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속담 순례]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1)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25 16:37 | 최종 수정 2023.07.25 23:22
의견
0
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요즘 딱 맞는 속담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를 먼저 가져왔습니다. 옛어른들은 요즘같은 장마 때면 "아이고, 장마 끝은 없다던데"라는 걱정하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가뭄 끝', '장마 끝'에서의 '끝'은 어떤 뜻일까요? 장마 끝이 없다는 게 '장마가 계속된다'는 의미로도 들립니다. '뒤끝'으로 해석하면 이 속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가뭄과 장마 중 어느 것이 피해를 많이 줄까요? 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뭄보다 장마(집중호우)의 피해가 큽니다.
가뭄은 아무리 심해도 농사 피해 정도에 그치지만, 장마에 따른 홍수는 사람 목숨 등 모두를 앗아가 남아 있는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홍수는 삽시간에 쓸어가 버리지요.
비슷한 속담으로 '3년 가뭄에는 살아도, 석 달 장마에는 못 산다'가 있습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즉 농업이 하늘 아래 가장 큰 근본이던 시절 우리의 조상들은 가뭄보다 장마(홍수)에 더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올해 장마는 국지성 폭우가 잦아 수해가 엄청납니다. 인명 피해는 물론 농축산물 피해도 컵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달간(6월 25일~7월 24일) 강수일은 역대 15위인데 강수의 양은 3위랍니다. 비가 국지적으로 강하게, 많이 왔다는 뜻입니다.
근자에 지구온난화로 한반도에도 집중호우가 잦아집니다. 요즘 여름 비는 시쳇말로 '내리면 퍼붓는' 형태로 바뀝니다. 한 두시간에 100mm가 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우리나라의 70%가 산인데 장마철엔 산사태 위험이 매우 컵니다. 골짜기에서 모인 장마 빗물은 개천으로 흘러서 강으로 갑니다. 이번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태처럼 강둑마저 터진다면 큰 인명 피해도 나지요.
이제는 치산치수(治山治水)를 더욱 신경써야 하는 시대입니다. 자연환경도 중요하고 지켜야 하지만 홍수 등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수천년 전 세계 4대 문명발상지 등 주요 고대도시도 치수 시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요즘 장마 끝이 없습니다. 장마(홍수) 뒤끝도 만만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