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교수회가 18일 창원대의 사천 우주항공캠퍼스 설립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상국립대 교수회는 "사천시와 창원대 간의 약속 단계에 불과해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승인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는 한 지역에서의 엄청난 중복 투자"라며 "지난해 경상국립대가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돼 1000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는 등 서울대 수준의 우주항공 특화대학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경상국립대 교수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서] 창원대의 사천시 우주항공캠퍼스 설립을 반대한다.
지난 6월 17일 창원대와 사천시는 2027년 12월 개교를 목표로 사천시에 5만 3083㎡ 규모의 우주항공캠퍼스를 설립하는 ‘사천 우주항공캠퍼스 설립’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더욱이 창원대는 올해 수시모집으로 2025년 신입생 15명, 2026년 30명, 2030년 40명까지 단계적으로 학부 정원을 증원할 예정이라고 하며, 사천시는 캠퍼스 부지 무상사용 허가와 공공기관 등의 유치 및 지원 조례에 따라 본 캠퍼스 부지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상국립대학교는 작년에 교육부로부터 5년간 약 10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글로컬대학3.0사업에 경남에서 유일하게 선정되었다. 이 글로컬사업의 성공을 통해 경상국립대학교는 우주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 특히, 우주항공분야에서는 대한민국 No.1, 아시아 TOP3, 세계 TOP10 대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교육부에서는 우리 대학에 힘을 싣기 위해서 첨단분야 정원조정을 통해 항공우주 분야 신입생 정원을 기존 107명에서 174명으로 67명을 순증시킨 바가 있다. 이처럼 경상국립대학교의 우주항공분야 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은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경남도를 비롯한 경남의 자치단체 또한 경상국립대학교의 우주항공분야의 발전과 지역 상생을 위하여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번 창원대와 사천시의 업무협약 체결은 대학과 기초자치단체간에 이루어진 약속에 불과하므로, 이 협약 체결이 곧 캠퍼스 설립 인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창원대의 사천 우주항공캠퍼스 구축 시도는 우리 대학과 창원대간의 우호적인 관계를 깨뜨리고, 경남의 고등교육 의 미래지향적인 협력 생태계를 뒤흔드는 행위로 보인다.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한 대학의 정원 감축, 대학간 통합 등 구조개혁에 대비해야 하는 현 시점에, 도내 대학간에 동일 분야에서 경쟁하기 위한 새 캠퍼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계획을 교육부와 기재부가 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동일 지역대학간 상호협력을 통해 쇠퇴하고 있는 지방고등교육과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RISE 체계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중복 투자로 인한 국가재정의 분산 및 낭비를 수반하는 소모적인 동일 지역 대학 간 경쟁이 아니라 상호협력적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연구개발 공동 거버넌스 시대임을 창원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경상국립대학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거점국립대학교로서 경남지방의 고등교육을 이끌어가는 시대적 소임을 부여받고 있다. 최근 지역 소재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입학자원 유출 등으로 그 경쟁력과 존립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광역 지자체의 국립대학들을 빠르게 1도 1국립대학 체계로 유도하고 있고, 우리 경남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대학과 창원대와 멀지 않는 장래에 운명을 함께 해야 할 관계임을 알기에 지금까지 상호존중의 우호협력적 관계를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항공우주분야에 대한 관심과 급격한 성장 가능성을 바라보며 다소 다급한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창원대가 진정으로 이 항공우주 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을 갖춘 성과를 지향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한다면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 경상국립대학교에 손을 내밀어서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추진하여 상생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우주항공분야를 포함하여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우리 대학과 함께 하고자 한다면 우리 경상국립대학교는 언제든 환영할 것이다. 전임 교수 1000여명, 입학생 정원 4600여명 등 우리나라 국립대학교 중 세 번째로 큰 규모와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 경상국립대학교는 창원대를 포함하여 경남의 모든 대학과 호혜적 관계 속에서 기술과 자원, 인력을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또한, 우리 대학은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를 선언한 경상남도뿐만 아니라 진주 사천을 비롯한 경남의 모든 기초자치단체와 동반성장하고자 한다.
이제 곧 들어서게 될 우리 대학 차기총장 체계에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창원대의 사천시 우주항공캠퍼스 설립과 관련하여 창원대 총장을 비롯한 대학본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해당 사업의 인가 기관인 교육부 및 기재부 등과도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중복 투자 및 재원 분산 등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 나가기를 바란다. 또한, 우주항공 분야 연구개발과 성장을 위해 우리 대학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천시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사천시가 바라는 우주항공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경상국립대학교는 경남 고등교육의 중심으로서 특히 교육플랫폼사업을 통하여 경남의 대학들과 우호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국가거점국립대학교에 부여된 중추적인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
제22대 경상국립대학교 교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