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논란에 휩싸이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2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58)의 ‘노인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김호일 회장 명의로 낸 성명서에서 "과거에도 여러 민주당 인사들이 노인 비하 발언을 해온 사실이 있다"면서 “민주당은 노인 폄하 발언을 반복하는 치유할 수 없는 습관성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대한노인회는 "헌법에 보장된 참정권을 무시한 노인 폄하 발언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김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청년 좌담회에서 “둘째 아이가 스물두 살 된 지 얼마 안 된 아이인데, 중학생 때 ‘왜 나이 드신 분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질문을 했다”며 “자기가 생각할 때는 자기 나이부터 남은 평균 기대 수명까지, 엄마 나이부터 남은 기대 수명까지 해서 비례적으로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되게 합리적이죠”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둘째 자녀의 주장이)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1인 1표라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맞는 말”이라며 “아들은 우리 미래가 훨씬 긴데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청년들과) 똑같이 표결하냐는 것이다. 합리적이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1인 1표 선거권이 있으니 그럴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고 했다.
대한노인회는 이 발언에 대해 “1950~1960년대 전쟁 폐허의 잿더미인 나라를 위해 가난을 이겨내며 서독에 광부로 간호사로, 중동 열사의 땅에서 수로 공사에 참여하며, 심지어는 목숨마저 걸고 월남전에 참전하며 달러를 벌어들여 ‘한강의 기적’을 낳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 강국의 기초를 닦아 준 노인 세대에게 은공은커녕 학대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대한노인회는 과거 노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던 민주당 인사들의 사례도 언급했다.
지난 2004년 3월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정동영 의장은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아요.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 강연에서 “50대에 접어들게 되면 죽어나가는 뇌세포가 새로 생기는 뇌세포보다 많다. 사람이 멍청해진다”며 “60세가 넘으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말자. 65세가 넘으면 때려 죽여도 책임있는 자리에는 가지 말자”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트윗도 거론됐다.
조 전 장관은 당시 서울대 교수이던 2011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 트위터 이용자가 “서울 노친네들 설득하기 힘드네요. 그래서 아부지랑 엄니한테 25일부터 27일까지 수안보 온천 예약해드렸습니다”라고 쓴 글에 “진짜 효자!!!”라는 댓글을 달았다.
조 전 장관은 노인 폄하 발언 논란이 확산되자 해당 글을 삭제한 뒤 “효자칭찬 받으시겠군요. 내가 노인분들 투표 못 하게 하라고 했다고요? 그러면 안 되죠. 박원순 후보의 노인정책을 알려드리고 10번 찍으시라고 해야죠”라며 “재차 강조하지만 이번 선거는 개념과 무개념,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대한노인회는 “민주당 대표가 우리나라 노인을 대표하는 대한노인회를 찾아와서 발언의 진위를 해명하고 진심어린 사과를 재발방지 약속을 해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최락도 민주당 전국노인위원장(12·13·14대 국회의원)도이날 ‘노인 비하’ 발언에 대해 “이적행위”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에 “혁신위가 당을 혁신하는 게 아니라 망조 들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치를 안 해본 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현실 감각이 없는 것 같다”고 탄식했다.
최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인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며 “혹시 마음 상한 분들이 있다고 하면 유감스럽다”고 말하자 “사과 같지도 않은 사과”라며 평가절하 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한 좌담회에서 "왜 미래가 짧은 분들이 1대 1로 표결해야 하나"는 발언을 해 '노인 비하' 논란이 인 데 대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며 비판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서 "어제 정말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우리 당을 도와주러 오신 분 맞나"라며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조 의원은 "아프리카 속담에 그런 얘기가 있다. '노인 한 명이 돌아가시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 그만큼 어르신들은 삶의 지혜, 경험이 축적된 분들"이라며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의 다른 설화(舌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 대표 선거 돈 봉투 사건에 '검찰에 의해 만들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있다',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 '계파 살리려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초선 의원 학력 저하 코로나 학생들 같다'. 위원장 오시기 전부터 '민주당 현역 의원들은 기득권이다' 딱 못 박고"라며 "방송 좀 안 나오시거나 말씀 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조 의원은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과 혁신 과정에 대해서도 "지금 혁신안이라고 내놓으신 게, 그것 때문에 우리 당이 이렇게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고 당내 민주주의가 굴절되고 그렇게 됐나"며 "(지금 진행되는 혁신 과정은) 절대 좋은 평가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이날 김 혁신위원장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하며 '대통령' 직함을 사용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노인 폄하 망언을 덮으려 본색을 드러냈다"고 원색적인 비판을 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 위원장이 '윤석열 밑에서 임기 마쳐 엄청 치욕스러웠다', '분노가 치밀어서 이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며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발언임에도 대통령 직함도 붙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에 따라 국민의 주권 행사로 선출된 대통령께 그리고 국민들께 기본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발언"이라며 "노인 폄하 망언에 더해 공직자의 자질 부족만 자백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간담회에서 혁신위원장직 수락 배경을 설명하며 "(금융감독원 부원장 시절) 윤석열 밑에서 통치받는 게 너무 창피했다. 분노가 일었다. 문재인 대통령 때 금융감독원 부원장으로 임명받았다가 윤석열 밑에서 임기를 마치는 게 엄청 치욕스러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일반 국민은 꿈도 꾸기 어려운 고위직을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스스로 임기를 꽉 채워 퇴임하고 이제 와서 치욕 운운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으냐"며 "대통령 밑에서 일하는 것을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공직자가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 마치는 게 치욕스러웠다던 김 위원장님, 우리 좀 솔직해지자. 대체 정권이 바뀌었는데 1년을 더 버티며 꾸역꾸역 임기를 채운 이유가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맡았던 금융소비자보호처장 자리는 연봉 3억 원으로 손꼽히는 꿀직장이다. 국민들 눈에는 좋은 자리 내려놓기 아쉬워 구질구질하게 버티면서 임기 다 채웠다고 보일 수밖에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온실 속 화초처럼 평생 대접 받으며 꽃길만 걸었으니 '초선 비하' 발언부터 '노인 폄하' 발언까지 망언이 쏟아지는 것"이라며 "정치는 매 순간, 모든 발언이 국민의 평가를 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월급 꼬박꼬박 받으며 '알 박기'로 잘 지내다가 이제 와서 그 세월은 치욕이라 분노가 치밀었다니 그 편리한 인식 구조가 부럽기까지 하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