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잦은 강우와 흐린 날씨로 일조량이 크게 부족해지면서 전국적인 수박 산지인 경남 함안의 시설하우스 수박 재배 농가들이 큰 낙담에 빠졌다. 생장이 멈추는 것은 물론 줄기와 잎에 병이 들어 말라 죽어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심을 애타게 하는 것은 일조량이 회복되기를 바랄 뿐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시설하우스 시대에 옛날 봄가뭄 때 하늘만 쳐다본다며 붙인 천수답을 보는 격이다.
함안군에 따르면 함안에서는 겨울인 12월부터 이듬 해 6월까지 1230농가가 1384㏊의 시설하우스 수박을 재배한다. 연간 출하 규모는 5만 7000여t으로 무려 767억여 원에 이른다.
이처럼 함안의 시설하우스 수박 재배면적은 전국의 15%(경남 65%)를 차지하는 수박 주산지다. 특히 겨울철 출하 수박은 전국 생산량의 70%를 점유한다.
시설하우스 수박은 대부분 11~12월 파종해 이듬 해 6월까지 길러 출하한다. 이 가운데 촉성재배(작물 수확 시기를 앞당긴 재배)는 파종부터 수확까지 온실에서 가꾼다.
하지만 최근의 잦은 비와 흐린 날씨로 일조량이 크게 부족해 작황이 크게 부진하고, 습기로 인한 곰팡이병이 많이 생기고 있다. 전체 재배농가의 60%가 피해를 보고 있다.
함안 수박 재배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시설하우스의 경우 촉성재배 작형을 택한 농가다. 모두 850가구에서 피해 규모만도 592㏊에 달한다.
이 중 지난해 11월 5~20일 심은 71㏊는 60%의 피해를 입었다. 같은 달 21~30일 심은 166㏊는 40%, 12월 1~10일 심은 355㏊는 무려 80%의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수확량이 급감하면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촉성재배 농가 중 12월 초순 정식한 355㏊는 일조량 부족에 따른 수정 불량으로 피해율이 80%나 된다. 수확을 해야 하는 수박 크기가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2㎏에 불과한 것도 있다.
농민들은 예년 같으면 시설하우스 한 동(660㎡)당 800만 원 수입을 거뒀으나 올해는 생산비(400만원)에도 못 미치는 300만 원을 받기도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아예 수확을 포기하고 수박을 새로 심는 농가도 나오는 실정이다.
하지만 모종도 주문생산하는 방식이라 구하기 힘들다. 갈아엎고 다시 심는다 하더라도 2기작 중 1기작을 포기해 수입은 반으로 줄어든다.
함안군에 따르면 올해 1∼2월 함안 지역의 일조 시간은 320.4시간으로, 평년의 402.9시간에 비해 20% 부족하다. 올해 평균 강우일수도 18일로, 지난 2년간 1.5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무려 1200%나 급증했다. 강수량도 145.5㎜로 평년 51.2㎜보다 284.5% 증가했다.
겨울과 봄철 일조량은 시설하우스 수박 생장과 발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
비가 잦으면 시설하우스 안에 습도가 증가해 점무늬병, 덩굴마름병 등의 병 발생률이 높아진다.
단계별 피해를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정식(定植·아주심기) 후에 저온에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암꽃의 생성과 발육에 문제를 생긴다. 이어 열매가 달리는 시기에는 수꽃의 꽃밥 터짐이 나빠져 꽃가루 활력이 떨어진다.
이 다음 수정 후 착과와 열매가 커지는 시기에는 온·습도가 맞지 않으면 생장 속도가 더디고, 착과 후에도 양분 공급이 부족해 낙과(열매 떨어짐) 현상이 발생한다.
문제는 더 있다. 이 같은 수박 피해는 지금의 농작물재해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일조량 부족은 폭우·폭설과 달리 구체적 재해 유형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
농민들은 이번 수박 작황 부진이 일조량 부족에 따른 자연재해라며 농작물재해보험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 우박 등 자연재해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보상해 농가 경영 안정을 도모하려는 것인데 일조량 부족도 자연재해라는 주장이다.
함안군은 피해 농민 현황 파악에 나서면서 영양제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농작물재해보험 보상 확대 건의에 나섰다. 함안군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수박 54농가, 멜론 7농가에서 총 437동에 대한 농작물재해보험 피해를 접수한 상태다.
경남도와 함안군, 함안 대산농협, 창원원예농협 등은 일조량 부족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재해보험이 지급될 수 있도록 각계에 건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