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속담 순례] '대추나무에 소 맨다'(2)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7.30 03:25 | 최종 수정 2023.07.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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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업을 중시하는 더경남뉴스가 농업과 어업과 관련한 속담(俗談)을 찾아 그 속담에 얽힌 다양한 의미를 알아봅니다. 속담은 민간에 전해지는 짧은 말로 그 속엔 풍자와 비판, 교훈 등을 지니고 있지요. 어떤 생활의 지혜가 담겼는지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환상박피(環狀剝皮)란 말이 있습니다. 고리 환(環), 형상 상(狀), 벗길 박(剝), 가죽 피(被).
과수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려고 나무와 나뭇가지의 줄기를 따라 나무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뜻합니다.
환상박피는 양분 이동 억제 등으로 착과율을 높이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겨우내 껍질 속에서 동면하던 해충을 제거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포도 등 과수원을 하는 농가에선 3~4월 봄철엔 껍질 벗기는 작업을 합니다. 게으른 농가는 이런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익어갈 때마다 봄에 제거하지 못한 해충의 피해를 봅니다.
대추나무에 맨 소는 줄곧 움직이며 대추나무 껍질을 벗기므로 환상박피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면서 결과적으로 과일이 많이 열리는 조건을 만들지요. 또 소는 머리, 등으로 나무에 비비면서 옆에 난 작은 곁가지들을 부러뜨리고 없애 원 가지가 튼실하게 자라게 합니다.
왜 하필이면 대추나무에 소의 고삐를 맬까요?
대추나무가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힘 센 소가 이리저리 억세게 움직여도 여타 나무처럼 잘 부러지지 않습니다.
또한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돌만큼 단단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벼락 대추나무 인감도장은 행운을 상징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지요. 대추나무는 옛날 논밭을 사고 팔 때 문서에 찍는 중요한 인감도장용 나무로 애용됐습니다.
대추나무는 전장에 쓰이는 창의 재료로도 애용됐다고 합니다.
굳이 더 붙이자면, 대추는 다산(多産)과 행운을 상징해 다른 나무보다 중시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