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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난해해 번역기 돌렸어요"···68세 공학박사 명예교수의 강남 아파트 한자(漢字) 당선사례

천진영 기자 승인 2024.05.31 22:21 | 최종 수정 2024.06.06 04:59 의견 0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의 ‘한자 당선 소감’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에 당선된 강 모(68) 씨는 지난 20일 이 아파트 게시판에 '當選謝禮(당선사례)'라는 제목의 A4 용지를 붙였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당선인이 지난 20일 붙였다는 한문 당선사례. 온라인 커뮤니티

강 씨는 “安寧(안녕)하십니까?”로 시작한 이 글에서 “入住者代表會議(입주자대표회의) 會長(회장)을 遂行(수행)하게 될 姜(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入住民(입주민)님과 함께 前任(전임) 棟代表(동대표)님들께서 가꾸고 이루어온 우리 名品(명품) 團地(단지)를 더욱더 繁昌(번창)해 나가도록 盡力(진력)을 다해 努力(노력)하겠습니다. 많은 聲援(성원)과 協力(협력)을 付託(부탁)드립니다”고 했다.

총 280자인 이 글에서 한글 조사와 영어를 빼고는 모두 한자로 총 165자였다.

이 글은 단지 내에서 화제가 됐다.

주민들은 "쉬운 한글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한자를 쓰는지 모르겠다. 한 문장을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된다"라거나 “예전 공문서를 보는 것 같다. 요즘에 보기 드문 글"이라며 신기해했다.

이 당선소감문은 이내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중국에 온 줄 알았다", "조선족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인가"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젊은층 일부에서는 휴대전화 번역기를 돌려 한자를 한글로 변환해야겠다는 촌극도 보였다.

특히 젊은층에서 한글로 써놓으면 이해가 편한데 한자를 넣어 더 헷갈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열거한 공약의 한자는 豫·決算(예·결산) 透明性(투명성) 確保(확보), 管理業體(관리업체) 및 專門警備業體(전문경비업체) 委託管理(위탁관리) 徹底(철저), 住民(주민) 便益施設(편익시설) 增進(증진)’ 등이다.

강 씨는 공학 박사로 수도권의 한 대학 명예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엔 단독 입후보했고 월 활동비는 40만 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선인 글 화제는 우리 생활에서 한자가 완전히 멀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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