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여기는 파리]"소~오름, 저 선수 누구냐?"···순식간에 '폭풍 5득점' 한국 남자 펜싱 도경동

천진영 기자 승인 2024.08.01 21:49 | 최종 수정 2024.08.02 06:45 의견 0

프랑스 파리올핌픽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경기에서 느닷없는 '히든카드'로 내세운 도경동 선수(국군체육부대)가 한국팀이 금메달을 따는데 큰일을 해냈다.

헝가리와의 결승전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백전노장' 구본길을 대신해 교체 투입돼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피스트를 밟은 그는 2분 30초만에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연속 5점을 하며 한국이 승기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상욱(대전시청),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대전시청) 도경동으로 구성된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지난 3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3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딴 한국 남자 펜싱 선수단. 왼쪽부터 박상원, 구본길, 오상욱, 도경동 선수와 원우영 코치. 2024 파리올림픽 SNS 캡처

한국 남자 사브르는 2021년 도쿄올림픽 2연패, 2022년 세계선수권 우승을 합작해 ‘어펜저스’로 불렸다. 하지만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김정환과 김준호가 각각 부상과 은퇴로 빠지고 신예 박상원과 도경동이 합류했다. 다소 불안한 세대교체란 말도 나왔다.

도경동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결승전 전까지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오상욱이 6라운드 30-29로 간신히 1점 리드를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원우영 코치는 7라운드에 구본길 대신 도경동을 투입했다. 박빙의 상황에서 도경동의 투입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도경동은 프랑스와 준결승전 직후 기자들 앞에서 "뛰지 못해 근질근질하다"고 말할 정도로 게임을 뛰고 싶은 욕망이 컸다. 도경동은 한풀이라도 하듯 크리스티안 러브를 압도하며 실점도 없이 5득점을 몰아쳤다. 순식간에 35-29로 점수 차를 벌렸다. 마무리 시간은 불과 2분 30초 정도였다.

부산 부경대 재학 시절 도경동

도경동은 지난해 4월 입대해 오는 10월 전역할 예정이지만 금메달을 따내면서 전역 시점도 두 달 정도 당겨졌다.

도경동은 경기 후 "선수로서 최종 목표가 금메달이었다. 그걸 바라보고 운동해왔는데 목표를 이룰 수 있어 꿈만 같다. 개인적인 기쁨보다 우리 펜싱의 새 역사, 단체전 3연패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오상욱이 형도 2관왕을 이뤄서 정말 축하했다. 지금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도경동은 경기 투입 전에 동료와 코치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고 있었다.

8강전에서 부진했던 선배 구본길은 "8강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도경동에게) 크게 혼났다. '형, 왜 자신이 없냐, 자신 있게 하라'고 화를 내더라. 많이 약해져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한 번 자신있게 해볼게'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앞서 8강 첫 두 라운드에서 동생들이 벌려놓은 점수차를 좁히거나 역전을 허용하는 등 부진했던 구본길은 8강 마지막 라운드부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그는 8강전을 마친 뒤 "만원 관중이고 야유고 아무 생각도 안 했다. 오로지 뒤에 동료들이 있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구본길은 이번이 4번째이자 마지막 올림픽이다. 자신과 교체 투입돼 피스트를 휘젔는 어린 도경동을 향해 환호하는 모습은 이어질 '어펜저스3'도 문제없음을 보여주는 예고편과 같았다.

원 코치는 "저도 소름이 돋았다. 경동이가 나가면서 손가락질을 딱 하며 본인을 믿으라고 하더라. 그때 저는 '오케이, 됐어'라고 느꼈다. 5-0까지는 바라지 않았는데 정말 완벽하게 해줬다"고 칭찬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도경동에게 "도경동(銅)이 아니라 도경금(金)이다", "나타나 바람처럼 빠르게 끝내버림", "분석 안 된 선수가 제일 무섭다더니 비밀병기였다"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저작권자 ⓒ 더경남뉴스