차량 통제를 청주시에 요구했지만 교통 통제를 하지 않아 더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