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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 사진관] 경남 진주시 진성면 한 집안의 '산소 벌초' 스케치

정기홍 기자 승인 2023.09.09 12:29 | 최종 수정 2023.09.15 10:32 의견 0

추석 명절을 20일 앞둔 요즘 조상의 묘를 찾아 잡풀을 제거하는 벌초가 한창입니다.

벌초(伐草)란 칠 벌(伐), 풀 초(草)로 '풀을 친다(벤다)'는 뜻입니다. 여름 내 조상을 모신 산소에 자란 잡풀을 없애고, 주변을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달리 금초(禁草)라고도 합니다. 후손들이 추석날 산소를 찾았을 때 깔끔하면 보기도 좋고 마음도 편하겠지요.

9일 경남 진주시 진성면 한 집안의 자손들이 함께한 칡넝쿨과 풀을 베는 벌초작업을 스케치 했습니다.

산소와 그 주변이 여름내 자란 억센 풀로 '쑥대머리(쑥과 같이 헝클어진 머리)'와 같이 무성하다.

작은 나무도 산소 바로 옆에서 자라 있다. 한 해 한번의 벌초를 하지 않으면 금세 산소가 억센 잡풀, 칡넝클, 나무로 수습하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다.

산소 바로 인접까지 침투한 칡넝쿨. 산소에까지 침범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초기로 잡초를 제거하는 모습. 하얀 연기는 예초기의 연료가 연소하면서 나오는 연기다. 벌을 쫓는 역할도 한다.

칡넝쿨을 없애기 위해 제초제를 뿌리고 있다. 칡넝쿨은 산소의 최대 골칫덩어리다. 갈고리(사투리는 갈쿠리·깔구리)로 벤 잡풀을 긁어내면 이날 벌초는 끝난다.

잡풀이 무성했던 산소가 깔끔해진 모습. 준비해간 막걸리 한잔을 올리고 있다. 오른쪽 옆은 벤 풀을 모아둔 곳이다. 이상 정창현 기자

이른바 '벌초 행사'는 보통 추석을 앞둔 이맘 때에 하지만 봄 한식 때도 합니다. 봄에는 겨우내 눈과 비바람에 헌 곳을 정리하거나 잡초를 뽑는 작업을, 추석을 앞두고선 한여름 무성하게 자란 산소 주변의 잡풀을 정리하지요.

요즘에는 농협, 산림조합 등에서 벌초를 대행하고, 장묘 문화도 바뀌어 납골당에 모시는 경우가 많아 벌초하는 모습을 보거나 벌초를 직접 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렇다고 자주 찾지는 못해도, 조상을 잊을 수는 없는 것이지요.

벌초 날은 흩어져 살던 집안 사람들이 오랜만에 모여 얼굴 보면서 지내는 이야기를 나누는, 지금의 우리들에게 또 다른 정(情)을 나누는 시간입니다. 사는 게 이런 것입니다. 이참에 고향을 떠나 멀리서 살면서 잊고 지내던 조상의 묘를 한 번 찾아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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