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치않은 판정"
일본 국적에서 한국 국적을 택해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허미미(22·경북체육회) 선수가 유도 여자 57㎏급 결승 연장전에서 아쉽게 패한 가운데, 금메달을 딴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가 판정을 두고 "유도를 위해 바뀌어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열었다. 허미미의 상대 선수도 심판의 모호한 판정에 석연찮음을 보인 발언이다.
허미미는 29일 새벽(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크리스타 데구치에게 반칙패를 당했다.
허미미는 모두 세 번의 ‘지도’를 받았다. 첫 번째는 소극적인 모습,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위장 공격이 이유였다. 유도에서 한 선수가 '지도'(옐로카드) 3개를 받으면 반칙패로 승부가 끝난다.
허미미는 1차 지도 이후 줄기차게 업어치기를 시도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2분 4초쯤 심판은 허미미에게 두 번째 지도를 부여했다. 유도는 상대의 공격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시도하면서 쓰러지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이를 위장 공격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인 선수가 그 상황을 면피하고자 ‘방어를 위한 공격’을 했을 때 위장 공격 지도를 준다.
허미미는 이 경기에서 업어치기를 시도할 때 몇 차례 한 팔밖에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허미미는 두 번째 지도를 받은 이후 유의미한 공격을 많이 했다. 상대를 향해 전진하고 어깨를 넣고 팔을 잡아당기며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심판은 연장 2분 38초 허미미에게 세 번째 시도를 꺼내 들었다.
경기 정규 시간 4분간 허미미는 지도 2개를, 데구치는 지도 1개를 받았다. 연장전에선 데구치가 1분 48초에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지도 두 개씩을 받았다. 하지만 연장 2분 35초 허미미가 지도 하나를 더 받으면서 실격패 했다.
심판은 허미미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으면서 불리한 상황을 피하려고 ‘위장 공격’했다고 판단했다.
반칙승을 거둔 데구치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
데구치는 시상식이 끝난 뒤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데구치는 대회 조직위원회 공식 정보 제공 사이트인 '마이인포' 인터뷰에서 '지도 판정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려운 질문이다.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면서도 “더 나은 유도를 위해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장 공격 판정 기준의 모호성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네티즌들은 심판 판정에 불만을 쏟아냈다.
허미미의 계속된 공격에 당황한 데구치가 심판을 바라본 장면을 두고 "누가 심판을 간절하게 바라보는지 싸움인가"라고 했다.
'지도' 남발에 대해서도 "명색이 올림픽 결승전인데 반칙패를 선언할 정도의 '지도' 남발은 심판에게 문제가 있어 보인다.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도로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경기를 보는 관중으로선 흥미로워야 한다. 메달 색깔만 가리려는 무미건조한 룰은 재미를 반감시킨다"고 지적했다.
다른 네티즌은 "유도 룰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재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조구함 SBS 해설위원은 "데구치가 의도적으로 오른쪽 깃을 잡지 못하게 막고 있다. 이는 반칙"이라며 "왜 적극적으로 공격한 허미미에게만 지도를 주고, 적극적으로 공격하지 않은 데구치에게 지도를 안 주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미정 한국 여자유도 대표팀 감독도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위장 공격을 하려던 게 아니다. 원래 본인이 가진 기술이 앉아서 하는 것이다 보니 심판이 그런 판정을 한 것 같다"며 "마지막에 주저앉은 뒤 가만히 있던 것이 아니라 계속 일어나서 공격하는 상황이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잘 생각하고 경기를 해야 겠다"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